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의 심리적 접근법: 학생과 학부모 상담을 위한 네 가지 이해

                                                         정선영 교수 (숭실대학교 외래교수)
                                                         정선영 교수 (숭실대학교 외래교수)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교권 침해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상호 신뢰가 약화되면서 교권을 보호하려는 교사들이 학부모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갈등의 중심에 있는 학생들이다. 교사와 학부모 모두 아이들이 잘되길 바라는 공통된 마음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립이 학교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부담은 커지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배려와 이해를 제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교육적 불이익을 당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언어폭력은 물론 물리력까지 행사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대화에서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학부모가 포함된 위원회는 학교 상황과 문제를 더욱 심도 있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학교 공동체가 연대를 이루고 교육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협력한다면 문제 해결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의 실체를 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대화에서 작동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를 공감한다면, 성공적인 대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인간의 감정적 반응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와의 대화에서 알아두면 좋을 네 가지 인간 심리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첫 번째 이해해야 할 개념은 '편도체 하이제킹(Amygdala hijacking)' 이다. 이 현상은 뇌 전체 기능이 편도체에 의해 장악되어 이성을 총괄하는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상태를 말한다. 편도체의 과도한 작용으로 인해 이성의 뇌로 향하는 혈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로 부정적인 감정이나 높은 스트레스는 분노와 공포감 같은 강렬한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는데 이는 감정에 신속히 대응하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정서지능의 저자인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Daniel Golleman)이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하였다. 이 현상의 발생 수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자존심이 상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대화,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이 침해되는 과정, 비교와 무시당하는 상황, 불공정한 대우가 행해지는 환경 등 모두가 편도체 하이제킹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들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생 간의 갈등이나 학부모와의 문제 역시 편도체 하이제킹을 유발할 수 있다. 분노와 공포에 휩싸이고 감정적이며 폭력적인 반응이 나타나게 되면 더 이상의 감정 통제는 매우 어렵다. 원래의 뇌 상태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과정은 최소 20분 이상 소요되며, 사람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사 표현에 올바르게 반응하는 초기 대응 시간이 중요하다.

  편도체 하이제킹 현상이 발생 시 상대방의 힘든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상대의 억울함을 인정하고 비판이나 훈계 대신 상대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뇌가 건강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함을 의미한다. 이해와 공감으로 편도체 하이제킹 상황을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개념은 '이중과정모형(Dual-process Model)'이다. 이 이론은 심리학의 거장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제시한 것으로 인간의 판단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이중과정모형을 통해 인간의 뇌가 두 가지의 서로 다르지만 복잡하게 연결된 사고 시스템을 이용해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중과정모형의 첫째 요소인 시스템 1’은 직관적 사고다. 빠르고 자동적인 반응을 담당한다.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인지적 노력 없이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다. 감정적 반응과 직관적 판단을 생성하는 것이 주된 기능으로써 일상의 많은 일들을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한 예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아내거나, 빨간색 신호등에 걸음을 멈추는 행동 등은 이 시스템에 의한 것이다. 무의식적인 편향과 고정관념에 영향을 받아 매우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판단과 행동을 유발한다.

  두 번째 요소인 시스템 2’는 주의집중이 필요한 활동같이 인지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 시스템이다. 시스템 1 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고, 중립적이며, 심사숙고하는 처리 과정을 거친다.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시스템 1 사고의 판단과 오류를 감시하고 수정하는 일이다. 자기 행동이 사회적으로 적절한지를 점검하고 기억을 더듬거나 가치를 비교하는 역할을 한다.  시스템 1 사고가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노동뿐만이 아니라 신체적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다.

  시스템 12는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스템 1이 대부분의 판단과 반응을 관장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이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착각한다. 실제는 시스템 2 사고가 시스템 1 사고의 반응을 비교 검토하는 과정으로 두 시스템이 연계하여 작동하게 되는데 말이다. 두 시스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상황이나 결정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심호흡하는 연습을 통해 시스템 2 사고가 활성화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좋겠다. 비로소 상호대화에서 적절하게 반응하는 역량을 향상하고 대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의사소통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셋째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개념은 방어기제(Defence Mechanism)’이다.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심리 작용을 뜻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가 아버지의 이론을 기반으로 구체화했다. 방어기제의 핵심 특징은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부정적인 사실을 거부 또는 왜곡하는 것에 있다. 개인의 불안이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심리적 고통이나 부정 감정을 덜어 주는 방법이자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만드는 외부 환경들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역할이다. 그러나 방어기제는 문제 해결과 원인 파악에 오히려 방해될 측면도 있다. 방어기제에 의해 사실이 왜곡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 방어기제를 병리적이거나 미성숙한 행동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도 때때로 이런 방어기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대체로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새드 햄스테터(Shad Helmstetter)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에 하는 생각 중 95%는 전날과 동일한 생각이며, 그중 85%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상당히 놀라운 비율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사람 대부분이 부정적 생각에 영향을 받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정적 생각이 가져오는 어두운 힘의 존재가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마음을 닫게 하며, 휴식의 시간을 방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습관인 양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과 몸에 영향을 주는 탓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생각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게 해준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날 때, 인간 심리에 대한 핵심을 인지하여 효과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편도체 하이제킹 상황에서의 올바른 방법을 되새겨야 한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비이성적 언행이 일어나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반사적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편도체의 과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 이중과정 모형에 따라 뇌는 시스템 1 사고를 우선으로 사용하는 것을 알았다. 시스템 1영역에서의 즉흥적인 일을 조정하여 인간관계 문제를 최소화하는 반복 훈련이 동반되어야 함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스트레스 상황이나 사람들로부터 고통과 불안을 처리하고 외부 세계에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그들이 부정적이거나 미숙하게 보여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불안과 걱정 등 부정적인 생각은 인간 생존에 관여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부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아를 보호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이해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감한 후 이성의 통로가 열린 다음에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다.

  심리 이해는 급한 상황에 대처할 응급 처치 방법을 익히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함으로써 서로를 배려하고 올바른 대응으로 원활한 대화와 더불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간관계도 형성해 나갈 수 있다. 네 가지 심리를 이해하고 익혀둔다면 이미 대화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