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 공개
박수정 연구책임자 "국가 차원에서 정책 의제로 다뤄야"
'정규교사 입직 전 시보단계 수습교사제 찬성' 가장 높아

박수정 충남대 교수가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정책보고서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 표지 캡처
박수정 충남대 교수가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정책보고서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 표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수습교사제’를 국가 차원에서 정책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현재 교원 양성 과정 개편에 착수한 가운데, 국가교육회의는 지난해 11월 1년 단위 수습교사제를 제안한 바 있어 이 보고서에 이목이 쏠린다. 또 현장 교원은 수습교사제 필요성(60.1%)은 인정하면서도 도입에는 부정적 의견도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연구 책임자 박수정 충남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보고서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를 통해 “수습교사제는 교원양성교육의 보완, 교원임용시험의 보완, 신임교사의 교직 적응 및 적격 판정, 신임교사의 역량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훌륭한 교사를 양성하고 선발하며,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 담론 형성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습교사제는 교직 수행 능력과 자질을 평가받으면서 동시에 실제 교직 생활에 대한 이해와 적응 능력을 키워가는 단계를 의미한다.

예비교사의 역량 강화, 임용시험의 보완, 신임교사 역량 강화라는 목적에 따라 교원양성과정 학생과 졸업자, 교원자격증 취득자, 신규임용시험 합격자로 자격을 나눈다.

보고서에서는 ‘유자격교사로 선발되기는 했지만 채용이 확정되지 않은 교사’ 즉 임용시험 합격 이후 정규 교사 발령 이전 단계를 중점으로 파악했다.

수습교사제에 주목한 이유는 신임 임용 교사가 학생 행동 및 생활지도, 교육행정 업무 수행, 학부모 및 지역 사회 관계, 학교조직 이해 측면에서 어려움을 인식하고는 있는 것으로 진단됐기 때문이다. 또 신임교사의 적응 곤란은 학교업무처리와 학생 문제행동에 의한 수업방해 및 상대적 업무과중에 의해 심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신임교사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교직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생활지도와 상담, 학부모 및 지역 사회 연계 역량, 전문성 역량 등이 필요하다"며 "관련 프로그램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교육부는 신임교사의 직무수행능력 제고를 위해 교육과정 내실화, 교직 적응력 및 창의적 학습지도 능력 배양을 위해 연수원, 교육지원청, 학교에서 관련 연수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은 임용 전·후, 초·중등 교사 별 연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현장 업무 적응에 신임교사들은 애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수정 교수는 “신임교사 연수의 양적 질적 강화와 체계적 관리, 필요와 요구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연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습교사제 도입 시 교사의 생애단계 특성과 교사 전문 역량 바탕 핵심 활동 구조화 ▲교사를 연수의 주체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연수 개발 및 신임교사의 요구와 필요 반영 ▲개인학습, 협력학습, 성찰형 학습 등 다양한 형태의 연수 ▲지속적이고 장기적 교육 기회 제공 및 업무 경감과 활동 공간 보장 등 조직적 지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출처=서울시교육청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 정책 보고서)
(출처=서울시교육청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 정책 보고서)

수습교사는 대전시교육청(1998), 충남교육청(2010~2013), 세종시교육청(2014)이 비슷한 제도를 운용했으나 형평성, 법적근거 부족, 교무행정사 제도 도입, 현장교육지원 교사제 등으로 폐지 또는 변경된 바 있다. 현재는 대구시교육청이 2014년부터 '예비교사제'라는 명칭으로, 1교실2교사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일반공무원의 경우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및 실무수습 업무처리 지침’을 별도로 마련해 공무원 공채 합격자를 대상으로 수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 교원 설문 결과...'수습교사제 도입 찬성 60.1%, 반대 20.9%'

박 교수는 교사, 교장, 교감 등 총 506명을 대상으로 수습교사제 도입 찬성 정도를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결과 찬성(31.5%)과 매우 찬성(28.6%)이 60.1%로 반대(7.2%)와 매우 반대(13.7%) 20.9%보다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수습교사제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규 교사 입직 전 시보 단계로서 도입해야 한다(59%) ▲6개월 과정(42.6%) ▲보조교사 역할(53.2%) ▲비담임(73.8%) ▲교원보수와 동일(48.1%)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으며 ▲수습교사에 대한 평가를 절대평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은 68.7%로 집계됐다. 특히 ▲‘수습과정 탈락 시 재응시 가능’에 동의하는 의견이 74.5%로 반대(6.5%), 매우 반대(3.6%)보다 크게 앞섰다.

(출처=서울시교육청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 정책 보고서)
(출처=서울시교육청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 방안 연구' 정책 보고서)

설문 결과를 두고 박 교수는 “일반 교사보다는 관리자들이, 일선 학교보다는 교육행정기관이, 그리고 저경력・중경력 교사들보다 20년 이상의 교사들이 수습교사 도입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직위와 경력에 따른 선호도가 상당 부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습교사제 운용 방법으로 정규교사 입직전 시보단계로서 수습교사제에 대한 찬성 비중이 59.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수습교사제의 효용은 신임교사의 적격자 판별 및 전문성 강화에 있다”고 제언했다.

현장은 교원 양성 과정의 문제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습교사제 도입에는 크게 반응이 엇갈렸다.

춘천교대 재학생은 “교대 양성과정에 실습 기간 부족해 현장 발령시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당장 시보 형식의 수습교사가 아닌 양성과정에서 실습을 강화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평가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은 “동료평가, 부장평가, 교장평가 등으로 이뤄지는 수습교사 평가에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며 “인성 등을 계량화해 평가할 수 없는 만큼 만반의 준비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는 “신임교사들 중에는 실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담임, 상담, 생활지도 등에 투입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 현장을 미리 배우는 과정의 수습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교대 성희롱 사건처럼 인성이 안 된 교사가 임용되는 것이 큰 문제”라며 “수습교사제를 통해 부적격 교사를 거르는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현행 임용 시스템에 비추면 수습교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범대학과 교대의 진학 목표에 차이가 있는 만큼 분리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 교수는 “의사, 변호사, 종교인 등 전통적 전문직종은 교육기간이 길고 충분한 실습 과정을 거치지만 실습 기간을 교대는 10주, 사대는 4주만 진행한다”며 “짧은 기간으로 인해 교육 현장에 필요한 학생상담 능력, 교육과정 운용 능력 등을 제대로 배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임교사들은 전문적인 실습지도 교사 밑에서 배워야 제대로 된 전문가로 양성할 수 있다”며 “수습교사의 교육을 담당할 경험 많은 교사와 수석 교사 등 헤드티처 연수와 지역별 거점 협력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교사는 국가공무원 신분인 만큼 임용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가적 공론화가 필요하고 상위법을 개정하는 등 절차가 간단치 않아 당장 제도적 변화가 일어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국가교육회의 역시 지난해 11월 교원양성 및 임용체제 개편방안 보고서를 통해 신규임용제도 정비 방안으로 교사의 단위학교 신규발령 전 의무적으로 1년의 수습교사를 거치는 수습교사제를 제시한 바 있다. 또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지난 12일 ‘2019년도 지방교육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교원선발을 자격시험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어 교원 양성 과정 개편을 위한 정부차원 군불 때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교육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