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초학력보장=학력평가부활?..."기초학력보장 관점부터 다시 세워라"
[기고] 기초학력보장=학력평가부활?..."기초학력보장 관점부터 다시 세워라"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9.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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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5일 '2020 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5일 '2020 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울시교육청)

[에듀인뉴스] 지난 9월 5일, 서울시교육청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열등생으로 낙인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결과가 노출되는 것을 예방할 대책은?

▲초3, 중1만 검사 대상인데 나머지 학년의 기초학력 대안은?

▲6종의 검사도구 중 선택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검사도구인가?

▲부모 동의 없이 기초학력 지도가 어렵다는데 이에 대한 방안은?

▲지금까지 학교와 교사 자율에 맡겨서 놓쳤던 학생들은 몇 퍼센트나 되나?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었고 적어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정도는 세워져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감의 발표문이나 정책 보도자료에 나와 있지 않은 이런 부분들이 더 궁금했다.

하지만, 답변은 두루뭉술하고 무책임했다.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정책을 만들 때 배움이 느린 학생의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하긴 했을까. 여러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는데 도대체 그들은 누구였을까.

학생 한 명, 한 명의 능력에 따라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도록,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문해 능력은 습득하도록 책임지는 것이 ‘의무교육’이고, 그 역할을 국가가 해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그에 대한 대안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학력저하에 대한 대책으로 초6, 중3, 고2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평가를 시행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한 날, 한 시에 동시에 실시하지 않는다. 6종류의 검사지 중 학교가 선택할 수 있으니 이는 절대로 ‘일제고사’가 아니다”라고 한다. 그동안 학부모들이 왜 일제고사를 반대해왔는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학습지 업체 XXX는 2020학년도부터 기초학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사진=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대형 학습지 업체 XXX는 2020학년도부터 기초학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사진=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진단검사로 포장한 평가는 사교육을 조장한다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이유를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접근하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미 각 교실과 학교에서 ‘진단’은 학년 초뿐만 아니라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 학년에 걸쳐 이미 진단되는 기초학력을 굳이 특정 학년만 전수조사 형태로 검사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초3과 중1 진단평가를 대비한 사교육이 아래 학년부터 성행할 것은 자명하다. 이미 3월 교육부 발표 이후 사교육 시장의 홍보 문구엔 ‘2020년부터 부활하는 기초학력평가 시험’이 등장했다. 학교에선 초1~2 안성맞춤(안정과 성장 맞춤) 교육, 중1 자유학기제를 표방하면서 학원에선 3R’s와 국·영·수 진단평가를 대비해야 하는 모순과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줄 세우기와 낙인효과로 인한 교육 퇴행

평가 결과가 절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교육청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의원 손에 개인의 학교생활기록부가 그대로 전달되는 시대다.

예산 집행 자료로 시의원, 국회의원이 정보 공개를 요청할 때 과연 교육청이 거부할 수 있겠는가.

강북·강남의 비교는 물론 학급 순위까지 그대로 매겨질 지역별·학교별·개인별 낙인 효과에 대한 대책은 찾을 수가 없다. 이 부분이 학부모에겐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지만 교육청은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후속 조치 정도일 뿐이다.

기초학력 진단보다 개별 학생 맞춤 지도가 중요

대상 학년 선정 이유에 대해 교육청은, 초등 2학년을 집중학년제로 운영한 후 적응기로 들어가는 3학년과 학업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중등 1학년이 적합하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초3과 중1에 진단한 결과를 토대로 이를 개선할 기초학력 보완 방안은 무엇인가? 협력강사, 더불어교사, 학습도움센터 등 그동안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시행해 왔던 정책만을 나열할 뿐 획기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초3과 중1을 제외한 다른 학년에 대한 기초학력 보장 방안 역시 대안이 없다.

더불어교사제(1수업 2교사제), 수준별 맞춤형 교재 개발(문해 능력이 낮은 학생을 위한 교재) 등 개인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백억의 예산은 2개 학년을 위한 진단과 3회에 걸친 향상도 평가 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칠 것이다.

배움이 느린 학생을 품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기초학력이 부진해도 학부모의 동의를 받기 힘들어 적절한 지도가 어려웠다는 게 교육청 설명이다. 그래서 이를 설득하기 위한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승전 ‘학부모 탓’이다.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별도로 남아서 지도하는 ‘분리교육’ 방식 때문이다. 학교 밖 센터를 이용한다고 다르지 않다. 수업 중에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도한다면 굳이 학부모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둘째, ‘학력’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른 경우다. 6종의 검사지가 진단하는 기초학력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새로운 검사지가 아니라 이미 2009년부터 서울 지역 30%의 선생님들이 사용해 온 것이라는데 이를 전체로 적용해 강제한다는 것이 무슨 대안인가.

미래 시대를 살아갈 ‘미래 학력’에도 기본이 되는 문해 능력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초3 검사는 납득이 되나 중1 진단검사(국·영·수가 포함된)는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구 학력’의 기준에 맞지 않는 열등생으로 낙인찍고 이에 대한 향상평가를 3회 실시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타고난 능력이 있다. 저학력이든 난독이든 경계선이든 그에 맞는 방법으로 사회를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이어야 한다. 담임교사, 도움교사, 특수교사가 한 교실에 있는 핀란드처럼 서로 다른 아이들을 모두 품어줄 수 있는 교실이 되어야 한다.

기준을 정해 놓고 틀렸다고 하는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 우리 교육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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