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진단-좌담] 미래세대를 위한 대입제도는?
[대입제도 진단-좌담] 미래세대를 위한 대입제도는?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8.09.08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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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 진단과 미래 대입제도 방향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능위주전형 30% 이상 권고와 국어·수학·탐구 과목의 상대평가 유지를 결정했다. 1년여의 시간과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공론화라는 과정을 거쳐 발표된 이 방안은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결국 교육계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김상곤 장관은 1년 2개월 만에 낙마했다. 에듀인뉴스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전문가, 교사,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 좌담을 통해 그 원인을 진단해보고 미래 정책방향 등을 모색해 봤다.<편집자 주>

△사회 :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패널 : 김정현 한국입학사정관협의회장, 민경찬 연세대 교수, 박소영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 대표, 박정근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 집행위원장, 최준호 대학생(2015~2018 수능 응시생)  *사진 및 정리 : 지준호 기자

에듀인뉴스 좌담 '미래 세대를 위한 대입 제도는 무엇인가'에 참석한 (좌측하단부터)박정근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 집행위원장,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민경찬 연세대 교수, (좌측상단부터)최준호 대학생, 박소영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 대표, 김정현 한국입학사정관협의회장, 한재갑 에듀인뉴스 자문위원.
에듀인뉴스 좌담 '미래세대를 위한 대입제도는 무엇인가'에 참석한(좌측 하단부터) 박정근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 집행위원장,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민경찬 연세대 교수, (좌측 상단부터)최준호 대학생, 박소영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 대표, 김정현 한국입학사정관협의회장, 한재갑 에듀인뉴스 자문위원

사회 : 대학입학전형제도를 구안할 때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완화할 것인지 강화할 것인지, 대학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대학의 자율성과 고교교육의 정상화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지, 교육의 획일화와 대학 서열화의 문제는 없는지, 고려해야 할 주체는 누구인지를 감안해야 합니다. 또한 대입전형과 고교 교육과의 연계 또는 단절의 가능성은 없는지, 입학전형 기준의 핵심을 점수에 의한 학업성적과 잠재적 능력 중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하죠. 뿐만 아니라 공정성을 어떻게 정의할지, 전형으로 발생하는 부조리는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는 없는지 등 상당히 많은 요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번에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공론화라는 과정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두고, ‘비전문가에게 정책결정을 맡겼다’라는 비판과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과정’이라는 긍정의 신호가 있기도 합니다. 대입 제도를 결정하는 데 공론화 제도의 도입과 그 과정, 어떻게 보시나요?

박정근 : 공론화 과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공론화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등을 국가차원에서 방향을 잡고 시민참여단에게 먼저 설명을 해주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둘째로는 공론화 시간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시민참여단이 1차와 2차 워크숍을 가졌는데 고작 2주의 시간 차이밖에 두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전에 권역별로 모여 시나리오별 전문가로부터 의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온라인을 통해 학습하긴 했는데, 과연 대입제도와 같이 복잡하고 중요한 쟁점을 숙지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시나리오를 만드는 시간도 부족했죠. 결국 불완전한 시나리오를 시민참여단과 대중에게 공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죠.

셋째는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치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만 실제 진행 과정에서 정말 가치를 중시했는지 궁금합니다. 4개의 의제는 모두 지향하는 가치가 있을 터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지요. 단지 대학의 학생선발, 즉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 정시 확대냐 축소냐의 문제만 부각돼 아쉽습니다.

넷째로는 대입의 당사자인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고자 미래세대토론회를 열었는데 토론 결과를 시민참여단에 공유하지 않은 문제도 있습니다. 왜 공유되지 않았을까요? 4개 팀 중 2개 팀으로부터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토론회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시민참여단에 대입제도 관련해 온·오프라인 자료를 제공했는데 검증되지 않은 자료라는 것입니다. 위원회 같은 곳에서 자료를 검증하고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제공한 자료를 보고 공부한 시민참여단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 투성입니다.

