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평가원 발표 '학생 학교생활 행복도' 조사
'교육환경 만족도'만으로 행복도 높아졌다 할 수 있나

교육부·평가원 "교과 자신감, 흥미 등 측정 결과 배제"
"행복도, 학습흥미도로 이어져야 진정한 긍정 성적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기선)은 지난 10일 2018년 학교생활 행복도 조사 결과 '높음' 비율이 지난 2013년 보다 20% 가까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미지=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0일 2018년 학교생활 행복도 조사 결과 '높음' 비율이 지난 2013년 보다 20% 가까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미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학생들의 교과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을 측정하는 정의적 특성은 작년보다 떨어졌는데,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가 상승했다는 발표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과 교육부는 이 같은 정의적 특성 결과는 포함하지 않고 학생의 학교생활 행복도가 상승했다고 발표해 유리한 결과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2018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평가원이 시행한 ‘중고등학생 학교생활 행복도 조사’ 결과도 포함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생활 행복도가 각각 61%, 59%로 높게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2015년과 비교해 각 6.74%, 11.6%p 증가한 수치다.

평가원도 지난 10일 '2013년 이후 최근 6년간 학교생활 행복도 추이'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평가원은 전체적으로 긍정적 응답 비율이 증가했으며, 그 이유는 학생 활동중심 수업 강화, 학교의 자율적 분위기 확산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행복도 설문 문항이 ‘학생들의 심리적응도’와 ‘교육환경 만족도’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학교생활 행복도’에 교과의 정의적 특성이 빠진 것은 진정한 ‘학교생활 행복도’ 측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가원이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 결과는 담겨있지 않다. 평가원 관계자는 “아직 정의적 특성 결과 추이에 대한 자료는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교과 자신감, 흥미...'행복도' 반 토막 수준

실제로 평가원이 해당 설문과 함께 진행한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 결과를 보면, 자신감 ‘높음’은 국어의 경우 중학교 39.7%, 고교 32.1%, 수학은 29.9%, 23.9% 영어는 40.6%, 28.1% 나타났다.

이는 60% 내외를 기록한 학교생활 행복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30% 선이다. 특히 수학은 10명 중 2~3명만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좀 나은 흥미 ‘높음’은 국어의 경우 중학교 41.0%, 고등학교 42.1% 수학은 42.5%, 39.8% 영어는 42.9%, 37.8%로 나타났다.

정의적 특성은 교과에 대한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 등 심리적 부분을 측정하는 것으로 평가원은 지난해 중고등학교 수학 과목에 이어 올해 국어, 수학, 영어 과목으로 확대해 시행했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와 함께 발표한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 변화 추이. 2017년에는 수학 교과만을 측정했기에, 비교 대상은 수학 과목으로 한정했다. 두 해 모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교과에 대한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 '높음'은 줄고 '낮음'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표=에듀인뉴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와 함께 발표한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 변화 추이. 2017년에는 수학 교과만을 측정했기에, 비교 대상은 수학 과목으로 한정했다. 두 해 모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교과에 대한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 '높음'은 줄고 '낮음'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표=에듀인뉴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의 경우 자신감(높음 38.9%→23.9%/낮음 20.7%→29.4%), 가치(높음 45.3%→36.6%/낮음 14.8%→20.0%), 흥미(높음 42.5%→39.8%/낮음 20.4%→23.3%), 학습의욕(높음 54.0%→50.0%, 낮음 11.0%→13.7%) 등 정의적 특성 ‘높음’ 비율이 모두 하락하고, ‘낮음’ 비율은 모두 상승하는 추이를 보였다.

또 자신감은 국어(높음 39.7%→32.1%/낮음 10.7%→12.8%), 영어(높음 40.6%→28.1%, 낮음 17.9%→21.0%), 수학(높음 38.9%→23.9%/낮음 20.7%→29.4%) 등 과목을 가리지 않고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적 특성은 행복도와 별개?...“학교에서 교과 흥미 등 빼고 행복 논할 수 있나”

그렇다면 교육부와 평가원은 왜 교과 자신감 등 조사 결과는 빼고 학생 행복도를 발표했을까. 지난 4년간 학생 행복도는 상세하게 그래프로 소개하면서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의 변화 추이는 공개하지 않았을까.

교육부 김영은 장학관은 “학교생활 행복도는 심리적응도와 교육환경만족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한 것은 맞지만 교과 부분이 빠져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행복도 설문 중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라는 문항에 심리, 환경, 교과, 교우관계 등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교과가 배제돼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 중 A 과목에 대해 얼마나 자신 있게 생각하냐, 중요하냐, 좋아하냐, 열심히 하느냐와 행복도는 별개”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구자옥 실장은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 조사와 학교생활 행복도는 독립변인으로 작용하므로 분리 조사했다”며 “학생이 공부를 못해도 자신감이 있을 수 있고, 공부를 잘하는 데 학교생활에서는 불행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평가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시사점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의 성취수준별 학교생활 행복도를 살펴보면, 성취수준이 높으면 학교생활 행복도도 높은 경향이 있다”며 “인지적 성취 결과뿐만 아니라 정의적 영역에 대한 추이를 분석해 학생들이 균형적 성장을 이루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사회교사는 “학교에서 학생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교과 지식 부분인 인지적 특성과 교과를 대하는 학습자의 심리 부분인 정의적 특성도 함께 고려해 행복도를 발표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전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교생활 행복도를 결과를 발표하며 교과의 정의적 특성을 빼고 발표하는 것은 한쪽 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진정한 행복도를 측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행복도가 학습흥미도로 이어져야 진정한 긍정 성적표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학생의 학교생활 행복도 조사는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 총 88만7582명 중 약 3%(2만6255명)의 특성화 중학교를 제외한 전체 중학교, 직업과정반 제외한 일반고, 자율고, 마이스터고 제외한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