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억 서경대 교수, 사단법인 한중교육교류협회장

세계 1위 수출제품 보유순을 보면 전 세계 6,681개 제품 중 미국 1,830개, 중국 429개, 일본 108개, 한국 35개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보다는 한참 떨어지지만, 일본이나 한국보다는 1위 제품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논문 및 특허출원수를 보면 중국의 과학기술논문비중은 이미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고, 특허출원건수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공과학기술경비는 2014년 기준으로 약 55조 원으로 나타나고 있고, 전국의 연구개발경비는 약 266조 원인데 이중 대학연구개발비가 57조 원에 달하고 있다. 당연히 교육도 그 수준이 높아지면서 교육선진국을 향해 나가고 있다.

2016년 QS 아시아대학 순위평가에서 아시아 350위 안에 중국이 가장 많은 82개 대학을 배출했다. 한중일 3국 상위 10개 대학 평균 순위를 비교해보면 2009년 63.8위였던 중국은 2016년에는 25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일본 24위, 한국 24.8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미 한일 양국을 뛰어넘을 일만 남은 것이다. 또 브릭스(BRICS) 5개국을 대상으로 한 ‘400대 대학’ 순위에서도 중국 대학들은 1위부터 5위까지를 석권했다. 400대 대학 전체로 봐도 중국 대학이 112곳을 차지해, 5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대학을 순위에 올린 나라가 됐다.

이러한 순위상승은 대학들의 재정 상황을 볼 때 예견된 일이었다. 중국 유수 대학들의 연간 운영비는 칭화대, 저쟝대의 경우 2조 원을 상회한다. 엄청난 예산이 대학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12월 국제학력평가기구(PISA)는 상하이(上海)가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1등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를 분석해보니 최상위 5% 학생의 평균점수는 한국 최상위 학생보다 21~68점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만으로 중국교육의 전체수준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교육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중국교육의 발전과 비례해 중국의 경제·사회발전에서 우수인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금융위기를 예측한 화폐전쟁의 저자인 쑹훙빙(宋鴻兵), 달 탐사 프로젝트의 총설계사인 쑨자둥(孫家棟) 등은 모두 중국 내에서 공부한 사람들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런 교육발전의 모습은 일선학교현장에서도 목격된다.

항주의 한 초등학교에 가면 3D 프린터로 수업한다. 한쪽 교실에선 로봇조립을 한다. 이 학교는 항주에서 일반수준의 학교이다. 필자가 작년에 칭다오교육국 초청을 받아 칭다오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칭다오시 재난교육센터를 방문해서 재난교육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그 센터 내에는 지하철 재난훈련시설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불이 났을 때, 또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비하는 훈련이었다. 놀란 것은 바로 지하철 재난대비훈련이 바로 한국의 대구 지하철 참사를 교육자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잘 만들어진 재난교육시설을 보면서 우리도 이런 시설이 지방 곳곳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면 중국 교육을 한마디로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념적으로 보면 중국은 분명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이다. 당연히 교육도 이런 색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색채는 중국 교육이 가진 대표적인 교육이념인 우홍우전(又紅又專)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중국 교육의 외형은 자본주의와 많이 닮아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자주 중국 교육이 한국 교육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우홍우전(又紅又專)

우리는 중국을 볼 때 사회주의 국가면서도 너무 자본주의적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따라서 교육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본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중국은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교육방침이나 철학도 자본주의적일까? 그렇지 않다. 겉으로는 자본주의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중국 교육의 밑바탕에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이념과 철학이 담겨져 있다.