박소영 : 자료를 검증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을 초대해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상대의 자료가 자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서로 비난했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네요. 입시제도 자체가 겪어본 사람이 아니고는 공감하기 쉽지 않은 문제고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론화 과정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시민참여단이 1차 하루, 2차 2박3일 숙의 토론회를 통해 이 복잡한 대입제도를 얼마나 숙지할 수 있을까요? 짧은 시간 안에 입시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에도 분명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공론화 자체만으로도 의미있어"

"준비 시간 부족으로 시민참여단이 복잡한 대입제도 완벽 이해 의문"

"국민은 패자 부활의 기회를 원해"

김정현 한국입학사정관협의회장
김정현 한국입학사정관협의회장

김정현 : 이번 공론화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의미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대학입시 문제에서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각자의 소신과 의견을 말하고 들을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육적인 관점과 대중적인 관점에서 공론화가 어떤 의미를 가졌느냐를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입제도의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대립한 생각과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단순히 하나 하나의 요소, 기술적인 부분만 바꾼다고 해서 대학입시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앞서 언급되었지만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시민참여단에 전달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분이 대입제도의 문제를 이해할까도 사실 의문입니다. 이러한 점들은 공론화 이전에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숙의 과정에 참여한 시민정책단의 학습과 이해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리고 왜 공론화에서 수능과 학종 간의 비율을 논의해야 했었는지, 특정 전형의 선발비율을 다루는 것이 타당했는지에 의문이 듭니다. 공론화의 초점이 대입제도 개선을 약화해버린 것 같습니다. 학생부신뢰도 제고, 2015개정교육과정 출발, 2022학년도 대입수능 교과영역, 내신성취제 평가 도입, 고교학점제 적용 등 여러 가지 정책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과정에 수능과 학종의 전형비율만을 공론화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는 것은 결국 단편적인 공론화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준호 :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도 각기 의견이 다른데 온 나라의 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을 다 만족시키는 정책을 공론화를 통해 통합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대입의 당사자와 최근 대입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로 공론화를 했어야지, 국민 전체의 여론을 수렴한다며 인구비례, 지역비례, 연령비례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한 것부터가 파행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경찬 : 자료를 보니 공론화를 진행하며 27억 원 정도 썼더군요. 그런데 무엇이 남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정책은 항상 학습 부담과 사교육을 감소하려는 데서 출발을 했고, 공론화 과정도 수시와 정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결정하면 학생들에게는 무엇이 달라지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는 국민들은 패자도 부활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계기는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시의 비중을 조금은 늘려야 되겠다 정도의 생각이 생겼을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임기 5년에 따라 정책이 바뀝니다. 그렇다 보니 2~3개월 논의하고 결정해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정책도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외국은 어느 분야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그것을 수정하는 데 기본 2~3년은 걸립니다. 그만큼 숙고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론화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국가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그 속에서 대입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길 바라는지 국민의 생각을 파악했어야 합니다. 공론화라는 이름만 붙였지 접근 방식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더군요.

사회 :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임기 내에 무언가를 해 성과를 내려다보니 속도전이 생깁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 초반 1년 정도는 교육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임기 중 입시기간이 지나면 그간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빗발칩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 정부도 무엇인가를 해보려 하고 가장 이슈가 되는 입시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공론화를 거친 후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에서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대학에 권고하고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습니다. 포항공대는 재정지원을 거부한다고 밝혔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소영 : 교육부 발표 듣고 공론화과정에 참여한 학부모로서 정말 억울하고 화가 많이 났습니다. 정시확대를 주장했던 의제1팀에게 공론화 과정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학 측, 수많은 시민단체를 상대해야 하는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점점 늘리던 수시비율을 멈추게 하고, 절대평가를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학부로서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수능위주전형 30% 이상은 포항공대처럼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 인거라 교육부가 생색만 낸 것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학종의 문제점을 바로 잡거나 상위권 11% 안에 들지 못하는 대다수의 아이가 재도전을 하는 기회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비율입니다.

