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강원도교육청 교육과정과 장학관

들어가며

1992년 초등학교 교과전담제 도입 당시 교육부는 ‘생활지도 및 전 교과목의 학습지도를 담당하는 학급 담임교사와 달리 특정 교과 수업만을 전담하는 교사이다.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것은 특정 교과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함과 아울러 고학년 담임교사들의 수업시수를 경감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기능적인 이유에서이다’라고 목적을 밝혀 두었다.

현행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학급담임제를 중심으로 교과전담제를 병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등학교도 중등학교처럼 교과담임제를 중심으로 교과 전문성을 강화하여 수업의 질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있으나 ‘초등학교의 교육은 학생의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 배양과 기본 생활습관 형성, 바른 인성의 함양에 중점을 둔다’는 초등학교의 교육목표를 고려할 때 학급담임제를 근간으로 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교과담임제 중심의 중등교사와 비교할 때 초등교사의 고학년 교사는 수업 시수가 많고, 전 교과를 가르쳐야 하는 수업 부담과 함께 교과 전문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초등교사의 수업 부담 경감과 수업의 질 향상 방안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부터 꾸준히 거론되어 오다 1992년부터 제도로 시행되어 현재 교과전담제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이 걸린 셈이다.

그간 교과전담제는 학교 현장의 현실과 교사 당사자나 동료 교사·학생·학부모의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며 어떤 식으로든 뿌리를 내려왔다.

초등학교에서 교과전담제의 운영은 당초의 목적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본 후 그에 따른 개선 방안에 대해 개인적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과전담제 운영 현황

1. 도입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07)에 의하면, 1960년대 초, 이화여자대학교 사범 대학 부설초등학교에서 음악, 미술, 체육, 과학에 한정하여 ‘교과전담제’를 실험적으로 실시한 이후, 1970년대 후반에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와 일부 사립 초등학교에서 예·체능 교과를 중심으로 하여 4, 5, 6학년에서 교과전담제를 실험·연구하였다.

그러나 ‘수행 중심 교과’에 대한 교과전담제의 실험적 적용과 연구 결과는 교과전담제의 시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로 이어지지는 못하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도적 장치에 대한 요구가 교원 단체에서 제기되었다.

초등 교사의 수업 부담 경감 방안으로 교과전담제의 시행 요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자, 교육부는 1991. 7. 16.에 발표한 제7차 경제 사회발전 5개년 교육 부문 계획안에 초등학교 예·체능 교과전담제의 단계적 적용을 확정하여 포함하였다.

그리고 1992. 9. 6.자로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에는 ‘초등학교 교과 전담 교사를 둘 수 있다’고 명시하였고, 1999년에는 ‘교원자격검정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초등 교사의 교사 자격증에도 전담교과명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임미경, 2003:1-2 재인용).

2. 운영 현황

가. 적용 교과 및 학년, 주당 수업시수
제도 도입 당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3조 2항은 ‘초등학교에는 각 학급 담당교사 외에 체육, 음악, 미술, 영어, 기타 교과의 전담을 위하여 교과전 담교사를 둘 수 있으며, 그 산정 기준은 학교별로 3학년 이상 3학급마다 0.75 인으로 하되 학교별 배치 기준은 관할청이 정한다’로 밝히고 있어 특별한 기능과 소질이 요구되는 예·체능과 영어, 기타 교과로 전담할 수 있는 교과와 적용 학년을 제시하였다.

이후 2013. 2. 15.자로 시행령 개정에 따라 교과전담 교사 배치 근거는 조문에서 삭제되었다. 각 시·도교육청이 교과전담교사 운영 계획을 제시하면, 단위학교에서는 학교장이 3~6학년에 전담교사의 배치가 요구되는 교과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래의 <표 1>은 강원도교육청의 2016학년도 초등학교 교과전담교사 운영계획이다.

교과전담교사의 운영 방향 및 수업시수 기준, 유의 사항 등을 정하여 제시하고 있다. 도입 초기 교과전담 교과목을 명시한 데 비해 구분을 포괄적으로 하고, 최저 담당시수 및 제한 사항 등을 안내하였다.

2013년도에 시행령에서 교과전담제 관련 조문이 삭제된 것도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것으로 보고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과전담제 운영 초기에는 교과전담 교과목 선정의 우선순위를 적용 대상 학급담임들의 필요보다는 전담교사가 가능한 교과목이 선정됨으로써 학급담임교사와 교과전담교사 간의 갈등 요인이나 학생·학부모의 불만요인이 되기도 하였으나 점차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와 필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 왔다.

