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난 학기 특강을 해 주셨던 00고 주00 교감선생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툭하면 교육과정 바뀌죠, 그 많은 업무 처리하죠, 대한민국 교사니까 똑똑하고 유능하니까 돌아가는 겁니다. 다른 나라 교사들이라면 절대 감당 못합니다.' 그런 선생님들이 알아서 하도록 교육과정도 그냥 좀 두고, 이런 저런 일거리도 그만 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거의 틀림없이 학교는 이상 없이 운영되고, 선생님들은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며, 학생들은 좀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40년 이상을 교육에 종사했고, 그 동안 교육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떠나왔다.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해 왔지만 이룬 것은 거의 없다.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한결같이 말들을 한다. 우리 교육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까닭은 전문가를 무시하고 교육행정당국이 사사건건 개입하여 간섭하기 때문이다.

말은 전문직이라고 하면서도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직의 특성은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누가 판사의 판결에 관여할 수 있으며, 의사의 치료에 간섭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교육에는 교사가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교육과정 편성권, 교재선택권, 교육평가권 등을 하나도 재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학습지도권 마저 침해당하기 일쑤다. 완전학습을 해야 한다. 팀티칭이 좋다. 열린 학습을 하라. 사사건건 간섭이다.

서두에 소개한 교감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 교육의 배가 산으로 가지 않고 지향도 없지만 그나마도 물위를 떠가고 있는 것은 유능하고 우수한 선생님들 때문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세계 최고의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그런 선생님들의 손발을 묶어놓고 비전문가들이 좌지우지하면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하려 드니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을 못 믿기 때문에 명문학원을 보내기 위해 세끼 학원을 다닌다는 우스꽝스러운 현실, 조령모개 식으로 바꾸는 대학입시정책, 학교폭력이 난무하고, 사이비 학원재단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현실이다. 그래서 조기유학이 증가하고 학교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도 과거 정권들은 뭔가 한 가지 주제를 내걸고 노력하는 척이라도 했었다. 교육개혁위원회도 만들고, 영어교육진흥책을 쓰는 등. 그러나 현 정권에서는 아예 교육을 포기했다. 교육개혁문제는 언급조차 않는다.

오래 전에 어느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이 교육행정당국의 간섭을 받지 않았을 때는 정말 잘 돌아갔는데 교육청이 간섭하고부터는 엉망이 되었다.”고 통탄하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하기야 오바마도 부러워하는 우리 교육이 아닌가? 그러나 교육경쟁력이 세계 62위이며 우간다와 같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기원전부터 세상은 말세라고 한탄했어도 여전히 지구는 돌고, 인류문명은 발전해오고 있으니 우리 교육도 굴러가겠지.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이다.

말을 말자.

윤종건(한국외대 명예교수,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