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권호영 기자] 새해가 시작되자 문재인 정부가 소통 강화에 나섰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라는 文 대통령 주문에 청와대 인사, 부처 장·차관들이 잇따라 현장에 달려가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최근 들어 부쩍 현장 방문을 늘리고 있다. 

유 부총리는 오늘(24일) 설 명절을 맞아 강원 원주에 있는 전통시장과 복지시설을 방문했다. 어제(23일)는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내일(25)은 전문대교협 총회에 참석한다. 21일 오전에는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산업단지를 방문했고, 이어 건설업체 요진개발(주)의 고양시 학교부지 기부체납을 촉구하는 단식 현장도 찾아갔다. 이처럼 유 부총리는 지역구까지 챙기며 소통과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사립유치원 문제다. 유 부총리는 사립유치원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짐작컨대, 유 부총리의 대화 거부엔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립유치원은 지난해 봇물처럼 터진 각종 비리문제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유 부총리는 사립유치원 측의 요구를 뭉개고 뜻대로 밀어붙여도 된다고 생각한 듯하다. 

실제로 교육부, 시도교육청은 대화보다 여론에 의지한 힘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과 대화를 거부하고 에듀파인 도입, 처음학교로 적용, 국공립유치원 증설, 유치원 원장 자격기준 상향 등 다양한 정책을 자신들 뜻대로 강행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정도와 사례가 너무 깊고 다양한데도 과거 물리력 행사 등을 통한 행동 패턴과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질 않았다. 침소봉대해 도매금으로 전국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을 뿐 한유총은 불거진 비리 백태에 학부모와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학부모, 국민 분노에 맞서 기자회견, 토론회, 집회 등을 통한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전혀 공감을 얻지도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유총이 결국 꼬리를 내렸다. 교육부에 대화를 구걸하는 모양새다. 한유총 이덕선 이사장과 관계자 10여명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교육부를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한유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옳고 그름을 떠나 다양한 의견수렴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절차"라며 "이를 해태하는 교육부의 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한유총의 이 같은 발언은 유치원 비리 문제가 터진 후 정부와 한유총이 보여준 행태로 볼 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정부와 한유총은 그간 각자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냈다. 각자 가고 싶은 길만 갔다. 상대방 입장에서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쉽게 힘으로 해결하려는 모습만 보여줬다. 

새해부터 유 부총리는 소통 강화에 나섰다. 바람직한 일이다. 예쁘거나 밉거나 사립유치원도 엄연한 교육기관이다. 이제라도 유 부총리는 한유총 관계자들과 대화에 나서는 건 어떨까. 원하는 곳만 가고, 원하는 것만 듣는 건 소통이 아니라 '쇼'이다. 정부와 유 부총리의 현장 소통 행보가 ‘쇼’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