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의 교육체제, 그 변화를 모색한다

국가의 교육목표를 실현하려는 제도적 장치이자 교육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학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학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학제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학제개편은 어떤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에듀인뉴스가 연속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학제개편 담론 형성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편집자 주> 

김민조 청주교대 초등교육과 부교수

최근 ‘알파고’,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이 사회적·교육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학교 교육 위기론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학교가 지금과 같이 지식 위주 교육기관으로 존속된다면, 로봇 교사 등이 학교 교육과 교사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학교는 존재 이유를 상실하여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 교육 위기론은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학교붕괴’, ‘교실붕괴’, ‘공교육 정상화’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한국의 학교 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아졌다.

한편 2000년대 들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학교 교육은 새로운 세기가 요구하는 인재를 잘 길러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더 나아가 ‘학교가 꼭 존재해야 하는가?’, ‘학교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학교가 꼭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제시하면서 이 글을 출발하고자 한다. 학교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을 내재하고 있지만 ‘모든 인간이 배경에 상관없이 가장 자유롭고 공평하게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회적 제도’라는 신념을 필자는 가진다.

따라서 학교의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 보다는 학교의 존재방식에 대한 질문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이를 위하여 이 글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또는 살아갈 사회가 어떠한 사회인지를 먼저 탐색하였다.

그 사회 속에서 현재 학교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고 ‘앞으로 학교가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모색하려고 하였다.

1.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또는 살아갈 사회는 어떠한 사회인가?

지금의 사회는 21세기라는 세기의 전환 속에 지식사회와 지식경제사회, 4차 공간혁명 및 산업혁명 시대, 세계화와 개방화 및 인구구조의 변화, 가치관 및 생활양식의 변화와 노동인구의 변화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첫째, 지식사회와 지식경제사회이다. 지식사회는 지식의 습득과 전수를 넘어 지식을 응용하고 창조하는 등 지식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시되는 사회이다.

지식사회에서는 명시적 지식뿐만 아니라 암묵적 지식 모두 강조되고, 사실적 지식 (what)뿐만 아니라 방법적 지식(how)과 논리적 지식(why), 지식의 출처(where, who)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경제사회에서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타인보다 앞서서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내고, 지식을 창출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와 번영이 달려있다.

따라서 지식 창출 능력, 창의성, 의사소통, 문제 해결 역량 등을 갖춘 인재의 양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편 지식경제사회에서 개인은 사회적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에 따른 소득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협력이 존재하되 효율성 추구를 위한 일시적인 협력만을 추구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공동체 의식은 해체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사회와 국가 간 분열의 가속화와 불균형 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4차 공간혁명 및 산업혁명시대이다. 1차 도시혁명, 2차 산업혁명, 3차 정보혁명을 넘어 4차 공간혁명인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임진호 외, 2006).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을 통합하는 유비쿼터스 혁명은 모든 사물이 지능화·네트워크화됨으로써 개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조직의 생산성과 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된다(류영달, 2004).

이러한 연속 선상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이 바탕을 두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연속 선상에서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인지과학 등으로 상징된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 2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반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되면서 직업 세계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학자들은 전망한다(장필성, 2016).

이로써 개인주의 심화, 공동체성 상실, 노동자의 실업, 노동자들 간의 빈부격차 심화 등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셋째, 세계화와 개방화의 진전 및 인구 구조의 변화이다. 세계화는 정보화와 교통수단의 발달 속에 시장경제의 확대, 새로운 경제 질서의 출범 등 경제적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것은 정치, 문화적 측면의 세계화와 더불어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화 현상 역시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부정적 평가가 동시에 제기된다. 인류의 공동 문제에 대한 대응, 문화 및 의식의 지구촌화, 다양성, 개방성 등이 나타나고 있는 데 반해 사회 간 불평등과 갈등의 심화, 계층 간 경제적 격차 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넷째,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 삶의 방식이 다양화되고, 탈물질주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의 질 중시, 생태주의, 시민들의 참여 확대, 창의성 존중과 문화의 다양화 등이 강조되고 있다.

한편 지식기반경제사회 심화, 정보통신발달 등에 따라 경쟁주의, 개인주의 가치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가족 형태가 다양화되고 여성의 사회적 참여 및 경제적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2013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2%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구의 비율이 42.9%였다(통계청, 2014).

