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교육대학원 임종근

()서울특별시성동광진교육지원청 교육장

()서울초중등교육정책연구회 회장

()지역사회교육실천본부 회장

 

  2023718일 서울의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이 학부모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교육자들의 추모행렬은 동변상련의 슬픔으로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주말에는 수천명의 교사들이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는 교사의 생존권 위협이라며 교권 회복과 학교 위상 정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대학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교수로서 학교에서 근무하는 제자들을 생각하니 참담한 심정 금할 수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난장판이 되어가는 교육 현장을 방치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로부터 언어폭력, 차별, 인권침해라는 항의와 악성 민원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수업과 생활지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학부모들의 언행은 교사의 사생활 침해를 넘어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까지 도를 넘는 수준이다.

  최근 3년간의 교권 침해 심의 건수는(2023. 동아경제)20201197, 20212269, 20223035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다. 학교에 설치된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되지 않은 사안들을 포함한다면 침해 건수는 수십배 이상일 것으로 판단한다.

  이제야 정부와 교육청은 학교의 정체성 확립과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제도 준비에 나서고 있다. 차제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시급한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교사의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학교 교육활동 외의 시간에는 전화나 문자를 보내지 않도록 한다. 안전사고 등 긴급한 경우에는 학교 대표전화를 사용하도록 한다.

  둘째, 학교 교육활동 시간 내에 상담을 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예약을 하도록 하고 학교 방문 상담을 원칙으로 한다.

  셋째, 학교폭력, 인권침해 등의 예민한 상담이나 민원은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의 전담부서(학교폭력전담기구, 교권보호위원회, 인권상담실 등)에서 담당하도록 한다.

  넷째, 학생과 학부모 대상 교권 침해 관련 교육을 의무화한다. 특히 보호자의 불참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학생 선도 조치 및 교사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학부모의 심각한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도록 한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교육청에서 적극 지원한다.

  이상의 5가지 방안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을 강화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고 지금의 학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법과 제도보다는 인간교육이라는 교육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심각한 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즉시 관련 법을 제개정하는 사후약방문 정책의 달인이다. 2019.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019. 9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 2019. 12월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 시행, 2021. 2월 정인이 법 제정, 2021. 9월 온라인그루밍 처벌법 시행, 2021.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20222월 소위 정순신 법이라 불리는 학교폭력법 개정, 이제 교원지위법이 제개정될 상황이다. 이렇게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법률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에 강화되거나 보완되는 교원지위법, 학생인권조례, 아동복지법 등은 교육자들의 소신있는 교육활동이 실제로 존중받고 보호되는 기제가 되어야 한다.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없는 평화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법과 제도, 교육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민주시민성과 인권의식을 높이는 교육을 충실히 해야 한다.

  “장난도 폭력인가요?”,“칭찬이 성희롱인가요?”,“동정도 차별인가요?”,“사실 전달이 명예훼손인가요?”,“혐오감정을 표현한 것이 모욕인가요? 표현의 자유 아닌가요?”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이러한 불만과 항변으로 교사를 대한다. 교권 침해를 하는 학부모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문제의 실제 해법은 법과 제도의 영역 밖에 있다. 학교 교육과정을 통한 민주시민교육과 인권교육이 정답이다.

  정치인들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경기장의 훌리건들처럼 적대적 정치행위를 하듯이, 교육 문제를 정치(진영) 논리로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적 관계로 인식하거나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갈등 관계로만 보아서는 해법은 없다. 편견과 차별,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병든 사회를 존엄, 포용, 공존의 가치가 꽃 피는 어울림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교육적 관점으로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부터 민주시민성과 인권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최대의 목표로 정하고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행정가들은 교사의 열정과 헌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진실을 간과하지 말고, 지속발전가능한 학교 교육문화를 만드는데 올인하기를 기대한다.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