이르면 내년…유치원 무상급식 추진
오세훈 "유치원 무상급식 빠르게 추진할 것"
형평성 논란, “어린이집 급·간식비도 현실화해야”
오, 2011년엔, ‘포퓰리즘 정책’의 과잉 복지 지적하며 반대
‘유치원‧어린이집 확대 적용할 것’ 촉구… 프레임 전환 시도로 보여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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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 뉴스 = 황윤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내년에는 유치원에서도 무상급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은 4일 오전 국무회의 일정을 마친 후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서울시는 유치원 무상급식 추진을 위해 시의회와 논의하에 정확한 급식단가의 산출, 지원 재정 부담 산정 연구용역을 진행할 것이며 이를 통해 유치원 무상급식을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달 19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임시회 개회사에서 오 시장에게 유치원 무상급식 실시를 요청한 것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계는 앞서 현재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서울시 유치원의 평균 식사 한 끼(3100원) 기준이 어린이집과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시장은 ”유치원만 무상급식할 경우 어린이집 유아와 형평성 측면에 문제점이 발생함을 고려해야 한다“며, “서울시 어린이집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 1급식, 2간식에 해당하는 보육료에 포함된 비용이 만 0~2세의 경우 1900원, 만 3~5세의 경우 250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오 시장은 “자치구와 함께 추가재원을 부담해 평균 영아 약 2600원, 유아 약 3000원의 급간식비를 책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유치원 무상급식 추진에 따른 급식 질 향상을 감안하면 어린이집은 여전히 역차별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거듭 못박았다.

오 시장은 또 “저는 유치원 무상급식을 전면 추진하되, 어린이집의 급간식비 현실화를 통해 모든 어린이들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차별 없이 적정한 급간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복지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선별이냐 일괄이냐 보편이냐 따지는 건 이제 의미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하며,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현실화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거듭 촉구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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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선 불출마’ 카드 꺼내며 반대‘ vs 2021년 ‘ ‘유치원‧어린이집에도 확대 ’…"프레임 전환 시도한 듯"

과거 2006년 서울시장(초선)으로 당선된 오 시장은 이 같은 무상급식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 적이 있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 김상곤發 무상급식 사태’는 2009년 서울시 재학 중인 초‧중학생을 상대로 한 김상곤 전 서울 교육감 후보의 공약으로부터 시작됐으며, 2010년 오 시장이 출마한 한나라당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 때 더욱 가열되었다.

무상급식 제도 안착 논란은 재집권에 성공한 후에도 끊임없이 오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단호했다. 당시 서울시 초‧중학생 무상급식 정책을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이자 국부를 갉아먹을 ‘조세 낭비 정책’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오 시장은 “연간 몇십조 원이나 되는 불합리한 조세 낭비는 그저 선심 행정일 뿐이다. 이는 미래 세대에 국민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으로 반드시 부메랑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재벌의 자녀가 왜 국민 혈세로 굳이 공짜 밥을 먹어야 하나, 이것이 과연 진정한 평등인가”라고 되물으며, 복지 포퓰리즘 정책은 향후 국고 재정 측면에서 반드시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오 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무상급식 제도의 도덕적 해이론과 과잉 복지 문제점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결국 이 안건을 서울시 주민 투표에 부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는 본래 오 시장의 생각이 아니었다.

재집권 1년 차이던 오 시장은 본인이 구상한 업무들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시의회를 야당이 과반 이상 거의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상가상 당시 여당 의원들조차 오 시장에게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때문이었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여당 의원과 당 대표는 궁지에 몰린 오 시장에게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사태를 본 보수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며 무상급식제도를 서울 시민의 힘으로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표명한다.

이어 이들은 무상급식 찬반 여부를 행정의 민주성 원칙에 근거해 보다 명확히 공론화해 줄 것을 국회에 건의한다.

당시 본의 아니게 정치적 수세에 몰린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였다.

이들의 행보는 무상급식 사안을 해당 시의 주민 투표로 부쳐 이 사안의 공공성을 대국민 앞에 투명하게 알리는 것은 물론 오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의사에 대한 왜곡 여론을 무차별적으로 생산하던 당시 일부 언론의 공정하지 못한 보도 기사에 대한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이후 서명이 시작되었고, 서울 시민의 80만 명의 자발적 동의가 이어졌다. 그렇게 법적 근거를 갖춘 주민 투표 건의가 국회에 수용되었고 곧이어 역사적인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가 진행됐다.

오 시장은 투표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 시장으로서 무상급식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결의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의지를 토로하며 시민을 향해 무릎을 꿇은 채 투표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당시 유력한 대권 잠룡이던 오 시장은 주민 투표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급기야 대선 불출마라는 비장의 카드마저 내놓았다.

그러나 결과는 싸늘했다. 서울시 주민 최종 투표율 25.7%로 개표 무산. 안타깝게도 애초에 주민 투표 성립 조건인 33.3%의 투표율을 채우지 못해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한 채 부결 처리되었다.

이후 오 시장은 예상대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항간에는 주민들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했던 이유를 두고, 오 시장이 아이들 밥그릇으로 장난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나쁜 투표’, ‘당시 야당의 정치공작성 흑색 프레임’에 오 시장 홀로 고군분투하다 속수무책 진 것이라 보는 의견도 있다.

반면, 이미 기운 안건을 굳이 투표에 부쳐 애꿎은 국민 혈세를 낭비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과 관측도 뒤따랐다.

투표 직전, 개표 결과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던 오 시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직 중도 사의를 표명했다.

4일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0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마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일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0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마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처럼 10년 전 서울시장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던 '무상급식 반대' 이슈를 오 시장이 역으로 펼치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확대 적용할 것’ 등 오히려 이를 주도적으로 요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긴 시간 오 시장을 따라다닌 '무상급식 반대'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오 시장은 일각에선 ‘와신상담’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2011년 불미스런 자진사퇴 이후 힘든 시간을 버티며 10여 년 만인 올해 4·7보궐선거에 출마해 야권(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린 채 서울시장 복귀(3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