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 김진경 의장 기조연설

지식 중심 학력, 살아가는 능력 중심으로 바꿔야
‘대학설립준칙주의’ 우리 교육에 가장 큰 악 영향

23일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 참석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사진=교육부)
23일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 참석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23일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기조 연설에 나서 “현재의 지식중심 학력을 살아가는 능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5·31 교육개혁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5.31 교육개혁은 김영삼 정부 시절(1995년) 초중등 교육개혁 방안으로 주입 암기식 교육으로부터 탈피하고 자기주도 학습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력을 기르고자 하는 지향으로 지난 20여년간 한국 교육 방향을 끌어온 정책으로 손꼽힌다.

김 의장은 “5.31 교육개혁의 한계는 초·중등학교 학생의 학교 생활을 종합적으로 기록하겠다고 도입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구조에 잘 나타나 있다”며 “지성과 인성, 교과활동과 교과 이외 활동을 엄격히 나누는 이분법적 기록은 산업사회 교육체제에만 적합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학생부는 ‘지성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키운다’는 취지로 ‘교과 이외의 다양한 활동과 봉사활동을 상세히 기록’해 대입 전형의 주요한 평가 자료로 활용하고자 도입됐다. 즉 교과는 교과대로 비교과인 활동 부분은 활동대로 영역을 구분해 기입하고 대학이 이를 구분해 입시 자료로 활용하면서 현재의 학종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조국 전 법무장관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이 번지면서 전교조 등 6개 교육노조와 시민단체는 공정한 입시를 위해 학생부 중 비교과 영역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는 “산업사회 교육체제는 요약·압축된 학문적 지식 전수로서의 교과활동을 공적 지위를 갖는 주요 교육활동으로, 인성과 관련된 교과 이외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사적이고 부차적 교육활동으로 엄격히 나누는 것이 특징”이라며 “5.31 교육개혁에 내포된 학력 개념은 지식 중심 산업화 시대 학습과 학력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교육이 산업사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교육적·사회적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 의장은 5.31 교육개혁의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우리 교육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목했다.

5.31 교육개혁은 대학 교육의 대중 교육화, 실용 교육화를 추진하기 위해 대학설립을 인가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0년 대학 취학률이 70%에 이를 만큼 고등교육의 대중화를 이뤘다는 긍정의 평과 함께 부실 사학을 키웠다는 부정적 평도 함께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미국의 대중적 대학교육에 대한 몰이해와 순진한 시장주의에 기초해 시행된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대학을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시키면서도 고등직업교육에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성 확보나 질 관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늘날 풀 수 없게 얽힌 고등교육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5.31 교육개혁 중 가장 크게 악영향을 끼친 사례로 많은 교육적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엘리트주의 대학 모델로 인한 치열한 학력경쟁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구분 모호 ▲고등직업교육 실종 ▲학력 경쟁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다수 학습자의 학업 흥미 감소 및 포기 등 학력분단현상 ▲학업과 직업에 대한 의욕 상실과 수동적 인재 양성 등 5가지 병폐를 지적하며 “고등교육개혁은 기술 수입형에서 창출형의 방향으로 전면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등교육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창출형·선도형 고등교육체제 ▲직업교육과 연계한 지역 플랫폼 구축과 재구조화 ▲연구개발(R&D) 사업의 질 제고와 책임성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동안 연구개발 사업은 선행연구가 이뤄진 영역이거나 선진기술을 국산화하는 방식의 단기 추격형 모델이었다”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장기·선도형 연구개발에 높은 점수를 주어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기적 논문 편수에 따른 양적 평가를 넘어서야 한다”며 “단기·중기·장기 과제를 아우르는 질적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