일단 포항공대의 거부는 다른 대학들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아직 입장표명을 안 하고 있기에 사실상 30% 이상 권고안의 실효성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준호 : 교육부의 수능위주전형 30% 이상 권고는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공론화를 통해 의제1이 선택됐으니 45% 이상 혹은 국가교육회의의 분석결과인 39.6%로 둘 중 하나를 시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임의로 30%로 내렸습니다. 대략 30%의 수치를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정현 : 저는 대학의 학생선발과 평가권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제도적으로 보완과 개선이 필요한 경우 그 타당성은 국민적 공감으로 얻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잦은 정책의 변화가 오히려 국민적 혼란과 부담만 가중 시키는 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번 개편과정에서 제시된 수능위주전형의 45% 이상 보다는 완화된 수능위주전형의 30% 이상 권고도 대학의 전형운영과 학생선발권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으며, 또한 학교교육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할 수 있어 우려가 될 수도 있겠다고 봅니다. 그리고 재정지원이라는 옵션은 오히려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대학의 인재선발 및 교육적 방향성에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일부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들을 보면 대입제도 도입에만 집중했지 제도를 운용하면서 인력의 전문화와 조직의 안정성 마련에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 학생 선발에 대한 다양성을 제기하였으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를 바로잡겠다며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 정책이 완성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현 정부에서는 대학전형 단순화를 이야기합니다. 간소화와 단순화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공정성을 이야기하며 단순해지면 공정해진다고 합니다. 이런 논리가 학생 선발에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지난 10년간 대학도 학생의 다양성과 소질, 적성, 흥미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 신뢰성 확보에 꾸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데이터 축적도 이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학의 노력은 경시하고 갑자기 재정지원이라는 차원에서 30%라는 권고안을 제시하니 다수의 대학으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대학들도 이번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과정을 통한 최종 권고안을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수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학 재정지원 연계 문제 있어"

"대학이 전형별 학생 선발 비율 결정, 옳지 않아"

"대학이 초중등 교육 좌지우지하면 안돼"

박정근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 집행위원장
박정근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 집행위원장

박정근 : 정시수능선발 비율을 30% 이상 적용한 대학만 재정지원 신청 자격을 주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대학으로 하여금 교과전형 선발 비율과 정시 수능 선발 비율을 정하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옳지 못합니다. 수능 30% 이상에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면 수능의 비중이 커집니다. 그럼 고등학교는 과거 단순암기 문제풀이 수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교사들이 기존처럼 아이들 중심, 과정 중심 수업을 하려 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EBS 교재 등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수업방식을 택하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수업의 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교사들의 사기가 많이 꺾여 있습니다. 더 이상 대입제도가 초·중등 교육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됩니다.

민경찬 :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대신 대학은 유초중등교육에 무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하고요. 두 주체가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포항공대가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대학의 정신을 지키는 행위로 아주 잘했다고 봅니다. 제가 알기로 포항공대는 지난 10년간 입학사정관을 채용해 전국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실제 수업은 어떻게 하는지, 수업 내용은 무엇인지 등 고교교육을 자세히 파악하면서 입학사정관제도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수능으로 30%를 뽑으라고 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재정지원 없이 그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그들의 길을 가겠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학종의 문제점과 의혹 해결에 나서야"

"내신이 암기식 수업 유발"

박소영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 대표
박소영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 대표

박소영 : 이번 2022대입개편안 공론화 과정을 왜 하게 됐는지 그 근본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대학과 교육부가 수능비율을 이 정도까지 줄여놓지만 않았어도, 학종의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미리 인지하고 조치만 취했어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수능절대평가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수능 비율을 늘리면 마치 암기식 위주의 수업으로 돌아간다느니, 지금까지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온 노력이 헛되게 된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 부분도 모든 선생님의 주장이 아닙니다. 아직도 학교 현장은 더 심한 암기식 교육을 요구하는 내신 위주의 수업, 교사의 노력 없이 학생들에게 그저 맡겨지는 허울 좋은 토론식 수업이 만연한데, 공교육 정상화를 왜 수능위주전형이 저해하는 것처럼 몰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민경찬 :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때 제가 근무한 연세대의 경우 성적과 관계없이 다양한 학생을 뽑았고 그것이 계속 발전하리라 생각했고 기대했습니다. 서울대에서도 1/3은 학생의 특별한 역량, 1/3은 학교성적, 1/3은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을 뽑기로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대학 역시 노력을 많이 합니다. 성적 좋은 아이들만 뽑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공유되고 공감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사회 : 안타깝게도 대학의 노력 과정에서 입학부정 비리가 발생해 더욱 신뢰를 잃은 것은 아닌가 합니다.

민경찬 : 제가 입학처장할 때가 학생 수 60만 명을 유지할 때인데요. 실제로 예체능계에서 5~6명이 입학비리에 연루되었고 언론 미디어 등을 통해 전국에 몇 주간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이를 본 학교법인의 외국 이사 한 분이 안타까워하며 미국에선 95%가 신뢰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99.9%가 잘해도 0.01%가 잘못하면 모두 잘못된 것으로 매도하는 게 현실이라 안타깝습니다.