김성일(2012)에 의하면 교과전담제 운영 교과 선정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전체 교사들의 협의에 의해’(34.6%), ‘전담교사의 희망에 따라’(27.5%), ‘학년 담임교사들의협의에 의해’(20.4%), ‘관리자의 의도에 따라’(17.4%)로 응답한 것으로 보아 일부에선 여전히 전담교사의 실정에 따라 운영하기도 하는데, 지역별로는 읍면 지역보다 시 지역에서 전담교사의 실정에 따른 운영 사례가 더욱 빈번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실정이란 대체로 교사의 질병, 허약, 원로, 임신 중이거나 기타 개인적 사정을 들수 있겠다.  주당 수업시수는 시·도교육청 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16~20시간 내외로 운영하고 있고,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위의 <표 2>와 같이 2016년도 교과전담 교사의 주당 평균 수업시수는 17.6시간으로 나타났다.

적용 교과는 인원수를 기준으로 과학, 도덕, 영어, 체육, 미술, 음악 순으로 교과 전담교사를 배치하고 있다.

‘도덕’ 교과가 전담 교과목으로 배정된 것이 학교 구성원의 요구에 따른 배치라는 흐름에 다소 역행하는 듯 보이는데, 이는 전담교사의 실정을 고려하여 선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 교과전담제에 대한 인식 현재 초등학교에서 교과전담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선 대다수의 교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교과전담제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제도 자체는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고 보인다.

교과전담교사에 대한 선호도는 한마디로 단정을 내리기 어렵다. 일부에선 매우 선호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선 학급담임교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학교 실정이나 규모, 학교문화, 인적 구성 등 다양한 변인들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며 선호하는 측에선 1, 2개의 교과를 담당하면서 교과 전문성이 증진되고, 교재 연구 및 교수·학습의 질이 향상되고, 학급담임교사에 비해 사무나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개인적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그에 비해 학급담임교사를 선호하는 입장은 소속감, 학생생활지도의 용이, 학급담임교실을 전용하여 사용함에 따른 심리적 안전성 등을 들었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교과전담제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일관성 있는 응답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교과전담제의 명(明)과 암(暗) ‘교과전담제’는 고학년 담당 교사들의 수업 부담을 경감시키고, 교사들의 교재연구 시간을 확보하게 한다는 점에서 초등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의 질 향상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제도는 특히 예·체능, 영어 등 수행 중심의 교과에 대한 교사들의 교수·학습 지도 전문성 신장을 통하여 예·체능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교과전담제는 여전히 교과전담교사의 교과 전문능력과 자질 부족, 교과 전용시설 미비, 학급담임교사와 교과 전담교사 간의 상호협력성 미흡 등이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반가운 점은 도입 초기의 교과전담제의 운영 중점을 초등교사의 근무부담 경감 차원에 두어, 학습자에 대한 고려가 도외시되었던 데 비해 현재엔 학습자의 요구나 필요를 중요하게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교사 협의회나 교내 인사자문위원회 등의 학교 내 민주적 의사결정 장치도 제도의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3 효율적인 운영 방안

교과전담제의 운영 현황과 그에 따른 명과 암을 거칠게 제시해 보았다. 현행 초등학교에서 학급담임제를 중심으로 교과전담제를 병행하는 방식은 향후에도 유지·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과전담제가 좀 더 효율적이고 발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사항이 보완되어야 하겠다.

교과전담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 중 첫 번째는 교과전담교사의 전문성 미흡이다. 교육대학 등 초등교사 양성 교육기관에서는 교과 전문성을 갖춘 예비교사들을 배출하고 있고, 현장에서도 교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교사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전문성 미흡에 대한 거론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의 핵심은,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교과전담교사로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대학의 학제가 4년제로 변경됨에 따라 전공심화과정 시간이 증가되어 예전에 비해 교과 전문성을 지닌 인적자원이 풍부함에도 학교 내의 여러 가지 이유 등으로 교과전담교사 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교과전담교사의 전문성 문제는 학생 생활지도나 학교만족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한 가지 요인은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다른 요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결국은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하겠다.

둘째, 교과전담교사에 대한 교과 전문성 향상 및 교수·학습방법 개선 관련 연수를 관할청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교사 스스로도 부단한 자기 연찬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강원도교육청은 2017년도부터 교과별 직무연수 강화가 핵심인 ‘생애주기 직무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셋째, 학급담임교사와 교과전담교사는 독립적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돕는 공동의 책무를 지닌 존재들이다.

학생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나 협력관계를 유지할 때 교과전담제는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넷째,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실 수업도 변해야 한다. 분과냐 통합이냐 양자 간의 택일 문제에 골몰할 때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고학년에서도 1, 2학년 교육과정처럼 통합수업이 이루어지거나 프로젝트 수업, 융합 수업 등 제도 차원을 넘어 그 중심에 학생을 두고 교실 차원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맺는말

교과전담제 운영은 학교 구성원 간, 구성원과 상황 간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제도는 학교의 토대를 바탕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된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학교의 토대도 변하고, 교사나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도 변해왔다. 교과전담제가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고 있다는 긍정적 성과를 이야기하는 한편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공존하고 있다.

제도가 의도하는 바는 일방적으로 현장에 착근되지 않는다. 교과전담제가 성공적이고 발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학교 토대 위에서 학생을 중심에 두고, 운영 주체들이 타협과 협상의 과정을 통하여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