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환 서울미술고등학교 전 이사장
이돈환 서울미술고등학교 전 이사장

[에듀인뉴스(EduinNews) = 국중길 기자]

자립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는 과연 교육적폐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대통령 선거유세에서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가 되어버린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한민국 교육부가 아예 시행령을 고쳐서 2025년에 자사고와 외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2025년에는 전국 38개 자사고와 37개 외고·국제고가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를 교육적폐로 본 것이다.

실제로 2019년 전주의 명문자사고 상산고등학교도 탈락 위기에 놓였다. 지역교육단체는 특혜·특권이라는 교육 불평등을 제공하는 자사고·외고 시스템은 우리 교육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했고, 교육부는 커트라인을 갑자기 80점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자사고 폐지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평가 기준을 조작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당시 상산고 학생들은 청와대를 방문해 직접 쓴 편지 396통을 전달하면서 자사고가 폐지돼야 할 교육적폐인지는 정치적 논쟁사항이다. 그러나 평가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는 정의로울 수 없다.”며 과정의 불공정과 상산고가 적폐가 아님을 주장했다.

또한 2019626,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를 입시교육기관’, ‘특권학교라고 말한 것에 대해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인 대광고 김철경 교장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적폐라고 단정하고 말살시키려는 것은 엄청난 과오라고 했다. 그리고 경기도 안산시 동산고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에 반발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안산동산고 학부모회 및 비상대책위원회와 동문, 안산시민 약 300명이 모여 26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정문 앞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즉각 철회하라며 항의시위를 벌인바 있다. 이들은 경기 교육은 죽었다는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고 흰 국화를 청사 정문 너머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다.

자율형 사립학교는 대한민국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2010년에 도입한 고등학교 모델로 1995년에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한 “5·31 교육개혁방안에 포함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가 시작이다. 그 후 2000년에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출범을 학교제도 개혁방안의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를 만들었고, 2011년에는 종래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이에 통합하여 그 이후부터 통칭 자사고로 외연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자사고는 정권의 교체와 교육감의 성향(진보교육감인가 보수교육감인가)에 따라서 현대 교육의 다양성을 위함이라는 측면과 교육평등화에 위배된다는 측면에서 정치에 따라 부침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의 대안적 교육기관이고, 공립학교와 구별되는 것은 단지 건학이념의 특수성 때문이지 학업성적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학업성적의 우수성에 초점을 두는 명문대학의 입학은 일반 공립학교의 교육으로도 충분히 실현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건학이념의 특수성, 즉 일반 공립학교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교육이념적 특수성은 사립학교를 요청하는 근거가 된다. 종교계 학교가 그 대표적인 것이지만, 건학이념의 유형은 그 이외에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의 삶은 수없이 많은 선택의 삶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국가이다. 대한민국이 사회주의를 택하지 않는 한 애초부터 완전 평등한 환경에서 경쟁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 것인가. 또한 교육 사회주의의 길이 옳은 것일까. 그길이 옳다면 왜 미국·일본은 그 길을 가지 않았을까.

교육제도의 운영에서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완벽한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운영의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역기능이 나타난다고 해서 제도 자체를 폐기한다는 것은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 그 제도의 사회적-교육적 배경과 발생적 취지를 재검토하여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정권마다 특정한 이념에 따라서 개혁혹은 혁신의 이름으로 제도의 운영방식을 일시에 대폭 전환하면, 실제로 교육의 장에 혼란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적 경쟁력도 부실하게 되고, 성장세대의 삶의 질도 정치적 경직성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요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