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이란?

2015년 9월 23일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교육부, 2015).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진로 및 진학 경로를 막론하고 모든 학생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공통 필수과목으로 통합사회와 더불어 통합과학을 신설한 점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은 ‘모든 이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을 목표로, 과학적 소양 함양과 탐구 방법 습득 및 학생의 적성을 고려한 진로교육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목표로 개발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포함하여 제6차 과학과 교육과정의 ‘공통과학’, 제7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1학년 ‘과학’,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 등의 경우, 학생들이 이공계열 혹은 인문사회계열 등으로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을 이수하기 이전에, 고등학교 1학년에서 공통으로 이수하는 교과목에 해당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 교과목은 계열을 막론하고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배운다는 학습의 범위를 가리킬 때는 ‘공통과학(Common science)’으로 불리고, 교과목의 성격은분과 과학이 아니라 ‘통합과학’을 특징으로 한다.1)

1) 통합과학이라는 표현은 학문중심의 전문가 양성을 위한 개별(separate) 과학과 대비되는 것으로, 일반교육의 일환으로서 과학교육을 위한 일반과학(general science) 혹은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즉, 공통과학이라는 표현은 학습의 범위를 나타내는 것이고, 통합과학이라는 표현은 교과목의 성격을 나타낸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따라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은 학습의 범위로는 모든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공통과학이면서, 과학영역 간 통합을 특징으로 하는 통합과학이다.

달리 말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은 공통으로 배우는 과목의 성격을 통합(Integrated) 과학으로 바꾸었을뿐 과목의 성격이나 구성은 기존 6차 교육과정의 ‘공통과학’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교과목 명칭이 다를 뿐 교과목의 성격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제6차 교육과정에서 도입된 ‘공통과학’, 제7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1학년 ‘과학’ 등은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의 과학(초등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융합형 ‘과학’은 선택교육과정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다가 2015 개정 ‘통합과학’은 다시 공통교육과정으로 분류되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물리 Ⅰ, Ⅱ, 화학 Ⅰ, Ⅱ, 생명과학 Ⅰ, Ⅱ, 지구과학 Ⅰ, Ⅱ 등과 차별화되는 ‘통합과학’의 ‘통합’은 무엇을 의미할까?

2015 개정 통합과학은 기존 공통과학이나 융합과학과는 무엇이 다른가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통합(Integrated)’ 과학이란 학교 과학을 구성하는 둘 이상의 과학 분야들의 통합된 양상을 가리키며, 이는 학생들의 실생활 경험과 가장 유사하다는 전제에 근거한 것이다(조정일, 1993). 과학과에서 통합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방법으로는 지식 중심의 통합, 사회문제 중심의 통합, 개인 흥미 중심의 통합 등이 있다(손연아, 2009).

고등학교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통합 혹은 융합된 교육과정은 제6차 교육과정의 ‘공통과학’에서 명시적으로 등장하였다.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과학과 전 영역을 포괄하는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는 공통필수 과목으로 ‘공통과학’을 설정하였다. 제6차 교육과정의 공통과학에서는 에너지, 환경 등과 같은 통합적 과학 주제를 통해 과학과 기술 및 사회의 관련성을 강조하고 과학 지식의 종합적 이해 및 문제 해결에 활용 가능한 과학에 초점을 두었다.

즉, 급속히 발전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과학 기술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과학 과목을 사회적 필요와 접목한 것이다.

이후 제7차 교육과정에서도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일환으로 고등학교 1학년 ‘과학’을 통해 통합된 과학 교과를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제7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과학’은 제6차 교육과정의 과학·기술·사회(STS)2)의 기본방향을 계승하면서, 과학의 분과적, 단편적 지식전달보다는 기본 개념을 유기적,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교육부, 2001).

