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사가 건강해야 교육이 삽니다"...'교사 119, 이럴 땐 이렇게' 저자 왕건환
[인터뷰] "교사가 건강해야 교육이 삽니다"...'교사 119, 이럴 땐 이렇게' 저자 왕건환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9.02.12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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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질?..."교사가 재미로 수업 연구할 수 있게 해줘야"
각종 단체와 노조..."교사의 현재 문제에 집중해 달라"
학교는 현직 교사가 가장 잘 알아..."교사 출판 활동 장려해야"
"혼자 일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고 말하는 왕건환 교사
"혼자 일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고 말하는 왕건환 교사

“교사 자신을 돌보고 회복하자. 행정 잡무나 민원 소송 위험을 없애 달라. 수업 연구가 재미있으면 얼마든지 퇴근 후에도 취미로 할 수 있다.”

왕건환 교사는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선 교사의 심신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의 한마디 말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기본적인 복지와 업무 환경, 방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많은 직장인이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것은 직장 환경을 개선할 일이지 교사의 근무환경과 비교할 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 교사가 처한 환경 등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교원 단체나 노조가 앞장 서 해결해야 함을 강조했다.

“지금 당장 교사의 어려움에 집중해 달라. 많은 사람에게 좋을 합리적 방법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 서로 싸우는 것 보다 우선 서로가 동의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그는 단체들간의 주도권 싸움에 매몰된 조직은 금세 도태될 것이라며 교사가 처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결국 교사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곳이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학교의 현재는 학교에서 현재 근무하는 교사가 가장 잘 안다. 이들의 책 출판 활동이 필요하고 널리 공유되어야 한다.”

왕 교사는 교사가 쓴 책은 잘 팔리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현직 교사의 출판 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사 119, 이럴 땐 이렇게’를 읽고 또 다른 해결책을 제안해주면 개정판에 담아낼 것이라고 알렸다. 그는 끝까지 집단지성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아래는 왕건환 교사와의 1문1답.

왕건환 서울 경기고 교사. 그는 학교의 현재 이야기는 현직 교사가 가장 잘 안다며 현직 교사의 출판 활동을 장려했다.
왕건환 서울 경기고 교사. 그는 학교의 현재 이야기는 현직 교사가 가장 잘 안다며 현직 교사의 출판 활동을 장려했다.

▲각종 복지와 업무 환경 등을 따져보면 ‘교사는 꿈의 직업’이라는 이들이 많다. 일반 회사에서의 어려움에 비하면 교직의 어려움은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사의 사소한 언행도 학생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정이 무너지고 성적과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로 심리가 불안한 수십 명의 아이를 교사는 매일 돌보고 치유해야 한다. 이렇게 사는 교사들에게 기본적인 복지와 업무 환경, 방학조차 없다면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들 것이다.

많은 직장인이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문제와 어려움은 직장 환경을 개선할 일이지, 교사의 근무환경을 낙후시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교사들도 함께 스트레스받고 과로하라고 한다면 교육의 질은 더 나빠진다. 그 악영향은 그대로 학생들이 받는다.

자라나는 학생들이라도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삶을 살게 하고 싶다면, 교육 환경은 더욱 개선되어야 한다.

교육의 질?...교사 심신 피로를 먼저 풀게 해야

이 시대 교사의 사명..."기피 업무를 없애는 것"

▲‘교사는 사명감으로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과 ‘교사도 직장인일 뿐’이라는 인식이 맞서고 있다. 많은 갈등의 시작이 사명감이냐, 직업의식이냐는 개인의 내적 정의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세대 변화에 따른 인식의 차이로 인한 세대 간 갈등도 큰 것 같다. 이 시대의 교사에게 필요한 의식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 이유를 말해 달라.

많은 교사가 ‘착한 아이 지향’을 갖고 있다. 우리는 틀리지 않는 정답과 완벽함을 요구하는 교육을 받았다. 공무원 집단의 특징인지, 100가지를 잘하는 것보다는 1가지 실수로 인한 비난과 징계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끊임없는 압박 속에 일찍 지쳐버리고 만다.

하루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만 학교 생각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교사 자신을 돌보고 회복하자.

