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공론화 최종 숙의 참여기] '방향성' 빠진 공론화로 아이들의 삶을 논하다니...
[대입공론화 최종 숙의 참여기] '방향성' 빠진 공론화로 아이들의 삶을 논하다니...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8.07.31 1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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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대입공론화 최종 숙의 의제 2팀 일원으로 참가한 김영식(오른쪽에서 첫번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대입공론화 최종 숙의 의제 2팀 일원으로 참가한 김영식(오른쪽에서 첫번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대입공론화 최종 숙의 과정에 의제 2팀 일원으로 참여한 필자는 그곳에서 진지하게 참여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시민참여단 491명을 만났다. 모두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숙의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했고,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첫 날 저녁, 분임 토의에서 초기 생각을 나눈 결과를 발표했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 언론에 떠돌아다니는 “학종을 신뢰할 수 없다”, “선발은 공정이 중요하다”라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간혹 “아이들의 삶이 중심이 되는 선택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라는 말이 있었으나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이야기가 시민참여단의 마음에 긍정적 파장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했다.

수능·정시 확대 논리의 모순을 밝혀라

둘째 날 첫 프로그램은 의제별 발표였다. 의제 2에서는 수능 정시를 확대했을 때 현재 교실과 미래의 교실 모습을 예상해보았고,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왜 지금의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를 발표했다. 특히 수능은 공정하고 저소득층에 유리하다는 논리의 모순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또 상대평가 체제 속에서 경쟁에 허덕이는 아이들, 특히 최상위 성적을 가진 아이들이 더 할 필요가 없는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현실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며 이제는 점수 외에 다른 역량도 함께 평가하는 선발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제 1과 4는 학종의 불공정성과 수능 정시 비율의 확대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의제 3은 새로운 인재상에 맞게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종을 확대해 왔으며,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충실하게 운영되는 입시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수능 정시 비율의 과도한 확대를 반대했다. 

첫 날은 의제 1과 4가 내어놓는 논리와 단어들이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을 가진 참여단 마음에 쏙쏙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의제 1과 4의 주장들이 내어놓는 여러 데이터들은 분명 사실과 다르거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공론화위원회에 팩트체크 팀이 없어 제대로 검증을 하기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추후 다른 주제의 공론화가 진행된다면 반드시 팩트체크팀을 운영해 참여단에게 검증된 자료와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후 질의응답 시간과 상호토론 시간을 이용해 의제 1과 4가 내어놓는 정보들을 반박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종 비리와 같이 일부 사실을 전체로 과장하는 문제, 학생부 기록에 대한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것으로 호도해 생기는 불신들, 수능 전형이 일반고에 유리하다와 같은 왜곡된 정보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는 말의 실상들을 시민참여단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날 저녁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꼈다. 수능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공정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 아이들이 입시로 인해 힘들게 사는 현실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능이 5:5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참여단의 의견을 들을 때나, 이와 반대로 의제 2팀의 주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들을 때마다 울컥울컥했다. 

절대평가 전환과 정시 확대 우려에 대한 공감대 형성

일요일 오전, 의제 2팀은 한 자리에 모여 참여단의 질문들에 대해 답변할 내용들, 마무리 발언에 내어놓을 이야기들을 함께 논의했다. 다들 무겁고 긴장된 마음으로, 마지막 하나라도 더 해야 할 이야기는 없는지를 생각했다.

20분의 질의응답 시간. 고등학교 수학 교사와 지방 일반고에서 학종으로 대학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되는 대학생이 10분씩 나누어 발표했다. 

교사 발표자는 먼저 시민참여단의 마음속에 있는 교육에 대해 원망하고 불신하는 마음과 교사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늘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가 들어야 할 이야기이고, 거기에 대해 우리 역시 같은 책임 안에 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이들과 만들어 가고 싶은 교육이 무엇인지 잘 설명했다. 

두 번째는 학종을 경험한 대학생이 발표를 맡았다. 상대평가 체제를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수능이 아무리 좋은 문제가 나와도 이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문제 푸는 요령을 외우면서 공부하는 현실, 지방 일반고 학생들이 수능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와 같은 내용을 참여단에게 설명했다.

