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가 없으면 존경받지 못하고,
법도가 없으면 엄숙하지 못하다.”

◎ 肅 然 (숙연)
*엄숙할 숙(聿-13, 4급)
*그러할 연(火-12, 7급)
남들에게 존경받자면 ○○가 있어야 한다. 공란에 들어갈 말은?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은사님의 묘소 앞에서 숙연한 자세로 묵념하였다’의 ‘肅然’이란 한자어를 요모조모 뜯어보자. 학생은 한자어를 많이 알아야 공부를 잘하게 된다.
肅자는 ‘수놓다’(embroider)가 본뜻으로, 자수를 놓으려고 붓을 잡고 밑그림(도안)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본뜬 것이었다. ‘삼가다’(be cautious) ‘엄숙하다’(solemn) 같은 의미로 확대 사용되자, 본뜻은 繡(수놓을 수)자를 만들어 나타냈다.
然자는 ‘개 견’(犬), ‘불 화’(火→灬), ‘고기 육’(肉→月)이 합쳐진 것이다. ‘(불에) 태우다’(burn)는 뜻을, 예전에 개를 잡을 때 털을 불에 태우던 풍습을 통하여 나타낸 것이 자못 흥미롭다. 후에 이것이 ‘그러하다’(so)는 뜻으로도 활용되자 그 본뜻은 燃(태울 연)자를 따로 만들어 나타냈다.
肅然은 ‘분위기 따위가 고요하고 엄숙(嚴肅)한 그런[然] 모양’을 이른다. 숙연을 宿緣이라 쓰면 ‘오래 묵은 인연’을 이르며, 불교에서는 ‘지난 세상에서 맺은 인연’을 뜻한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를 아래 명언에서 찾을 수 있겠다. 원말명초의 소설가 나관중(羅貫中, 1330?-1400?)의 대표작에 나오는 말이다.
“예의가 없으면 존경받지 못하고,
법도가 없으면 엄숙하지 못하다.”
禮無不敬, 예무불경
法無不肅. 법무불숙
- ‘三國演義’ 제82회.
◎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
<고품격 한국어>,
<선생님 한자책> 저자.
(jeonkj@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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