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개편-특별기획]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화를 위해 ‘학제’를 다시 생각해보자
[학제개편-특별기획]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화를 위해 ‘학제’를 다시 생각해보자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7.02.09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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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정책이 바뀌어야 학교가 변한다 ⑥

국가의 교육목표를 실현하려는 제도적 장치이자 교육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학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학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학제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학제개편은 어떤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에듀인뉴스가 연속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학제개편 담론 형성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편집자 주> 

신현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학제란 무엇인가?

각급 학교는 학제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이다. 따라서 학제란 학교의 종적 단계성과 횡적 계통성이 결합하여 완성된 국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학교들의 종적·횡적 연결 구조 혹은 연결망이라고 할 수 있다.

계통성은 어떠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 또는 어떤 계층의 취학자를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며, 단계성은 어떠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가 혹은 어느 정도의 교육수준인가를 나타낸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볼 때, 학제란 ‘국가의 교육목표를 실현하려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학교 교육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의 교육목적과 교육 기간, 교육내용을 설정하며, 종적으로는 교육 단계 간의 접속 관계를, 횡적으로는 학교 교육과 학교 외 교육 및 교육 과정 간의 연결 관계를 규정함으로써 국민교육의 운영을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신현석 외, 2015: 271).

학교 단계와 학교 계통별 학교 간의 접속과 분화 관계 및 연계에 따라 학제는 보통 단선형 학제(single ladder system), 복선형 학제(dual ladder system), 혼합형 학제(또는 분기형 학제), 단선형 학제 등으로 구분된다(김영철 외, 2004: 11).

단선형 학제는 단계성을 중심으로 하는 학제로 모든 국민이 하나의 학제를 통하여 교육을 받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보통교육과 민주교육의 실현에 적합한 학제라고 할 수 있다(신현석 외, 2015: 272).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학교에 다닐 수 있고 그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학제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 발달하여 전 세계에 보급되었다.

한편, 복선형 학제는 계통성을 중심으로 하는 학제로 상호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이상의 학제가 별도로 존재하는 학교 체계이다.

과거 귀족 혹은 지도자 계층을 위한 학교와 평민 혹은 서민 계층을 위한 학교가 분리된 경우처럼 개인의 사회적 신분이나 출신 계층 등의 천부적인 능력 유무에 따라 학교 계통을 구분하여 적용하는 복선형 학제는 유럽형 학제이다(김영철 외, 2004: 12).

그리고 절충형 학제는 초․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등 저학령기 학교는 모두 통일된 하나의 학교 계통을 두고, 그 상급학교 단계에서는 복수의 학교 계통으로 나누어진다(신현석 외, 2015: 272).

예를 들어, 중학교 의무교육을 마친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직업기술 교육을 선호하여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경우와 대학 진학을 위해 인문계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로 나뉠 때 분기형 학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분기는 대학에 진학할 때도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나선형 학제는 국민들이 교육을 받아야 할 최소 기간을 16년 정도로 설정해 놓고, 지역의 여건에 따라 학교 유형 및 수업연한을 다양하게 설계하는 학교 제도이다(김영철 외, 2004: 13).

우리나라의 학제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학제는 기본적으로 6-3-3-4의 학령 단계를 지닌 단선형 학제이나 엄밀하게 말하면 각급 학교 단계별로 특별학제에 속하는 학교들을 두고 있는 절충식 분기형 학제이다(그림 참조).

분기형 학제는 보통 각급 학교단계의 정규학교가 주류를 이루는 기본학제와 단계별로 정규학교를 이수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여러 개의 우회적인 학교들을 두어 정규 교육을 보완하는 특별학제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기본학제는 국민 대다수가 졸업하게 되는 학교인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간학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편, 방계 학제라 불리기도 하는 특별학제는 기본학제의 학교를 이수하지 못한 학생이 이 계통에 속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계통의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고, 특별학제에 속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기본학제에 속하는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도 허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별학제의 학교들은 기본학제의 학교들에 비해 수업내용이 적거나 재학연한이 짧은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특별학제에 속하는 학교로는 공민학교, 고등공민학교, 방송통신고등학교, 방송통신대학, 산업대학교, 고등기술학교 등 각종 학교가 있다(신현석 외, 2015: 272-273).

