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 소속 교수 30여명이 정부에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78년 설립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정부 출연 연구 기관으로 교육부 지원으로 외국교과서의 한국 서술 연구 및 각 나라의 교과서 정책을 분석하는 업무 등을 맡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 교수 28명은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철회하라"며 국정화를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치학, 사회학, 교육학 등 역사학 외에 각기 다른 14개 전공 교수 28명으로 실명을 올리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교수들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각계각층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선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학중앙연구원 역사학 관련 전공 교수 8명도 10월 27일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동시에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결의했다"며 "이는 학자의 양심과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교수들은 (앞서 발표한) 8명의 역사학 관련 전공 교수들의 결의를 적극 지지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7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학·고문헌관리학 전공 교수 10명 중 8명도 성명서를 통해 "국정교과서는 한국 사회가 일궈온 국제적 위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며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당시 이들 교수들은 "연구원 일부 교수가 현행 검정 교과서를 비판하면서 국정 교과서 도입을 찬성하고 있어 연구원 역사학 전공 교수들의 다수가 국정 교과서를 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국정 교과서를 찬성하는 교수는 역사학 전공에서 소수"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역사학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28개 역사관련 학회도 공동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와 국정 교과서 제작 불참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와 일선 교사 2만2000여명이 한국사 국정화 반대 서명을 하고 실명을 공개했고, 교육부가 전교조 지도부에 대한 검찰 고발 방침을 밝혀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중고 일선 교사 및 대학가, 역사학계를 비롯해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들조차 국정화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주 초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앞둔 시점에서 이들이 국정화 반대를 넘어 국정역사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해 국사편찬위원회의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