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교원 생에주기 연수 강화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민주시민교육 중점 교·사대 선정·지원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2022년부터 기존 교과 통합 등을 통해 '시민' 교과가 신설된다. 또 내년에는 민주시민학교 51개교가 운영되고 학생회는 법제화된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의 주요내용은 '포용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성숙한 민주시민 양성을 위해 학교수업에서 토의·토론, 주제중심 프로젝트 등을 늘리고 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 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회 법제화 등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문화를 조성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민주시민 양성은 교육기본법의 중요한 교육이념이지만 지식 중심 교육에 치중해 그동안 소홀했다"며 "민주시민교육은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참여와 실천을 통해 생활 속 민주주의를 확산해 학교현장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과목 개설…참여형 수업·논술평가 도입   

교육부는 2022년 차기 교육과정 개정 시 시민교육을 위한 핵심과목 육성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관련 교과목을 통합하거나 '시민'(가칭)이라는 교과로 신설하고, 고교는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시민 ▲토론 ▲미디어 리터러시 등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실시 중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도덕과 사회, 국어, 미술 등 과목에 흩어져 있다. 이를 2020년 일부 개정을 통해 총론으로 민주시민교육 요소를 강화하고, 보조교재와 교사 연수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로 하겠다는 것. 또 토의와 토론, 주제중심 프로젝트 등 참여형·협력형 모델이 될 만한 수업사례를 발굴해 확산할 예정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해서 분석하고 평가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교수학습 및 평가방식도 바뀐다. 학생들이 의견을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실천 중심 교수학습방법이 적용된다. 평가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로 전환된다. 과정중심 관찰평가와 학생 성장·발달 수준 진단이 가능한 논술형 평가방법을 2020년까지 개발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 '민주시민학교' 51개 학교를 내년에 선정할 계획이다.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해온 혁신학교의 성과를 전국 학교로 확산하는 역할을 할 민주시민학교에는 1곳당 1000만원씩 예산과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된 학교는 교육과정에 참여·협력형 수업을 마련하고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학교문화로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수학교 운영사례는 주변 학교로 확산할 계획이다. 

교원 생애주기 연수 강화...교·사범대부터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장, 교감, 교사 연수도 강화된다. 우선 생애주기별 직무연수와 자격연수에 관련 내용을 강화하고,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과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예비교사부터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대와 사범대, 교직과목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민주시민교육 내용을 교육과정에 편성·운영하는 중점 교대와 사범대를 선정·지원하고, 교직과목에 민주시민교육 관련 내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교육과정에 민주시민교육 요소를 강화하고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 51곳 내외를 '민주시민학교'로 선정해 일반학교에 우수사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주체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학교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제도와 여건을 개선한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공간수업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교사들과 협의해 매일 공부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직접 결정하고 바꿔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경기도 부천 도당고의 학생자치회 활동 모습. 사진=부천교육청
경기도 부천 도당고의 학생자치회 활동 모습. 사진=부천교육청

학생회 법제화…학칙, 급식, 교복, 학사일정, 교육과정 등 의사결정 참여

학생들이 배운 민주시민교육을 학교 안에서 직접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학생자치활동도 대폭 강화된다. 특히 내년에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학생회 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토론회를 거쳐 선거를 치르는 등 직접 민주적 선거절차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자치회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간과 예산 배정을 권장하고, 학생회의 예산 편성 및 결산권을 보장한다. 프로그램 주관 등 학교운영과 학습에도 참여를 보장하고 권한도 강화한다.

학생회는 모든 학생들이 참석하는 학생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또 입학식이나 졸업식, 축제, 각종 캠페인 등을 직접 기획·운영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과 재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학칙과 급식, 교복, 학교시설 개선, 학사일정, 교육과정,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운영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넓히기로 했다. 학생회 대표는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기회는 물론 공청회와 설문조사, 학생회 차원의 의견 제출 등 다각도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민주시민교육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 ▲시민교육 ▲인권 ▲평화·통일 ▲양성평등 등 주제별 정책협의회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회를 통해 교육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영국 '크릭보고서' 참조한 교육부...정치무관심·차별·혐오·갈등, 민주시민교육으로 해결

교육부는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1997년 영국의 크릭보고서(Crick's Report)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반사회적 혐오행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고용부에서 학교 시민교육과 민주주의 교육 강화를 선언하고, 버나드 크릭(Bernard Crick)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시민교육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자문위원회는 시민교육을 의무화하고,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을 권고한 이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당시 영국처럼 계층과 세대, 성별, 이념 간 갈등과 혐오문제가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생해 사회 통합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여년째 3위를 유지하고 있다. 1위와 2위는 멕시코와 터키다.

교육부는 민주시민의 역량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핵심가치에 대한 지식과 이해 ▲타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다원성을 인정하는 시민적 관용 ▲공공생활에 적극 참여하고 실천하는 시민적 효능감 ▲사회·정치적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비판적 사고력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와 상생의 원칙에 따른 협력과 연대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국내 상황에 맞는 민주시민교육 목표와 기본원칙은 내년 정책연구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다. 프랑스 등 해외 민주시민교육 교육과정과 교과서도 분석해 벤치마킹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