현행 학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가 68년간 고수해온 단선형 학제이다. 그동안 학제 개편에 대한 꾸준한 시도가 있었고, 여전히 학제 개편에 대한 요구는 진행형이다.

학제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김영철 외, 2004; 박재윤 외, 2007; 한국교육개발원, 2006a, 2006b; 한국교육학회, 2006).

첫째는 현행의 학제 구조와 운영면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구조적인 측면에서 현행 학제는 학교 유형의 사회적 적합성 문제, 16년이라는 수업연한, 특별학제의 성격과 조직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고, 운영적 측면에서는 인력수요 대 사회수요의 갈등, 평준화와 수월성 교육의 문제, 실업교육체제의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둘째는 미래의 교육환경에 대비한 학제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현행 학제는 무려 68년 지속되어온 구시대의 학제로 그동안 시대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현 학제를 유지 하는 것은 각급 학교의 학령 유지 기간이라는 낡은 틀 속에 갇혀 시대의 변화와 속도에 지체되는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학제의 틀을 재구조화하여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수업연한의 재조정과 새로운 교육목표의 설정,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학술적으로도 현행의 고착화된 학제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교육심리학적으로 현행의 학교급별 수학 연한과 교육내용은 인간의 발달단계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인간의 발달단계는 시대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인데 이미 오래전에 구축된 현 학제는 요즘의 청소년 발달 수준과 미스매치를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교육과정학의 측면에서도 제기될 수 있는 문제이다.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화를 위한 학제 개편

특별히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지능정보사회의 도래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학교 교육의 패턴과 방식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물리학, 생물학 등이 융합되어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3D 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진보를 바탕으로 사회의 구조와 형식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이다.

이 시대에는 학습자에게 필요한 능력과 역량의 변화로 인해, 이에 부합하는 교육목표와 내용, 그리고 방법의 혁신이 요구된다.

World Economic Forum(2016)은 미래 인재역량을 능력(인지능력, 신체 능력), 기본 역량(직무내용 역량, 직무처리 역량), 다기능 역량(사회적 역량, 시스템 역량, 문제 해결 역량, 자원관리 역량, 과학기술 역량) 등으로 정리하여 학교가 이러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경직된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급별로 주어진 교육목표와 경직된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방식에 의해 위로부터 주어진 교육방식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적용되고 다양한 운영 경로를 통해 삶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점증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에서 교육과정의 바람직한 운영 방식은 다양한 목표에 따라 맞춤형 교육과정의 개발 및 운영, 그리고 학생의 수준에 따라 개별화된 프로그램의 적용이라는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화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신개념의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학교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이혜영 외, 2008; 계보경 외, 2014; 최상덕 외, 2014; 김경애 외, 2015).

첫째, 학제를 필요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급간 학교 통합이 필요하다. 일종의 기존 학제의 학교 급간 구분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기존의 학년-학급 체제별로 고착화되어 있는 집단적 학습에서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개별화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학제 유연화, 무학년제, 무학급제, 경험 학습인정제 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활동의 범위를 교육과정으로 고정하지 않고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더 나아가 지구촌과 연계하여 배움의 환경을 확대하여 울타리 없는 학교 교육을 실현한다.

넷째, 교육행정체제의 개편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여 학교를 교육활동의 자족적인 공간으로 전환한다.

다섯째, 평가방법을 다양화하여 학생의 삶과 진로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개별 평가를 지향한다. 여섯째, 교사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여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디자이너, 컨설턴트, 네트워크 관리자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교원 교육을 재편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더라도 학제 개편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학제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두더라도 얼마든지 부분적인 변화를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학교 체제 및 교육과정의 운영은 가능하다.

그동안 학제 개편이 수차례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로 시도되었지만 결국 실패했던 것은 기본 구조의 근본적인 변경에 초점을 맞추어왔기 때문이다.

지능정보사회의 교육 목표와 내용이 지금과 현격히 다른 것으로 운위되고 있지만 그것은 지금 우리가 해왔던 것의 연장선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학제도 연장선상에서 보다 융통성 있고 유연한 제도의 보완을 통해 시대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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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정 기자  hjkara@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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