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낙제’ 대입개선안 내놓은 교육부, 컨설팅부터 받아라!
[시론] ‘낙제’ 대입개선안 내놓은 교육부, 컨설팅부터 받아라!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8.08.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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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교육부 발표 2022대입전형은 교육혁신안이 아니다

지난 8월17일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편의 주요 내용은 ▲정시 수능 비중 30% 이상 권고 ▲수능 선택과목 확대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본격 도입 ▲고교 내신 전 과목 성취평가제 도입(원점수, 과목평균, 성취수준별 학생 비율 제공) 등이다.

언뜻 보면 뭔가 긍정적인 것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주창했던 임기 내 주요 교육개혁의 포기이며, 의도했던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입시 경쟁 완화는 모두 거짓 구호였으며, 학교교육의 근본적 개선에 대한 희망은커녕 깊은 실망만 안겨준다.

수능 정시 전형을 강화하고 수능 등급을 최저학력기준으로 계속 활용하는 한 고교교육은 객관식 문제풀이 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줄 세우기 교육은 여전할 것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고등사고력의 측정에 관한 내용은 언급조차 없다. 고교학점제의 본격 실시도 구호에 가깝고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적 맥락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의 실질적 의미는 졸업자격을 갖추었을 때만 졸업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학생의 필요와 장래 목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게 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실제는 대학입시에서 점수 획득에 가장 유리한 과목 선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출석일 수 충족 외에 실제 기준 학점을 취득하려면 당장 초등 1학년부터 학습부진을 예방하기 위한 조기개입 프로그램의 도입 등이 필요함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조차 없다. 이는 고교학점제가 구호에 불과하고 진정성이 없다는 것의 방증이다.

고교교육 혁신방안에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꿈을 좇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담겼어야 했다. 어떤 인재를 기르고,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미래사회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에 관한 꿈과 전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어떤 고교 선생님이 필자에게 “우리의 학교교육은 더 나은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을 길러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의 평가들은 지독하게 꼼꼼하고 지식 수용적이어서 빈틈없는 학생만 우등생으로 만듭니다. 여유를 갖고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공상을 하는 많은 학생은 전부 바보로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런 현실 앞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런 교육으로 한국이 지속가능하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교육부 장관은 교육의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모르는 것일까? 알고도 외면하는 것일까?

교육부의 우려스러운 인식...고교혁신, 모두 입시관리에 맞춰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교육을 외면한 교육부의 이번 개편안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고교학점제 도입을 보자. 이는 고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하나의 강력한 동력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론화라는 절차를 도입해 고교학점제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수능 강화의 길을 택했다. 고교학점제가 작동할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고도 복잡하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학생이 최저 성취 수준에 도달했을 때만 상급 학년으로 진급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 DI), 층위별 교육과정(Layered Curriculum) 운영 등이 필요하고, 나아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학생성공 팀’처럼 각 학교별로 학습부진 예방과 보정을 담당할 특별한 전문가 팀이 필요하다. 개편안에는 이런 준비에 대해 일언반구(一言半句)의 언급도 없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최우선 전제 조건은 수능 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를 없애는 것이다. 수능의 영향력이 크면 학생들은 수능 점수 획득의 유·불리함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 결국 고교학점제는 입시교육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변질될 것이다. 다른 나라처럼 수능시험의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하고 수능성적은 여러 전형 요소의 하나로만 활용하게 했어야 했다. 수능 강화와 고교학점제 도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양립할 수 없는 정책을 도입하는 자기모순의 우를 범했다. 학종의 문제점은 공정성 문제라기보다는 범죄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불공정과 범죄행위는 구분해야 하며 해결책도 달라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절대평가의 도입을 요구한다. 학점제 하의 절대평가(성취평가)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성적표기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졸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학점을 득하게 하는 데 있다. 이는 잠자는 교실과 다수의 학포자를 방치하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대신 성취평가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원점수, 과목평균, 성취수준별 학생 비율 등 상대평가적 성격의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부 스스로가 고교교육의 최우선 목적을 대입전형을 위한 자료 생성 과정으로 여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육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교육부의 고교혁신 정책은 모든 것이 입시관리에 맞춰져 있다. 입시가 주(主)이고 교육은 종(從)이다. 이게 교육부의 존재이유인가?

2022 대입개편 성적표는 ‘낙제’...솔직하지 못하고, 성찰 부족하며 변명 일관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은 낙제점 수준이다. 교육개혁에 대한 태도가 너무 안이하고 문제해결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1~2년 동안 교육부가 한 일에 대해 온 국민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성적표를 발급하고 싶다.

“수많은 학생의 미래가 걸려 있어 국민의 선호도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대입전형 안이나 교교교육 혁신안을 고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교육정책을 일반인에게 맡겨 결정하려 한 교육부의 판단력은 심히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여론 대신 정론을 추구했어야 합니다. 이런 난제의 해결일수록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하고 한국 학교교육이 나아갈 중장기 방향인 비전을 먼저 수립했어야 합니다. 당신 교육부는 이런 노력이 아예 없었습니다. 교육개혁의 기본 원리를 무시했고,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했습니다. 복잡계 성격을 띤 대입전형 제도의 디자인은 교육과정, 고교체제, 고교학점제, 내신평가, 수능시험, 대학교육이 나아갈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합니다. 이는 고리 원전 문제의 해결처럼 기술적으로 푸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이런 난제(Adaptive Challenge)를 푸는 원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연구도 나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랑 대입전형만 분리해서 비전문가인 시민참여단에게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는 낙제점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다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길은 있습니다. 진정성 있고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고 과거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으며 학습을 통해 역량 향상에 힘쓰는 길입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공론화를 통한 정책결정 방식은 촛불 민주주의로 탄생한 우리 정부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방식’(동아일보 2018.8.8)’이란 발언은 궤변이며 솔직하지 못하고 성찰이 부족하며 변명에 가깝습니다. 이런 태도부터 버려야 합니다.