2) STS라는 용어는 1970년대의 과학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STS에 관심을 가졌던 일부 과학교육자들이 그 정신을 학교 과학교육에 반영하면서 ‘STS교육’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송진웅, 1999).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융합형 ‘과학’의 경우에는 융합인재교육을 강조하면서 교육과정을 주제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구성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2011). 특히 융합형 ‘과학’에서는 과학 분야들 간은 물론 과학과 수학·기술공학·예술 등 다양한 학문을 연결하여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새로운 통합 교육의 대안으로 STEAM 교육을 제시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2010).

우리나라의 융합인재교육(STEAM)은 STEM의 과학, 수학, 기술, 공학에 예술적 감성(Art)까지 추가함으로써 미래사회 핵심역량인 창의 융합적 역량과 인성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교육부, 2010). 융합인재교육(STEAM)은 다양한 교과들 간의 연계성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체험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에서는 미국의 차세대 과학기준(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 NGSS)의 관통개념(Crosscutting concepts)을 벤치마킹하여 핵심개념(Big ideas)을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구성하였다.

여기서 핵심개념이란 분과적인 주요 개념들을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으로 다양한 과학적 현상뿐만 아니라 과학 외의 다른 분야와 연계된 현상에 관해서도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개념을 가리킨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5).

예컨대 물질과 규칙성, 시스템과 상호작용, 변화와 다양성, 환경과 에너지 등과 같은 과학 분야의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관련 내용을 연계함으로써 하나의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도록 성취기준을 진술하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융합형 ‘과학’에서 현대과학의 주요 성과를 대변하는 개념들을 망라하였다면, 2015 통합과학에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은 물론 타(他)교과 및 삶 자체와 맞닿아있는핵심개념을 통해 자연과 문명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요컨대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이수하는 고등학교 ‘과학’ 교과목의 경우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구체적인 통합의 초점이나 성격은 조금씩 달라져 왔지만, 모두를 위한 과학 소양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과학 소양이란 “과학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사회적 경험에 적용하는 것”(Hurd, 1958: 13)으로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 과학지식의 활용, 과학의 특징인 탐구에 대한 이해와 활용, 과학 및 기술과 사회·환경의 관계에 대한 이해, 과학 관련 문제해결에 참여 등을 특징으로 한다(전승준 외, 2017).

통합과학을 누가 가르칠 것인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 신설과 관련하여 학교현장에서 통합과학을 가르치고 신설 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을 교원 양성기관에서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교원 정책적 대응 요구에 부응하여 현재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과학 교원의 통합과학 지도 자격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기초연구를 통해 명칭이 다를 뿐 제6차 교육과정의 공통과학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은 ‘통합’ 과학이라는 성격을 공유하므로 동일한 교과목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즉, 기존 공통과학 교사자격증3) 취득을 위해 교원양성기관에서 이수해야 할 기본이수과목이 동일하며, 중학교 ‘과학’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통합과학’도 과학 네 개 영역의 통합된 내용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 등을 근거4)로, 기존 ‘공통과학’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과학교사는 2015 개정 통합과학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3) 공통과학교사 자격이 본격적인 의미를 지니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월 28일 개정 고시된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에서부터이다. 그 이후 종래의 중등 과학과 표시과목에 공통과학을 도입하였으며, 2000년도부터 임용시험에서 기존 전공(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에 추가하여 공통과학과 교사를 선발, 임용하였다. 과학교사 양성에 관한 정부의 고시 <교육과학기술부고시 제2008-119호(2008.8.1.)> 등에 따르면 “공통과학 표시과목 자격증은 공통 교육과정의 ‘과학’(7~10학년) 담당 자격증”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공통과학 교사는 중학교의 과학과,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교과내용을 포함하는 고등학교의 공통과학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그 당시 각 사범대학의 과학교사 교육 프로그램이 중학교의 과학 지도에 필요한 물리, 화학, 생물 및 지구과학 네 개 과학 분야의 배경지식을 길러 주지 못한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학교의 과학 교과는 이들 네 개 분야를 통합한 ‘과학’으로 편성되어 있다(이학동, 1986). 따라서 중등학교 공통과학 교원 자격에 관한 법적 근거인 교원자격 검정령에 따르면, 공통과학 교사 자격 취득을 위한 기본이수과목(또는 분야)로는 일반 물리학, 일반 화학, 일반 생물학 및 일반 지구과학 등이 지정되었다.

