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한국교원대 정책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천 한국교원대 정책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천 한국교원대 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승진가산점 폐지, 그들이 경기도교육청으로 달려간 이유는?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정책사업 및 행정업무에 부과되는 교원승진가산점을 폐지하려했고, 이에 일부 교원들이 교육감실에 항의방문하면서 경기도교육청은 공론화 과정 및 1년 유예 카드를 내밀었다. 전교조,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육교사모임, 교총 등 교원단체에서 모두 보도자료를 냈는데, 교총을 제외하고는 경기도교육청의 후퇴 입장에 대해 강한 비판성명을 냈다. 누군가는 분노의 마음으로 교육감실로 항의 방문했고, 누군가는 교육청의 후퇴에 대해 분노했다. 교사에게 승진이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승진제를 개선해야하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승진 승부처, 교육감이 정하는 '가산점'

현행 체제에서 공립교사가 승진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채워야 한다. 선택가산점(교육감권한)과 공통가산점(교육부권한)과 교육경력 20년, 연수성적(교육성적-1정 자격과 직무연수, 연구실적), 마지막으로 근무평정을 받아야 한다. 교육경력과 근무평정, 연구 및 연수실적이 대부분 채운다고 가정하면 승부처는 결국 가산점에서 갈라진다.

선택가산점은 10점 범위로 교육감이 정하고 있다. 이러한 승진체제는 대략 30여년 전에 잡힌 체계이다. 수당 등 마땅한 보상체계가 없던 시절 인센티브 기제로서 가산점은 그 역할을 했다. 현장을 움직이는 동력으로서 혹은 정책 수단으로서 승진가산점과 연계했고, 지금도 이에 대한 경로의존성이 강하다.

대표적인 예가 청소년 단체나 영재교육, 연구대회 등이다. 혹자는 청소년단체도 교육의 일환이라고 보지만, 청소년단체는 분명 학교 밖 사설단체 내지는 사단법인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단체 차원에서 자원봉사자나 상근자를 활용하거나, 교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야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승진가산점을 매개로 교사들이 청소년단체를 주로 운영한다. 청소년단체 활동을 학교 중심이 아닌 지역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가산점이 존재하는 한, 청소년단체는 계속 학교에서 끌어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생성과 자발성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현재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강원을 포함 7개 이상의 시·도교육청에서 가산점을 폐지하고 있으나,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있다. 영재교육도 마찬가지다. 영재교육은 수월성교육 차원에서 필요하나, 선행학습을 유발하고 실제 학생의 필요보다는 교사의 필요에 의해 학급이 만들어지고 증설된다. 어떤 지역의 소규모 6학급에서는 영재학급이 4학급을 차지하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특정지역에만 영재가 있지 않을 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돌봄교실 역시 마찬가지다. 돌봄교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 등을 요구해야하는데, 그동안 가산점을 명목으로 교사들이 떠맡은 이 시스템도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학교폭력예방이나 해결은 모든 교사가 감당해야 할 본연의 책무이다. 여기에 승진가산점이 부여되어야 할 정책적 정당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승진 가산점과 학교장의 직무 역량 "상관관계 확인 어려워"

독자들은 오해 없기를 바란다. 승진가산점을 모으는 사람이나 승진을 준비하는 행위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개인의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가산점을 모아야만 승진이 되는 현행 시스템이 문제이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성을 고려할 때 더욱 열심히 한 교사에게 보상기제로서 가산점은 의미가 있다.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명예 욕구가 존재하고, 그것이 열심히 살아가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진 가산점이 학교장이나 교감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어떤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지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현행 승진가산점은 일종의 마일리제 축적을 통한 보상 기제를 지니고 있는데, 학교장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보기 어렵다.

승진가산점 → 전보가산점 전환 필요..."가산점, 수당으로 대체해야"

교육부나 교육청 정책을 잘 감당하는 이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은 자칫 교사의 에너지를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승진가산점은 누군가에게는 이익으로 누군가에게는 손해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비본질적인 영역에서 교사 간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한다.

다른 문제점은 정량적인 점수 체계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다. 가산점, 연수성적, 근무평정, 경력 등은 모두 정량적인 기준이다. 이 요소로는 역량과 인성, 리더십 등을 실제로 확인하기 어렵다. 학교의 비전과 철학, 리더십, 실천경험, 전문성 등을 다각도로 확인해야하는데, 일정 점수를 확보했다는 이유로 학교장이 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승진가산점 제도를 손보기는 매우 어렵다. 설령, 현행 승진가산점제를 당장 폐지한다고 해도 일정한 경과조치를 통해 기존 시스템을 믿고 점수를 받은 교원에 대한 신뢰보호가 필요하다. 승진을 오랫동안 준비해온 이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전망을 가지고 시스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공모사업 중단...교육청 정책사업 승진가산점 부여 말아야 

인사제도는 어떤 식으로 건드려도 누군가는 피해를, 누군가는 이익을 본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말고, 현행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은 그야말로 기득권적 사고요, 반혁신적 사고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시대의 정신에 맞는 인사제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본분에 보다 충실한 학교장 임용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단해야할 시점이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칙을 정해야한다.

우선, 대다수의 공모 사업을 중단하고, 교육청의 정책 사업에 승진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요하면 승진가산점이 아닌 전보가산점으로 대체하거나 필요 직무급 수당으로 전환해야 한다. 본질에 맞는 업무라면 가산점 없이도 해야 하고, 특정 교원에게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전교직원이 함께 짐을 나누어야 한다.

인력공급과 비용지급을 하지 않으면서 소수교사에게 가산점을 매개로 업무를 몰아주는 방식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벗어나 교사들에게 행정업무를 하지 않도록 원칙을 세우거나, 추가적으로 인력·예산을 지원 받는 방식으로 사업과 정책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특정 교원이 일반 교원에 비해서 특별한 업무를 맡는 경우 가산점으로 퉁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공무원들처럼 직무수당 내지는 특별수당을 요구해야 한다.

교장 임용 대상자 평가방법 다변화해야

근본적으로 학교장 임용제도는 가산점으로 승부를 보는 방식이 아니라, 지원자의 리더십과 역량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본질은 ‘가산점을 얼마나 모았느냐’가 아니고, ‘교장 업무를 제대로 감당할 역량과 리더십, 전문성을 갖추었느냐’이다. 예비교장 풀을 대폭 넓히고, 지원자 역량을 다차원 방식으로 검증하고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도 승진형, 내부형, 초빙형, 개방형과 같은 다양한 학교장 임용 방식이 있는데,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이 논의를 하여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자에 대해 엄밀한 검증을 거쳐 학교공동체가 적격자를 선택했다면, 그 책임을 공동체가 함께 지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