사회 : 교육부가 재정지원으로 정시수능비율 30% 이상 선발을 대학에 압박해도 대학은 수시로 사전에 인재를 확보하려 할 것이고, 수시원서전형료수입 등의 원인으로 정시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의 글을 봤습니다. 실상이 어떠하나요?

김정현 : 기본적으로 전형료 수입 때문에 대학은 수시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는 안 맞습니다. 그간 전형료 수입 등의 논란으로 국가권익위와 교육부는 대학에 학생 1명의 수시 원서 접수비에 따른 단가 테이블을 다 만들고 전형료로 발생한 수입의 지출 항목을 지정하는 등 전형료에 사용 내역에 대한 투명한 절차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학은 성실히 실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형 종료 후 전형료 잔액 발생 시 해당 대학에 지원한 학생의 개개인에게 반환하라는 지침까지 마련돼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어 그만큼 전형료 수입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수학생 선점의 경우도 지역별·학교별 특성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수도권 주요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내신성적 분포는 1점대겠죠. 서울이라는 위치와 최상위권 대학이라는 레벨이 지원하는 학생의 분포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결국 지원자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좁아지게 되죠. 그러나 지방의 경우는 다릅니다. 내신 1등급 학생들 대부분이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고 있어, 지역대학의 위기는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도순 : 국어·수학·탐구 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선택과목도 늘었습니다. 이를 두고 문·이과 통합을 지향한 2015개정 교육과정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교과가 더 늘었다는 불만도 들립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소영 : 우선 수능위주전형이 존재하는 한 상대평가는 필요합니다. 수능을 비판하는 분들은 수능이 교육정책을 과거로 후퇴하고 고교 정상화를 방해한다는 논리를 펴는데요, 제가 교사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분들도 많으세요. 고교 교육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사의 역량과 자질,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또한 겉으로 보기에 선택과목이 늘면서 학습부담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데요. 오히려 현장의 선생님들께서는 선택과목의 영향으로 학습부담이 줄었다는 평가를 하더군요. 수능 국어에서 부담을 느끼는 ‘언어와 매체’의 ‘언어’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거든요.

오히려 문제는 학교현장에서는 선택과목을 어떻게 할지 준비가 안돼 있는 것입니다. 1학년 학생들에게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는데, 정작 아이들은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해하고 있고, 학교는 교원수급 문제를 고민하는 실정입니다. 학생도 학부모도 학교도 모두 혼란스러워합니다.

김정현 : 과연 지금 2015개정 교육과정이 2022학년도 대입수능제도에 얼만큼 교육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지금도 수능시험에서 학생들은 탐구과목 선택에 있어 특정한 교과에 편중돼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이번 수능개편 과정에서도 해결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외형적으로 교육과정의 특성을 수능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은 보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선택과목에 기하와 과학의 경우 Ⅱ 영역들이 포함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당사자에게 영역 선택의 어려움과 학교교육 교육과정 편성 등의 혼란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대학들이 대학의 특성이나 전공 성격에 따라 다양한 수능과목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능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에 있어서는 상대평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절대평가의 경우 대학의 동점자 처리에 대한 어려움과 전형방법 추가 등 실제 수험생들의 부담 요인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2022학년도 이후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 도입을 고민하되 수능에서의 성격변화를 주장했던 것입니다. 2022학년도 이후 수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 마련이 시작된다면 상대평가, 절대평가를 떠나 자격화의 개념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경찬 : 교과가 늘어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늘었다는 쟁점에서 교육문제가 출발해야 할까요? 제가 수학전공인데요. 다른 나라에서는 수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쉽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은 국내를 벗어나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타국보다 덜 배우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교육을 다른 요소로 판단하려 해 안타깝네요.

사회 :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대를 목표로 기재 간소화와 교사 추천서 폐지 등이 포함됐습니다. 글자 수를 줄이고 교내대회 수상 수 등을 줄이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치가 과연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요?

