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때 숨어 산 사람이 있었으니,
성은 ‘조’요, 이름은 ‘가’이라!
뜻은 있었으나 때를 만나지 못하였다.
운명인 걸 어찌하리오!”

 

 

◎ 墓 碑 (묘비)

*무덤 묘(-14, 5)

*비석 비(-13, 5)

누구나 생전에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 있다. 훗날, 자신의 묘비를 누가 무어라 쓸지? 먼저 墓碑란 두 글자를 푹푹 삶아 익힌 다음에 중국 최초의 자찬(自撰) 묘지명을 소개해 본다.

자의 본뜻은 무덤에 속한 ’(land)이었기에 흙 토’()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없을 막/저물 모)는 발음요소였다. 옛날에는 땅 속에 파묻기만 했던 平土葬(평토장)’, 땅위로 볼록하게 흙을 쌓아 올린 封墳葬(봉분장)이라 구분했는데, 후에 무덤’(grave)을 통칭하여 라 하였다.

자는 돌을 다듬어 글을 새겨서 세워 놓은 비석’(tombstone)을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돌 석’()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낮을 비)는 발음요소로 뜻과는 무관하다.

墓碑(:)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碑石)’을 이른다. 자신의 묘비를 생전에 스스로 짓기도 한다.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의 효시는 중국 한() 나라 때 경학자 조가(趙嘉, 후에 趙岐로 개명)가 쓴 것이다. ‘맹자를 처음 책으로 엮은이로 유명하다. 그의 글에서 유래된 유지무시’(有志無時)는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된다.

 

한 나라 때 숨어 산 사람이 있었으니,

성은 , 이름은 이라!

뜻은 있었으나 때를 만나지 못하였다.

운명인 걸 어찌하리오!”

漢有逸人, 한유일인

姓趙名嘉. 성조명가

有志無時, 유지무시

命也奈何! 명야내하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 <고품격 한국어> 엮은이)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