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역점 계획 1순위가 부정‧비리 척결이라니
대한민국 교육 비전, 청사진 제시 못하는 '교육부'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가 오늘(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내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이날 교육부는 내년도에 ‘교육현장의 신뢰도 제고’와 ‘사람 중심 미래교육 실현’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며 가장 먼저 교육분야 부정‧비리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교육부부터 혁신하고 교육현장의 투명성을 높여 자정 역량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사립학교 유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교육부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 방안으로 사립대학 보직 교원에게 적용되고 있는 퇴직 공무원 취업제한을 사립 초‧중‧고등학교와 사립대학 무보직 교원까지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이어 ‘미래교육위원회(자문기구)’를 구성하여 현장 전문가, 학생, 학부모와 함께 미래인재 양성에 대하여 논의하고, 부처 간 협업을 통해 ‘미래인재 양성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학교 현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스스로 비리를 예방하는 자정 시스템을 구축을 위해 구성원의 학교 운영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학생회를 법제화하고 학부모회 조례 제정을 확산하기로 했다.

교육 현장의 부정‧비리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 방침으로 시험지 유출 등 비위 발생 시 사립 교원에게도 국‧공립 교원과 동일한 징계 기준을 적용해 징계를 강화하고, 공익제보 신고센터를 내실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또 유‧초‧중‧고 및 대학의 감사 결과를 학교명까지 실명 공개해 학교 현장의 자정 노력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유아교육의 공교육 강화, 기초학력 국가책임제와 교육격차 해소, 학교자율성 확대와 고교학점제 도입 기반 구축, 지역산업 밀착형 직업계고 도입 등 직업계고 활성화, 고등교육 혁신 생태계 조성과 대학시간강사 처우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밝혔다.

 ‘역시’, ‘또’, 백화점식 나열에 재탕, 삼탕이구나 

이처럼 교육부는 내년 업무보고를 통해 많은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매년 교육부 새해 업무보고가 나올 때 마다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기자의 눈에는 ‘역시’, ‘또’, 백화점 식 나열에 재탕, 삼탕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전년도에 교육계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과 사고에 대해, 교육부가 여론의 입맛에 맞는 칼춤을 추며, 땜질 식 대책을 또다시 재생산하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교육 비리를 교육적폐로 규정, 철폐 대상임을 분명히 해왔다는 점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밝힌 ‘교육현장의 신뢰도 제고’, ‘사람 중심 미래교육’ 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다만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교육부의 역점 계획 1순위에 교육분야 부정‧비리 척결이 자리하는 건 적절해 보이질 않는다.

교육부 공무원들의 재취업 논란 등 ‘교피아’와 관련한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내년 업무보고에 이 문제가 다시 등장한 것을 보면, 결국 교육부 스스로 이전 대책이 무용지물이었음을 자인하는 꼴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중요한 건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 빈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임기 중반을 넘어서는데도 이제서 ‘미래교육위원회’를 구성해 ‘미래인재 양성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비리 퇴출은 당연한 것이고, 교육신뢰 회복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건 다 아는 일이다. 학생회 법제화, 학부모회 활성화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중요한 건 교육부가 이 나라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이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역시’ 대한민국의 교육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질 못했다. 능력 부족이다. 아니면 관료적 타성에 젖은 탓이다. 적어도 교육부 새해 업무보고에는 교육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 미래 인재 양성에 대한 정책이 담겨야 한다.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는 적폐청산만 치중했고, 교육과 교원은 실종됐다. 이런 교육부 언제까지 놔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