김정현 : 학생부 신뢰도 제고 공론화와 관련해 수상실적과 자율동아리 부분이 교육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수상실적은 숙의정책단 대부분이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단위학교에서 수상 운영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하자는 취지가 보였다고 봅니다. 과다한 수상과 투명성 확보를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전형자료로 공정성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수상운영의 가이드를 마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상실적 횟수 제한, 수상경력 축소 등으로 오히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살리는 데 한계로 보입니다. 이번 변경안에 따르면 수상 실적을 6회 기재하나 실제 대학에서는 5회 정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수상은 학생의 특기적성 개발과 탐색 등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운영의 내실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하는데, 삭제 내지는 축소만을 언급하다 보니 교육적 의미가 축소되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만약 A 학생이 순수하게 자신의 적성, 흥미를 살리는 과정에서 10회의 수상을 했어도 대학은 5회 밖에 활용할 수 없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축소인지 궁금하네요.

사회 : 일부 들리는 이야기로는 학생부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의 중도이탈률이 낮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학과 생활 만족의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혹시 구체적 데이터가 있을까요?

김정현 : 2017년에 2015~16년 2년간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된 59개 대학 중 46개 대학에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 3만1714명과 수능 위주로 입학한 학생 6만97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의 중도이탈은 479명으로 1.1% 정도입니다. 이에 반해 수능은 2784명으로 4% 정도로 나왔습니다. 단순히 수치로 어떤 전형이 낫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학생이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할 때 고교생활 과정에서의 진로와 진학에 대한 준비과정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신이 선택할 진로 분야와 목표가 있고 그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 입학했다면 중도에 이탈할 가능성이 작아지겠죠. 비록 학종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다소 낮을 순 있지만 자신의 진로목표에 대한 계획이 잘 정립돼 있어 수치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소영 : 구체적인 데이터를 말씀하셨는데, 저 데이터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8:2까지 기울어진 상황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수능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낮아지면서 만점을 맞아도 소위 서울대를 못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도이탈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수시로 진학한 학생들은 어떨까요? 학교현장에서는 학생이 고교생활을 하며 원하는 학교에 맞춰 준비했어도 실제 입시 철이 되면 어느 학교, 어느 전형에 유리한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결국 더 이름 있는 대학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진로와 상관없이 원서를 쓰게 됩니다. 수능으로는 쳐다볼 수도 없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생의 중도이탈률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만족을 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다양한 원인이 존재함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김정현 : 2020학년도 기준으로 대입전형별 모집을 살펴보면 수시모집에서 26만8000여 명 중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약 14만7000여 명으로 가장 많이 선발하며, 다음으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8만5000여 명 중 정원 내에서 7만3000여 명, 정원 외에서 1만1000여 명을 선발, 정시에서는 7만9000여 명을 선발합니다. 수치로 보면 학종이 정시보다 많이 선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시에서 이월되는 학생을 고려하면 정시수능위주 선발인원은 오히려 학종보다 더 많아지게 됩니다.

"학생들의 꿈이 바뀌는 게 당연한거 아닌가"

최준호 대학생(2015~2018 수능 응시생)
최준호 대학생(2015~2018 수능 응시생)

최준호 : 중도이탈률이 높은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이제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의 꿈이 좀 바뀌면 어떻습니까. 사실 바뀌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요? 여기 계신 분들도 학생부에 적힌 장래희망이 현재의 직업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일관성 있어 보이는 학생부를 작성하기 위해 과거에 기록한 장래희망을 뒤늦게 수정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정현 : 학종에 대한 오해와 왜곡된 정보가 학생, 학부모, 학교교육에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논문활용, 부모직업을 고려한다, 진로희망이 무조건 일치되어야 한다, 학교를 많이 본다, 성적만 본다, 수상이 많은 무조건 합격한다, 독서를 많이 하면 합격한다 등의 오해가 있어 아쉽습니다. 더 이상 왜곡된 정보들이 난무하지 않게 대학에서도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전체적으로 학생부 전형에는 손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요?

최준호 : 학생부는 학교에 대한 학생의 생활 기록에 충실해야 합니다. 대학 진학 여부를 떠나 고교 시절의 좋은 경험은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게 하고, 좋지 않았던 경험은 반면교사 삼을 수 있는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재 입시에 활용하는 것만 기재하고 활용하지 않는 것은 기재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결국 학생의 학교생활 기록이라는 본질에 충실하지 못한 거죠. 입시 반영 때문에 학생부 수정이 빈번하면서 부정 등이 생기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거짓말부터 배우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기록은 주로 학생이 하되 교사는 최소한의 진위판단만 하고, 이것을 대입에 반영하는 것은 대학의 몫입니다. 다만 대학은 어떤 부분을 얼마만큼 반영하였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민경찬 : 학생부는 고교 생활 기록에 충실해야합니다. 대입을 의식해서 준비하는 도구로 활용하면 안 됩니다. 고등학교의 취지에 맞게 가고 대학은 그것을 참고해서 판단만 하도록 해야 합니다.