교육부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부족한 문제해결역량을 보완하려면 외부의 자문도 받길 바랍니다. 교육개혁 분야 세계적 컨설턴트인 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을 추천합니다. 이분이 쓴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2016)란 책을 먼저 공부하길 권합니다. 마이클 풀란은 교육개혁이 실패하는 주요 이유로 ‘정책 결정자들의 변화의 원리에 대한 무지와 그들의 잘못된 가설’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발표에 깔린 가설, ‘대입전형과 고교교육을 이렇게 바꾸면 학교교육의 질이 이만큼 좋아질 것이다’란 것은 근거가 없습니다. 잘못된 가설입니다. 교육부 정책결정자는 가장 먼저 교육변화의 가설에 대한 평가, 검증의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정책결정을 함에 있어서는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증거와 양질의 리서치 결과에만 기반 해야 합니다.

이제 교육은 더 나은 직업을 얻어 나 혼자만 잘 먹고 사는 것을 지향하는 천박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타인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내가 사는 사회와 지구촌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도 교육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OECD의 ‘Education 2030 프로젝트’의 내용처럼 웰빙이 교육의 최상위 목표가 되고 학교는 혁신의 실험실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교육 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 삼아 교육이 바로 서고 그 자체가 대입준비가 되게 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시험성적으로 인간의 능력을 측정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낙제 점수를 받았지만 다음 남은 기간 동안은 우수한 성적을 내 온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힘써 주기 바랍니다. 그럴 경우 상응한 지지를 보내겠습니다.”

교육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컨설팅부터 받아야

교육부의 최우선 과제는 성찰을 통해 교훈을 얻기, 새로운 학습을 통해 필요한 역량 갖추기. 대중의 신뢰를 얻도록 더 나은 의사결정 및 집단적 역량 키우기 위한 내부 조직 혁신 등이다. 국내외 교육개혁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외부 전문가에게 의존해 해결책을 찾으란 뜻이 아니다. 최근 20~30년간 세계적으로 교육개혁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었기에 한국도 이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일본에서 시도하는 교육 대개혁에 관한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세계 전문가들이 연구·개발하고 현장에서 검증한 이론과 성공사례를 빠짐없이 섭렵한 다름 이를 충실히 활용한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반면, 우리가 이번에 도출한 대입전형 및 교육혁신 안은 다가오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대비와는 반대로 점수 위주의 대학입시를 강화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해온 방식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 가장 먼저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사회인이 되는 시점인 2030~2035년 사회를 전망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논의는 결국 아래 두 가지의 열린 핵심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① 2030년(혹은 2035년)의 바람직한 사회와 교육의 모습(고등교육 포함)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② 10년 후 다가올 미래사회를 고려할 때 학교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인프라와 이에 조응할 대입전형 체제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위 질문①은 사회비전과 교육비전에 관한 것이다. 교육비전은 모두의 열망을 담은 이루고 싶은 미래 교육의 모습이다. 제대로 된 절차에 따라 도출된 매력적인 비전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도록 자극하고, 공동의 목적·목표를 통해 구성원을 단합시킨다. 또 이는 교육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싱가포르는 21세기를 맞으며 1997년 국가 교육비전으로 ‘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을 선포하였고, 일본은 1998년 교육과정 개정 때부터 ‘살아가는 힘’을 교육비전으로 삼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최근 ‘탁월성의 성취(Achieving Excellence)’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주민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주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 실현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이나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Growth for All)’과 같은 따뜻하면서도 대담한 비전이 필요하다. 이의 실현을 위해 미국처럼 ‘모든 아동의 성공을 위한 교육법(Every Student Succeeds Act)’ 같은 것도 제정해 학습부진 아동을 방치하는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서 복지니 민주시민교육이니 하는 것은 모두 위선이다.

또 대입전형을 고안할 때는 반드시 기본원칙(Guiding Principle)을 설정하고 시작하기 바란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이다.

· 원칙1 – 교육 비전(Vision) 및 목표(Goal)와 대입전형의 연계

· 원칙2 – 분절적 개혁 지양 &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혁

· 원칙3 – 입시 점수경쟁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전형

· 원칙4 – 고교교육 내실화를 가능하게 하는 전형

· 원칙5 – 타당하고 공정한(Equitable) 전형

· 원칙6 – 통합적·다면적(Holistic) 평가

· 원칙7 – 대학의 학생 구성 다양성 중시 

만약 이상과 같은 기본원칙이 있었다면 공론화를 통한 대학입시개선안 마련은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론화에 붙여졌던 4개 안 자체 모두가 위 원칙과 어긋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이 야심차게 시작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일본의 ‘고교대학연계 교육 대개혁’의 내용을 살펴보기 바란다. 한국과 일본이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라. 한국이 앞으로 교육을 제대로 개혁하려고 할 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성찰하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교육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는 성숙한 자세, 문제해결을 위한 집단적 역량(Collective Capacity)의 획기적 향상, 여론과 청와대 눈치가 아닌 철학과 원칙에 입각해 소신 있게 일하는 교육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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