4) 2015 개정 통합과학 교육과정의 경우, 중학교 3학년까지 학습한 ‘과학’과 의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 현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사회에 필요한 과학적 기초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필수과목으로 개발하였다. 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 내용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3학년(초3~9학년)까지 학습한 과학내용을 적용하는 수준이라고 천명하고 있다(한국과학창의재단, 2015).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부에서는 현재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과학 교원의 통합과학 지도 자격을 지원하기 위해 종전의 중등 보통교과 표시과목인 ‘공통과학’을 ‘통합과학’으로 변경하기 위한직무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직무연수를 시행하고, 이 직무연수를 이수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자격증 표시과목을 변경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즉, 교원임용령 자격증(=표시과목)에 공통과학으로 적시된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 과목을 지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으로 표시과목을 인정하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된 ‘통합과학’에 대한 현직교사들의 이해도 제고를 위해 소정의 직무연수 이수가 필요하다.

결어: 왜 통합인가

초·중등학교의 학생들은 화학에서 등장하는 삼투압 개념과 생물에서 등장하는 삼투압 개념이 다른 것인 줄 안다. 그 이유는 다른 교과목 시간에 다른 전공 교사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중등학교 과학을 구성하는 네 개 분야별로 고유한 개념과 접근방법으로 자연현상을 탐구할 필요도 있지만, 초·중등학교 과학과 공통 교과목의 경우 통합적 관점에서 ‘과학’이라는 공통의 안목과 넘나들고 가로지르기를 필요로 한다.

배우는 학생들은 삼투압이 생물과 화학 중 어느 분야의 개념인지, 누가 가르치는지 등을 개의치 않는다. 이렇듯 동일한 과학적 개념이 다양한 자연 현상과 관련된다는 과학의 속성을 고려해 볼 때 분과 중심적 접근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삶이 통합적이듯이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물론 자연현상의 이해에도 과학 분야들이 통합적으로 관련된다. 따라서 ‘모두를 위한 과학’ 교과목은 통합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융·복합 학문분야들과 통섭적 접근 방식 등을 차치하고라도 과학이라는 학문은 통합적,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5)

5) 학문 간의 통합이나 협력을 나타내는 용어로는 융합, 통합, 복합, 통섭 등의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용어가 서로 어떻게 차별화되며 과학교육에서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등은 본고의 취지에서 벗어나므로 다루지 않는다.

과학 분야들 간의 통합을 전제로 하는 통합된 과학 교과목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1) 과학 및 다른 교과 간의 내용 중복을 피하여 학습자의 불필요한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2) 과학지식과 교육내용의 양적 증가에 대처하며, 3) 학교 과학에서학습한 내용을 실생활과 연계함으로써 교육내용의 개인적·사회적 적합성을 높일 수 있다(Hurd, 1997; 손연아, 2009; 한국과학창의재단, 2013).

나아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국외 여러 나라에서는 학교 과학과 교육과정의 주요 방향으로 “학교 과학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과학을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지식체계 내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손연아, 2009).

인공지능도 학습을 위한 정보가 필요하듯이, 학생들도 분야별로 심화된 과학 학습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학교 교육 과정을 통한 ‘과학’ 학습이 필요하며, 이러한 ‘모두를 위한 과학(Science forall)’만큼은 통합된 전체로서 경험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초·중등학교 공통교육과정의 ‘과학’을 통해서는 누구나 자유로이 과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제 뜻을 실어 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컴퓨터가 뇌의 기능을 모사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축적해온 과학 지식을 굳이 기억하지 않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검색 엔진에 입력할 키워드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과학’ 교과를 구성하는 네 개 분야를 관통하고 가로지르는 핵심개념(Cross-cutting concepts)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 소양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물론 고등학교 선택과목부터는 학문적이고 전문화된 과학교육을 통해 과학 분야별 고유한 내용과 접근방법을 깊이 있게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