박정근 : 학종의 일부 문제를 잘 보완해 더욱 확대했으면 좋겠습니다. 고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생활에도 충실한 학생이 원하는 학과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이번에 나온 학생부신뢰대책방안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기본적으로 단위학교에서는 기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계획하고 그에 맞춰서 해야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학교에서 제대로 기록하는지 등을 점검하면 됩니다. 대학은 고등학교에서의 기록을 평가 함에 있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굴해야 합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고교, 대학이 서로 신뢰를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합니다.

"고등학교는 학생 성장과정 사실대로 기록해야"

"대학은 자기 기준에 맞게 검토"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사회 : 학생의 고교생활에 대한 기록 요소를 정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당사자인 해당 학교와 학생이 기록하면 될 일이죠. 대학은 이 자료를 자기 기준에 맞춰 검토하면 된다고 봅니다. 왜 고등학교에서 대학 입시에 맞춰 학생부를 기록해야 하나요. 그저 학생의 성장 과정을 사실대로 기재하는 데 주력하면 됩니다.

수능-EBS 연계 비율은 70%에서 50%로 축소하고, 간접연계 하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치로 학교 수업의 파행을 가져온다는 그간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박소영 : 수능과 EBS 연계 비율이 줄어든 것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학생부 기록으로 인한 수업의 파행은 더 심각합니다. 특히 학생부 기록이 끝난 고3 수시 지원 기간 이후 교실은 도저히 수업할 수 없는 분위기라 합니다. 고교 기간 내내 학생부 기록 하나에 연연해 교사의 눈치를 보던 학생은 학생부 기록이 끝나면 마치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것처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능 위주 전형이 조금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생님도 많습니다.

김정현 : EBS연계 비율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2010년도 EBS-수능 연계 협약 당시 취지와 의도는 사교육비 감소, 공평한 교육 기회 확대였는데 최근 이런 내용의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헌법소원의 내용이었는데 어떤 내용이냐면 ‘다양한 교재로 창의적 학습을 할 기회를 박탈하고 교사의 자유로운 교재 선택과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이 취지에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

최준호 : 굉장히 잘했지만 70%나 50%나 현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교육과정에도 없으면서 변별력을 가리는 지엽적 지식이 수능에 나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학생들은 굉장한 위협을 느낍니다. 이 정책 자체를 빨리 폐지해야 합니다.

사회 : 줄이는 것을 넘어 없애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네요. 사실 EBS-수능 연계는 평가 본질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등의 다른 정치적인 이슈로 도입한 건데 교육본질의 관점에서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교학점제를 결국 2022년에 부분 도입하고 2025년에 본격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수능절대평가 도입 무산으로 고교학점제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이는데요.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김정현 : 고교학점제는 2015년도에 학종이 도입되면서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겁니다. 학사과정에 대한 논의, 평가에 대한 문제가 걸리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2022학년도에 완성하겠다고 한 것인데, 결국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되었네요.

학사운영에서 평가에 대한 성취 수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운영에 있어 학교·지역 간 교과목 선택 및 시설 등의 인프라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학교 내적으로 성적을 잘 주는 교사에게 쏠릴 가능성, 학생부의 기록 범위와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다양한 문제와 연계돼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직 3년 정도의 준비와 대안을 마련할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학사 평가 기록과 대입전형 활용 연계까지 연구하고 방향을 제시한다면 성장과 발전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박정근 : 고교학점제 도입은 매우 중요합니다. 초·중·고 교육에서 가장 상위 단계에 있는 고등학교 교육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2022년도 진로선택과목부터 부분 도입하고 2025년도에 전면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는데요. 현장에서의 문제를 감안한 것 같습니다.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수업모형 개발과 평가에 관련해 좋은 사례가 나와 고교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단위학교에서도 애정을 갖고 정책을 발전시키길 바랍니다.

