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식 한국영어교육학회장 “국·영·수는 기초과목, 영어만 절대평가 안 돼”
[인터뷰] 이영식 한국영어교육학회장 “국·영·수는 기초과목, 영어만 절대평가 안 돼”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8.07.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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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한국영어교육학회장 "기초과목 평가 동일하게...교과이기주의와 달라”
말하기 위주 평가도입 시급, 일본·중국 등 2020년 입시부터 말하기평가 실시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 회원들이 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의 2022학년도 대입개편 권고안 발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영어교육학회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의 2022학년도 대입개편 권고안 발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영어교육학회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사교육비 감소,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교육이 현장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능에 포함되지 않은 말하기와 쓰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영어 후진국을 벗어날 수 없다.”

현재 중학교 3학년 대상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수학은 현재처럼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국가교육회의가 권고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에듀인뉴스와 만난 이영식 한남대 교수(사진·한국영어교육학회장)는 “동일 기초과목군의 수능평가는 반드시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식 회장은 “동일 기초과목 군의 다른 교과목과는 달리 영어에만 절대평가가 적용돼 학교 영어교육, 기초학력의 균형,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동일 기초과목군의 수능평가는 반드시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과이기주의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한국영어영문학회, 한국영어교육학회 등 25개 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현재 영어교육이 잘 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교과이기주의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감소를 명분으로 교육부가 추진한 수능 영어 절대평가 실시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며, 오히려 국제화 시대에 영어교육 위축만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오는 8월 한국영어교육학회장 퇴임을 앞둔 이영식 교수의 입을 통해 수능 영어절대평가 실시 이후 영어교육 변화와 문제점, 앞으로의 교육 방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영식 한국영어교육학회장. 한남대 교수 

수능 포함 안 된 말하기, 쓰기교육 황폐화

▲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라는 근본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영어 교육의 부실화만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현장 영어 교육, 어떠한 상황인가?

- 영어교육과정에는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수능 영어시험에서는 듣기와 읽기 능력만을 평가하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는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하며 사교육비 감소와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교육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만으로 학교 영어교육의 정상화를 달성할 수 없고, 사교육비의 감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는 오히려 풍선효과를 가져와 국어와 수학의 사교육비를 늘게 했으며, 전체 사교육비도 오히려 증가한 결과를 낳았다.

총 사교육비 3.4% 늘어...풍선효과만 낳았다

▲ 영어 절대평가 도입으로 영어 사교육비 줄었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영어 사교육비는 전년대비 0.5% 올랐다. 그러나 국어와 수학 역시 각각 3.3%, 14.2% 올랐다. 상대적으로 영어 사교육비가 줄었을 뿐 결국 교과 사교육비는 총 3.4%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도입한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전혀 효과 없는 잘못된 정책이며 학교 영어 교육의 황폐화만을 야기했다.

영어는 주 4시간, 국어와 수학은 6~7시간씩 수업

▲ 영어교육 위축 심화의 근거로 절대평가가 결정된 2015년 이후 공립 중등 영어교사 임용비율이 다른 과목보다 감소했다는 점을 들었다. 영어교육 위축과 영어교사 임용비율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영어 과목 임용 감소폭이 다른 기초과목 보다 큰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 시도교육청에서 발표한 과목별 중등 임용 교사 인원을 보면 영어는 2014년 672명에서 2018년 249명으로 37.1%에 불과하다. 국어 59.9%, 수학 56.8% 대비 감소폭이 현저히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 이후 학교 현장에서 영어 교육이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이후 국·영·수 과목의 기본 수업 시수는 주당 4시간이다. 여기에 학교별 또는 학생별로 2~3시간의 수업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정책으로 실제 학교 현장에서 영어는 4시간만 수업하고, 국어와 수학은 6~7시간씩 수업한다. 같은 기초과목 중에서 영어의 수업 시수가 적으니 당연히 임용 교사의 수도 다른 과목에 비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영어교육 중요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영어교육 위축 심화를 가져올 것이다. 국제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기초과목 평가 방법 동일하게

▲ 영어 과목의 수능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기초과목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인가.

- 국어, 수학, 영어는 기초과목이다. 모두 중요한 과목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왜 영어만 수능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영어 과목이 국어, 수학에 비해 덜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우리의 주장은 절대평가, 상대평가를 떠나 국어, 수학, 영어 등 기초과목에는 모두 같은 평가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당시 교육부는 영어를 먼저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후에 다른 과목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교육부의 발표를 믿고 당시에 영어 절대평가 전환 관련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7일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에서 발표한 내용에는 현행과 같은 영어 절대평가, 국어수학 상대평가 유지 의견을 교육부에 송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국의 모든 영어 교육자를 우롱하는 행위다.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기초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등의 평가 방법은 동일하게 해야 한다.

▲ 교육과정 개정이나 수능개편 등이 있을 때마다 교과 별로 폐지 반대를 비롯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교과이기주의라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교과이기주의라는 일부의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기초과목으로 분류된 국어, 수학, 영어의 평가 방법을 동일하게 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또 수험자가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영어 과목은 학생들의 자기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데 있어 도구과목이 될 수 있다. 수능 영어시험의 결과가 대학에서 자기 전공분야를 영어로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할 뿐이다.

물론 영어뿐만 아니라 국어와 수학도 대학에서 자기 전공분야를 공부하는데 도구과목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현재 수능시험에서 요구하는 국어실력과 수학실력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일반 전공과목의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반면 수능 영어실력은 학생들의 전공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수준에 미달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수능영어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맞고도 대학에서 자기 전공분야의 영어 원서도 읽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다는 현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교육비 감소를 명분으로 교육부가 추진한 수능 영어 절대평가 실시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며, 오히려 국제화 시대에 영어 교육의 위축만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학생들의 장래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

대만은 자체 영어시험 개발...중국, 일본, 베트남 등 2020년 대입 영어 말하기 시험 도입

▲ 앞으로 영어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 영어 말하기 능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현재 수능에서는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 중 읽기와 듣기를 강조하는 이해능력 평가만을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말하기와 쓰기에 대한 수업의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영어의사소통에 필요한 진정한 능력은 말하기와 쓰기가 포함된 표현능력이다. 그러므로 말하기와 쓰기가 중점이 된 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영어교사 임용율은 7% 정도로 아주 우수한 교사만 임용되고 있어 수준 높은 교실 수업과 평가 능력을 갖추었다. 또 교육부에서는 Teaching English through English(TEE)라는 제도를 실시해 이제는 거의 모든 영어교사들이 TEE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수준 높은 교실 영어수업을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 교사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정책을 시행하려면 학교 현장의 우수한 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지 고민하면서 장기적으로 사교육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지 우리 학생들이 마루타도 아니고 평가 방법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며 실험을 하면 안 된다.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의 영어 수업이 제일 후진국이 되어 버렸다. 대만은 자체 영어 시험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는 2020년 대입부터 영어 말하기 시험을 도입한다. 영어 분야에서 말하기 능력의 중요성이 강화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따라서 우리 학교 영어교육도 영어 표현력(말하기 및 쓰기) 교육을 실시하면서, 교실 수업을 통해 최소 수준의 절대평가로 영어 표현력 시험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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