그리고 저 시간만큼은 학생들에게 완전히 신경 쓸 수 있도록 행정 잡무나 민원 소송 위험을 없애 달라. 수업 연구가 재미있으면 얼마든지 퇴근 후에도 취미로 할 수 있다. 다만 교사의 심신을 회복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너무나 상식적인 상황이 우리에게는 이상적인 꿈처럼 느껴진다. 이걸 현실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세대 교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때는 이것보다 심했어”라며 후배 교사들에게 기피 업무를 미루는 것이 아니라, 기피 업무 자체를 없애는 것 말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좋아지고 있으니, 앞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까. 우공이산(愚公移山)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교총과 전교조가 교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교사모임과 교사노조가 태동하고 있다. 새로운 모임과 노조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당장 교사의 어려움에 집중해 달라. 특정 집단 말고, 많은 사람에게 좋을 합리적인 방법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 서로의 의견이 다른 부분 때문에 싸우지 말고, 우선 서로가 동의하는 부분에 집중해서 최대한 먼저 개선하자. 여기에 기여하는 모임들이 살아남고, 아닌 모임들은 도태될 것이다. 주도권을 두고 시기와 질투를 하지 말자. 협력적으로 공생을 모색하는 모임이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적자생존 진화의 원리이다.

▲지난해 8월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라는 제목의 책을 공저로 출판했다. 최근 교육부가 학교폭력 숙려제 결과를 발표했다. 2월 국회가 열리지 않아 학폭법 개정도 당장 어려워 보인다. 숙려제 결과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나.

교사는 예방 교육과 피해 학생 보호·회복, 가해 학생 재발 방지·반성에 전념해야 한다. 법규와 행정적인 절차는 교사가 할 일이 아니다. 이런 대전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학폭과 얽힌 문제 전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지엽적인 논쟁은 무의미하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5명의 현장 전문가가 모여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를 썼다.

왕건환 교사가 공저로 참여한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 표지.
왕건환 교사가 공저로 참여한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 표지.

학폭법 개정을 촉발한 지속적 학대로 인한 자살 같은 건 교사가 학폭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주로 경찰과 법원에서 할 일이다. 상당수의 학폭위는 생기부 가해 학생 처분 기록에 대한 다툼으로 변질하여, 변호사와 법조 브로커의 수익을 늘려주고 관련 학생과 학교는 만신창이가 된다. 생기부 기재는 실질적으로 자사고·특목고 입시, 대입 학종과 일부 취업 이외에는 전혀 영향력이 없다. 입시나 취업을 거치고 나면 생활기록부를 확인할 일은 거의 없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중학교 이후 선생님들은 전혀 볼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기록 문제로 골몰하다 정작 중요한 교육은 놓친다.

SNS에 매년 비슷한 질문...답변 정리한 '돌봄치유교실 소식지' 배포

학교 현실은 교사가 가장 잘 안다..."교사의 책 출판 필요"

▲책 출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유가 있다면.

기존 책들은 대개 굉장히 훌륭한 분의 업적과 사례가 많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 이론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현장의 많은 교사는 이런 책을 여유 있게 읽기 어렵다. 간결하게 읽고 긴급한 상황에서 큰 잘못을 하지 않고 초기 대처를 잘하도록 안내하는 책이 필요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신규교사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달다 보니, 매년 비슷한 질문이 올라왔다. 자주 나오는 질문과 답변을 네이버 카페에 정리해 놓았다가, 질문이 나올 만한 시기에 ‘돌봄치유교실 소식지’라는 이름으로 몇 년간 배포해왔다.

지치고 힘든 선생님을 위로하고 힘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의 나에게는 어떤 조언이 가장 효과적이었을까. 이에 대해 보통 교사들의 적정기술 수준부터, 베테랑의 중장기적인 안목까지 더해 집단지성을 모아 축적했다. 그러니 아주 훌륭한 개인의 저술 못지않은 위력이 있다. 이 소식지가 여기저기 퍼지다 보니 5만명 정도의 교사들이 읽고 있었다. 우리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배포한 ‘교사 자율휴직 법안을 위한 설문조사’ 답변 인원이 5만명이었다.