최준호 : 고교학점제를 도입하자고 하면 교사들의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 합니다. 자신들의 인기가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죠. 어떤 선생님은 몇 명 신청, 어떤 선생님은 몇 명 신청 등으로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부담이 있죠. 그리고 만약 많은 학생이 하나의 수업을 신청하면 어떻게 수강 학생을 정할지의 문제도 있습니다. 반대로 인원이 모자라 폐강하는 경우 그 수업을 수강하길 희망하는 아이의 욕구는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먼저 고민하고 도입하면 좋겠습니다.

박소영 : 어떤 제도를 적용하기에 앞서 학교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고, 미리 여건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직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에는 교육여건이 엉망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시설, 공간, 교사, 교원수급, 예산, 행정지원 등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제발 잘 준비해서 현장의 혼선이 없길 바랍니다.

사회 : 결국, 대학 진학이 목표가 되어 버린 우리 사회의 시스템 문제로 학생이 고통받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2021년이면 대입정원이 고졸자 수를 9만 명이나 초과하고,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런데도 명문대를 지향하는 입시구조는 변화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래교육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말씀해주세요.

박소영 :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파리1, 2 대학과 같은 형태가 되지 않는 한 상위권 대학으로의 진학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것입니다. 우선 미래교육을 논하기 전에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입시 현실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교육에 대한 고민은 아주 깊이 있게, 현실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계획해 나가야 하고요. 우리 사회 구조, 대학 서열화 등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변화가 결국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입니다.

사교육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키워놓고, 공교육 정상화라는 핑계로 이해가 안 되고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입시 제도를 지속해서 확대하면 국민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연일 터지는 성적조작사건을 제대로 밝히고, 교사의 자질 문제 등을 개선하는 의지를 보여줘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이러한 입시비리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지 않도록 학종 합격자들에 대한 감사, 고등학교 생기부 성적 조작 실태 전수 조사 등을 실시하여 더 이상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김정현 : 2012년 12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 후보로 나와 대학개혁 10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때 대학연합체제를 만들어 대학 간 상생 협력과 대학 서열을 완화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첫 단계로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특성화 혁신대학 육성 등의 내용이 담겼죠. 실제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지역 거점 공립대학을 연합대학으로 하는 것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방법으로는 대학 서열화, 대학의 위기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문제의 근원인 사회 불평등 구조 해결의 전제 없이는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논의를 먼저 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학생 수가 급감합니다. 대학은 5년 이내에 100개가 준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학도 위기입니다. 오히려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야 학교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에 맞춰 대학도 학생 중심의 대중 교육, 전문화 교육, 특성화 교육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미래 세대가 글로벌 경쟁력 갖추도록 해야"

"차이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입학사정관제 확대해야"

민경찬 연세대 교수
민경찬 연세대 교수

민경찬 : 현재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들이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느냐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5년 단위 정부마다 정책을 바꾸게 문제입니다. 어떤 정책이라도 지속해서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서서히 변화를 주며 풀어야 하는데 정무적이고 정치적인 명분으로 뒤집어 버리는 상황이라 사교육만 배를 불리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미래 세대가 글로벌 사회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합니다. 미래사회에는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왜 획일적으로 교육정책을 끌고 가려 하는 걸까요. 말로는 다양성을 주창하지만 의식 자체가 획일화되어 있습니다. 차이를 중시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환경을 만들려면 입학사정관제가 더욱 확대하고 제대로 성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교육에 대한 철학과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일입니다.

박정근 : 대입제도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우리가 10년, 20년 후에 살아갈 미래 세계와 대한민국이 10년, 2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차원에서 입시와 학교 교육을 바라봐야 합니다. 고졸자와 대졸자가 가진 임금의 차별,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졸업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이 인식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아이들에게는 진로교육, 진학교육이 중요합니다. 진로교육은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전 과정에 망라돼 있고, 진학은 대학 중심이 아닌 학과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바뀌길 바랍니다.

최준호 : 이상에 치우친 정책을 논의하고자 의미 없는 공론화만 진행하는 동안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대입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입시정책과 공론화 과정은 흐르는 시간에 비례하여 노력한 학생들만 피해자로 누적 양산되는 시스템입니다. 뚜렷한 대안이 없다면 우선 이들을 구제하는 방향으로 정시를 대폭 확대하고, 그 외의 전형들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서 여건이 허락되는 하에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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