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려제의 사용 기회를 두 번으로 제한하기보다 휴식의 기능을 추가 확대하여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근거로 적용되어야 한다. 학교를 답답해하는 아이들에게 숨 쉴 공백을 만들어 주는 숙려제는 꼭 필요한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 학생 이야기 >

# 03. 하루 125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났다.

정선영 교수 (서울 사이버대학 대우교수>

“선생님 아니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을 거예요.” 희성이 어머니는 여러 번 고개 숙여 인사했다. 7주간의 학업중단숙려제를 다 쓴 상황이어서 하루라도 더 결석했으면 졸업하지 못할 뻔한 순간을 떠올린 까닭이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업 중단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숙려 제도가 정한 한도 내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제공하며 학교 적응력을 향상하고 중단을 예방하고 있다. 결석일 수가 연속 7일이나 합산 30일이 넘어가기 전에 학업중단예방을 위해 숙려제를 권한다. 고등학교 2학년인 찬이는 게임이 적성에 맞는다고 게이머가 되고 싶어 했다. 학교에서 수업받는 그 시간에 차라리 게임을 공부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모가 허락하지 않자 결석하기 시작했다. 출결이 나빠져 퇴학 상황을 방지하고자 숙려제를 권유한 사례였다. 하지만 최근 학업 중단을 전제한 형식적 참여인 경우가 대부분인 자발적 자퇴생이 증가하는 현실을 숙려제만으로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학업중단숙려제를 신청한 학생들은 대체로 이런 말을 공통으로 한다. “공부를 알아서 잘할 테니 학교를 그만두겠다”라며 “학교에 있는 시간이 아깝다“고 말이다. 학교 다니는 시간 동안 다른 곳에서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한다. 누가 들어도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려는 의지가 충만한 걸 알 수 있다. 수능 과목이 아닌 수업은 필요 없고, 핵심을 콕 짚어 가르치는 학원 선생과 비교하며, 수시로 갈 것도 아닌 수행 평가 준비 시간이 아깝다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문제는 이런 생각이 유행처럼 번지는 데 있다. 학교는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곳을 떠나려는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하는 실정이다. 학교가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모를까 자발적 학업 중단 의지를 표명하는 학생에게 그럴 명분이 없다. 학교가 중요한 이유를 말하면서 궁색함을 느끼지만, 학교의 의미를 부여하고, 교우관계를 통한 사회성 개발과 다양한 경험을 길러줄 비교과 활동 기회를 여전히 설명한다.

현행 대입 정책 기조에서 현장의 학업중단숙려제도가 원래의 취지를 완수하기에는 유명무실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부터 전문가들은 숙려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해왔다. 학업 복귀율이 연속 하락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라는 개선의 목소리도 높았다. 학업중단숙려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은 제도를 위한 제도, 학업 중단 예방의 형식적 업무를 반복하게 할 뿐이다.

현장에서 학업중단예방이 무색한 원인을 검정고시를 위한 자발적 자퇴자의 증가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정시 확대 기조, 수시 교과 전형 확대, 수시 비교과영역의 비중 축소는 대학에 진입하기 위한 자발적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의미 없다는 생각(37.2%)과 다른 곳에서 배우려는(29.6%) 이유가 되었다. 실제로 검정고시 출신의 수능 응시 인원이 지난해와 비교해 0.3% 늘어난 3.1%로 검정고시로의 유입이 증가했다. 내신 성적을 만회할 기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의 학업 중단은 2021년 고등학교 학업 중단 기타 원인 61.3%, 역대급 자퇴라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조기 진학, 자발적 자퇴라는 명목은 검정고시를 부추기는 형국이 되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현저하게 위축되는 공교육의 입장에서 검정고시율 증가는 학교 이탈을 부추기는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학업중단숙려제도의 개선을 거쳐 학교를 답답해하는 아이들에게 숨 쉴 공백을 만들어 주는 숙려제로 확대 시행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특히 숙려제의 사용 기회를 두 번으로 제한하기보다 휴식의 기능을 추가 확대하여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근거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숙려제를 확대해 시행할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 학교를 답답해하는 아이들에게 숨 쉴 공백을 만들어 주는 숙려제는 꼭 필요한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처지의 아이가 졸업하고, 위기 시에 급히 대피할 수 있는 출구가 되어주며, 힘들어서 그만두려 했던 아이들이 공교육의 힘을 깨닫고 학교가 자신을 돕는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