이러한 맥락에서 가정의 양육과 돌봄은 전통적 가정과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하고 일면 약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혹은 살아갈 사회는 창의성, 의사소통 역량, 문제 해결 역량 등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개인과 사회의 번영과 혜택의 정도는 달라지고 있다.

한편으론 경쟁주의 심화, 개인주의 심화와 공동체성 상실, 사회 불평등과 격차 등 사회 통합을 파괴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기도 하다.  

2. 현재 한국 학교는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은 배움이 일어나지 않고, 행복하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우리 교사들은 수업에 집중할 수 없고, 행복하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학교는 최근 공교육의 가치 회복이라는 맥락 속에서 다양한 학교혁신들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식전달 중심의 수업, 학생들의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 학습의 부재, 전통적 시스템에 기반을 둔 학교 체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우선, 지식전달 중심의 수업이다. 사회는 지식의 단순한 습득이 아니라 지식을 창출·적용하는 지식 활동을 수행하는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구성주의 패러다임, 복잡성 과학, 협동학습, 배움의 공동체, 거꾸로 수업 등 다양한 차원의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현장에서는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교사주도의 강의식·설명식 수업이 여전히 많이 행해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습의 과정에서 주체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외부로부터 주어진 정답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면서 학습 과정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둘째, 학생들의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 학습의 부재이다. 사회는 개인주의 심화와 공동체성 상실, 경쟁주의 심화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들은 배려, 도덕성, 책임감, 성실, 인내 등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더불어 사는 능력’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 및 무시, 학생들의 결석률과 중도탈락률 증가, 왕따 및 학교 폭력 등의 현상과 연결고리를 가지면서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전통적 시스템에 기반을 둔 학교 체제이다. 사회는 개방성, 다양성, 생태주의, 시민들의 참여 확대 등의 가치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학교장과 교사는 관료적 구조에 기반을 둔 위계적 관계, 교사들은 경쟁적 관계, 개인주의 문화, 학교구성원간 의사소통의 왜곡 및 소외 관계, 권위주의적 의사결정 등 전통적 시스템에 기반을 두어 학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3. 한국의 학교는 어떠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혹은 살아갈 사회에서 ‘한 인간’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의미 있게 성장하기 위하여 과연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어떠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

학교는 지식사회와 지식경제, 4차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역량을 키우고, 이 사회에서 초래되고 있는 여러 파괴적인 힘들을 상쇄시킬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기르도록 우리 아이들을 준비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학교는 지식전달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 교육, 인성교육 및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학교의 기능 재정립 방향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들도 유사한 의견을 보여주고 있다(이혜영 외, 2008).

교사와 학부모는 대체로 학교 교육이 지식 교육 중심에서 벗어나 인성교육과 돌봄의 기능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학교의 중점 기능에 있어 우선순위에 좀 차이를 보였다. 교사의 경우 지식 교육+인성 교육에 가장 많이 응답한 데 반해, 학부모의 경우는 지식 교육+인성 교육+돌봄을 1순위로 응답하였다.

학교의 돌봄 기능에 대해 좀 다른 입장을 보이는 듯 하지만 대체로 학교의 기능이 지식 교육 중심으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식사회에서 ‘지식’이라는 키워드는 아주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가 근대 학교에서 중요시해 왔던 지식 전달과 습득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단순한 지식 소비자로 기능하는 데 그 교육적 기능이 머문다면, 학교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로봇교사, 사이버 공간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자기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 방법을 통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도록 학생들을 준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학생들이 배움에서 주인되는 수업을 통해 실현 가능할 것이다. 지식사회와 정보화 사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상황들에 적극 대응하고 사회통합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인성적 역량을 갖추는 것 역시 필요하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배움이 살아있는 수업 및 교육활동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 함께 살아가는 방법,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등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 즉 인성적 특성을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될 것이다.

가정 형태의 다양화와 노동인구의 변화에 따라 가정의 돌봄 기능이 약화되면서, 학교의 돌봄 기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교가 감성적 차원으로 그 기능을 확대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 돌봄 기능의 강화는 의미 있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학교의 돌봄 기능은 보육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으로서 교육활동이라는 맥락에서 돌봄 기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안한다.

물론 돌봄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가지지만 배움의 필요조건으로 학교의 돌봄 기능을 바라보는 것이 학교 교육의 맥락에서 더욱 타당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