중국의 국가교육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우홍우전(又紅又專)’이란 무엇인가? ‘홍(紅)’은 사회주의 정치노선과 마르크스의 입장, 관점, 방법 등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그 핵심은 사상과 정치측면에서 네 가지의 기본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기본 원칙이란 사회주의 방향, 인민민주전제정치, 공산당의 지도와 마르크스, 레닌주의, 모택동의 사상이다. 한편 ‘전(專)’ 은 바로 전문적인 지식을 말하는 것으로써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홍’은 이념표준이고, ‘전’은 업무표준인 셈이다. 이런 ‘홍’과 ‘전’의 관계에 대해 중국개혁개방의 설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은 생전에 “전(專)은 홍(紅)과 동급이 아니다. 그러나 홍(紅)은 반드시 전(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양자는 서로 보완적인 것이며,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우홍우전형 인재육성을 위해 중국은 학교 교육에서 사상정치교육을 매우 중시한다. 이렇게 사상정치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상정치 교육만이 사회주의 사회를 이끌 후계자를 양성하는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부는 각급 학교에 사상정치 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부단히 내리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의 도입이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를 가져와 사회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신념이 약해져 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 사상정치교육은 학교교육과정의 사상정치 과목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상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학부모들은 사상이나 이념교육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기 자녀가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입학시험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공부에 시간을 뺏기는 것을 적극 반대한다.

따라서 사상정치교육이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큰 교육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중국에는 소년선봉대나 공산주의 청년단 같은 조직이 있어 학교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사상정치교육의 부족한 면을 메워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조직이 우홍우전을 지키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우홍우전은 여전히 사회주의 중국교육의 미래이자, 가늠자이다.

중국의 교육발전전략

우홍우전이 중국 교육의 이념 역할을 한다면 커쟈오싱궈(科敎興國), 선택과 집중, 인재강국(人才强國)은 중국 교육의 핵심발전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커쟈오싱궈(科敎興國)’는 과학과 교육을 통해서 국가를 발전시키자는 전략이다.

커자오싱궈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을 발전시키려면 과학발전이 필요하고, 과학을 발전시키려면 교육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출발했다. 이 전략에 따라 중국 정부는 교육을 우선 발전시키는 정책을 펴왔다.

그리고 천문학적 예산의 투입은 교육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커쟈오싱궈가 교육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선택과 집중’은 중국 교육이 세계와 겨룰 수 있도록 해준 든든한 지원군이다.

선택과 집중은 필요한 곳에 인력과 금력을 집중시켜 먼저 발전시키자는 전략이다. 211공정과 985공정은 중국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표현된 대표적인 정책이다. 211공정은 100개 정도의 대학을 세계선진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211공정을 위한 총투자금액은 135억 2,300만 위안으로 한화 약 2조 4천억 원에 달한다. 단순한 수치로만 보면 한 학교당 약 240억 원을 투입한 것이다.

중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천문학적 예산이다. 그러나 100개 대학을 모두 세계선진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루 예산을 배분해 지원하다 보니 어느 대학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소수정예 원칙 아래 집중투자를 하기 위해 211공정과는 별도로 일류대학 육성사업을 추진했는데 그것이 바로 985공정이다. 985공정은 세계수준대학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표출된 프로젝트다.

국내 국내총생산의 4%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38개 대학이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대학에만 집중과 선택전략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과거부터 중국 초·중· 고등학교에는 중점학교제도가 있었다. 중점학교란 선택과 집중원칙에 따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학교이다.

지금은 이 제도의 부작용 때문에 초·중 학교의 경우 중점학교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실험학교 등 다른 형태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고교의 경우 여전히 중점학교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당연히 중점학교는 일류학교로서 입학하기가 매우 어렵다. 보통 이런 좋은 학교에는 지방정부나 기업의 중점지원이 있고, 기부금 입학이 허용되다 보니 재정적으로 학교를 발전시킬 충분한 재원확보가 가능하다.

중국정부의 인재강국정책도 중국교육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인구대국에서 인재강국으로 나아가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03년에는 인재의 개념을 과거 직급이나 학력 등에 의해 구분되던 인재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외국인재 영입을 통해 내부인재 부족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외국인재 영입은 한편으로는 내부인재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또 더 나아가 2010년 중국교육중장기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인재강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만천하에 천명했다. 2020년까지 전인구의 50%를 교육시키고, 과학기술인재양성에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 혁신형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실시하는 ‘만인계획’은 인재강국을 만드는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상 언급한 세 가지 전략은 중국 교육을 움직이는 요체이자, 살아 숨쉬는 생명체이다. 중앙, 지방,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협동 작전이다.

아직 중국의 교육은 세계의 선진수준과는 격차가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수준에 머물러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한 단계 뛰는 모습이 목격됐으니 말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이 분발해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