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들, 조국 딸 입학 진상 규명 촉구 집회
"심각한 박탈감…고대 위신, 명예 땅에 떨어져"
학생증, 졸업증명서 확인 등 거쳐 집회 참여

(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의혹에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학교는 입학심사자료를 공개하고 문제 시 입학취소처분하라.”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비리 의혹과 관련 23일 고려대 중앙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를 통해 공지됐으며, 2000여명이 넘는 학생이 참석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가 집회에서 빠지고 방학 중인 점,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 참여 학생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1000여명의 학생이 참가, 중앙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집회에는 학생의 경우 학생증을, 졸업생의 경우 즐업증명서를 일일이 확인한 후 집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집회를 지휘한 집행부는 “현재 벌어지는 조국 후보자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입학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 만큼 평범한 사람이 나서 의혹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개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 후보자 딸의 입학 비리 의혹으로 노력을 통해 정당한 결과 얻어온 학우들이 심각한 박탈감에 빠지고 고려대의 위신과 명예가 땅으로 꺼졌다”며 학교에 “입학 심사자료 공개 요청과 문서보관실 실사, 해당자료를 폐기했다면 데이터 베이스를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고려대는 5년마다 입학 관련 서류를 폐기해야 하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현재 관련 서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들은 "문제가 된 논문을 심사한 입학사정관은 감사하라"면서 "문제가 있을 시 입학취소처분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집회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1학년 학생은 “학원도 못 가고 밤새 공부해 겨우 고려대에 입학한 게 억울하다”며 “집회 개최 소식에 바로 자원봉사 신청하고 상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정권의 정유라 사건을 언급하며 “조국 딸이나 정유라나 정치적 진영만 다를 뿐 입학 비리라는 문제의 본질은 같은 것 아니냐”며 “학생들의 자발적 집회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한 학부모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에 눈물이 난다”며 “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국가가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또 “정유라 사건이 정권 교체에 큰 요인으로 작동했는데 바꿔놔도 똑같으면 어쩌냐”며 “진보 보수를 떠나 상류층의 부정이 만연한 대한민국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집행부의 ‘고함’이라는 제목의 성명서 발표와 참여 학생들의 교내 행진이 이어졌다. 이들은 행진하며 ‘진상규명 촉구한다. 입학처는 각성하라’, ‘정치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2만 학우 지켜 본다. 입학처는 명심하라’, ‘개인에게 관심 없다. 진실에만 관심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으로 1부 집회를 마무리하는 학생들에게 지켜보던 이들이 박수를 보내며 학생들을 응원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2부에서는 참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고려대학교 측은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문서 폐기 사실) 증빙 요구 등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