몇 년간 ‘돌봄치유교실 소식지’를 배포하면서 내용이 어느 정도 다듬어지자, 신규교사나 예비교사를 위해 한 권에 모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10년 전에 임용시험 준비할 때 보던 책이 아직도 스테디셀러로 팔리고 있었다. 그 책도 좋은 책이지만, 교직 환경에 바뀐 부분들과 그 책에서 차마 다루기 어려운 부분들을 다뤄야겠다 싶었다. 필요한 내용이지만 교육청에서 공식적으로 출판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현장 교사들이 나서야 하는 부분이었다.

▲교사의 책 출판, 장단점은 무엇인가? 저술 활동을 하고 있거나, 시작하려는 교원에게 조언 한마디 해 달라.

대학 교재처럼 이상적인 이론서도 나름의 역할이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교사가 되면 대학생 때 배웠던 지식과 학교 현장의 괴리를 너무 심하게 느낀다. 학교 현장을 모르는 관계자들이 학창시절 개인적 경험에 의존해 내놓은 정책들로 인해 학교가 너무 힘든 상황이다. 지금 당장 우리 학교 현실의 이야기가 절실하다.

학교의 현재 이야기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교사다.

그래서 교사의 책 출판 활동이 필요하고, 이렇게 쌓인 교사들의 실천적 지식이

학교 안팎으로 널리 공유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어차피 교사가 낸 책이 잘 팔리기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자비 출판까지 했으나, 이제 별 비용 없이 쿨북스나 북크 등을 이용하면 된다.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정보는 얼마든지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 공유할 수 있다. 이런 과정으로 어느 정도 공인받은 후, 한 권으로 정리할 만하다 싶을 때 책으로 내놓으면 된다.

건전한 비판과 다른 해결책 담은 개정판 낼 것

▲교사들의 의견을 담아 개정판을 내겠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어차피 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시대가 흐르면 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어떤 문제는 해결이 쉬워질 것이다. 다만 교사는 영원히 힘든 직업일 것임이 분명하다. 이 책 내용을 많은 분이 검토하고 다듬었지만, 또 많은 분이 비난할 수 있다. 비난보다는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위해 건전한 비판을 부탁한다. 네이버 카페 ‘돌봄치유교실의 교사119’ 게시판에 의견을 남겨주길 바란다. 이 책을 내기 위해 도와준 분들의 노고가 잊히지 않도록 애쓰는 것이 나에게 남은 사명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정체성은 ‘전통무예 전수자’이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위해 ‘몸학(Somatics)’의 연구와 보급에 힘쓸 계획이다. 현재 ‘2급 소마 전문가 자격증’을 갖고 있다. 잘못된 습관 누적으로 인한 초기 디스크나 오십견 같은 근골격계 질환, 정신적 피로 등은 쉽게 치유할 수 있다. 고등학교쯤 와보면 몸과 마음이 충분히 건강한 학생을 찾기가 어렵다. 힐링이 대세라, 수업이나 교사 워크숍에서 접해본 분들은 큰 만족감을 보였다.

즐겁고 유익한 수업을 위해 ‘모험놀이 기반 상담과 수업’을 비롯해 스토리텔링과 토론 활동 등을 접목한 수업도 계속 연구·보급하고 싶다. 관련 원격연수에 보조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교사로 살아가기 위험한 세상이라 교권보호를 위해 원격연수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널리 퍼져서 내가 안 나서도 되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교사 119, 이럴 땐 이렇게’의 서문에 실을 공동저자인 송형호 선생님의 좌우명을 남기고 싶다. 널리 퍼지는 데 작은 힘 보탰으면 더 욕심이 없다.

-Do not work by yourself but network.(혼자 일하지 말고 네트워크하자.)

-Separated we fell; shared we stand!(나뉘어 쓰러진 교단을 공유로 되살리자.)

-Documentate your idea and it will be Knowledge.(아이디어를 문서화하면 지식이 될 것이다.)

-Publish your knowledge on the web or perish in the wet.(지식을 인터넷에 공유하자. 그러지 않으면 축축한 곳에서 사라지게 된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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