시민참여단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의제 3안을 대표해 발표한 정채찬 한양대 입학처장의 설명도 많은 공감대를 이루었다. 왜 대학이 학종으로 아이들을 뽑는지, 학교 교육을 성실하게 받은 아이들이 대학 진학을 하는 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할 때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불신 있어도, 학교교육만이 희망이다

마지막 날 오후, 최종 분임토의 결과로 각 의제의 기대효과와 한계, 참여단이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이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과는 달리 아이들의 삶을 걱정하는 이야기들이 많았고, 공정한 제도와 투명한 제도의 중요성도 논의되었다.

마지막 발언에서 아름다운 배움 박재원 소장이 우리 팀의 발표자로 나서 “여러 불신의 요소들이 있지만 여전히 학교교육만이 희망이다, 학교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믿어주고, 못할 때 또 채찍질하면서 교육을 살려야 한다, 아이들의 배움이 중요하다”와 같은 이야기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한양대 정재찬 교수는 ‘방문객’이라는 시를 인용해 “학생부는 한 아이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들어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을 입학 담당자들에게 늘 강조한다”고 했으며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입학전형을 실시할 것이니 대학에게 맡겨 달라”고 끝맺음했다.

정부 여당과 교육부에게 책임을 묻다

마지막으로, 공론화는 끝났지만 일을 여기까지 끌고 온 교육부와 정부 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소리를 들어 정책을 결정하는 취지는 매우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 주제는 국민들이 바라는 교육이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어떤 교육을 필요로 하는가, 우리 교육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와 같은 교육의 방향성을 묻지 않았다.

오직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선발 과정을 어떻게 공정하게 할까가 주된 주제였다. 선발 과정에서 규칙 위반자는 처벌할 수 있어도, 모든 이에게 공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떤 입학전형이든 유·불리가 존재하고, 그 시험을 준비하는 환경도 다르며, 개인의 소질과 적성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선발과정을 공론화에 붙이고 나니, 모든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혀 검증되지 않은 온갖 정보들이 난무하는 시장통이 되고 말았다. 교육부는 그저 싸움판을 만들어 주는 역할 밖에 없었다. 마치 자신들은 로마의 귀족이고 교사, 학부모, 대학관계자, 시민단체들은 노예 검투사가 되어 피터지게 싸우다 모두 죽는 전쟁과도 같은 장면이다. 

싸울 수도 없고 안 싸울 수도 없는 이런 상황을 연출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마음 속 감정은 자녀들이 억울하게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울분이다.

반대로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팀들은 자칫 공정한 선발에만 집중하다가 교육 전체의 방향을 뒤틀리게 할 수 있고, 다른 공부가 필요한 아이들을 소외시킬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두의 교육을 제대로 하게 해달라는 호소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결정을 국민들에게 내어 맡기고, 이리도 못하고 저리도 못하는 형국이다. 이번 공론화는 역설적으로 ‘아, 대한민국에는 교육부가 없어도 되는 구나’를 말해 주었다.

정부 여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다. 교육부가 못하면 청와대가 나서야 하나 교육수석은 존재하지도 않고, 교육 분야를 조율한다는 사회 수석도 눈에 드러나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여당 내 연구소에서는 교육의 발전 흐름이나 철학, 세계교육의 흐름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이다.

시민들과 이해 당사자들을 극심한 갈등 속으로 내몬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 이 정부에서 교육개혁을 기대하기가 점점 난망해지고 있다.

현 교육부에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며 다시 답을 만들어 교육부에 제시할 것이다. 불행하지만 이 시대, 이 나라를 살아가는 교사들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학부모 운동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전국의 학부모들로부터 다시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바람이 불어오게 할 것이다.

정부의 도움으로 좀 더 쉽게 교육개혁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오판이었다. 불신으로 덮인 길 위에 다시 신뢰의 길을 만들고, 교육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낼 것이다.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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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옥 2018-08-05 17:32:48
이 복잡한 교육문제는 왕도가 없습니다 더구나 방향타가 없으면 그런 결과 당연합니다 교육계의 큰 비젼을1995년 531교육개혁안에 다 있으니 숙지하고 논했으면 합니다 교육부도 이제는 대학의 자율성 특성화에 맡겨야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