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수능 감독관'이었다는 사실 자체 알려도 징계 가능
교사들..."입에 재갈을 물린 것", "우리가 감옥에 가는 것이냐"
정성식 실천교사 회장 "지나친 표현 자유 억압...처벌은 겁박"

수능 시험장에서 학생을 확인하는 수능 감독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수능 시험장에서 학생을 확인하는 수능 감독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수능감독관 유의사항은 대외비입니다. SNS 등에 내용을 올리면 처벌받을 수도 있으니 현장 교사들에게 안내하세요."(교육청)

“왜 대외비죠. 숨겨야 할 이유가 있나요?"(A교사), “입에 재갈을 물려놓은 심정입니다."(B교사)

수능시험이 끝난 후 SNS에는 수능 감독을 치른 교사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그 중 특히 눈에 띠는 것은 ‘대외비’로 분류된 수능감독관 유의사항이다.

수능감독관 유의사항은 대외비니 교육청별로 수능 감독 책임관에게 SNS 유출을 하지말라는 지시도 나왔다는 것.

수능 감독관 교육은 책임관 교육-고사장별 교사 교육(수능 전날)-학교 현장 교육(당일 오전)으로 이뤄진다. 대외비로 알려진 수능감독관 유의사항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시도별 교육청이 배포한 자료 모두에 해당한다.

유의사항 자료에는 수능 시험장에서의 태도 및 진행 절차 시 감독관 위치 등 대부분 교사 행동을 제약하는 내용이 분 단위로 기재돼 있다.

교육에 참가한 A 교사는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싶어도 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있으면 죄인이 된 것 같다”며 “우리가 죄를 짓고 감옥에 가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더 큰 문제는 교육부가 수능감독관 유의사항을 대외비로 설정, 외부 유출 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의 B 교사는 “수능 감독 책임관 교육에서 감독 유의사항을 외부에 공개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책임관 교육을 받은 이후 관련 자료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는 교사들이 다수를 이뤘다”고 말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유의사항은 전체가 대외비로 진행되는 것이 맞다"며 "공개되면 부정행위로 역이용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감독관이었다는 것을 발설하거나 SNS 등에 공개하면 징계 사안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알려 교사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수능 감독관 직무를 수행한 C 교사는 “최근 수능 감독역할이 논란이 되니 교사들의 불만이 더 터져 나오지 못하도록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같다”며 “현실을 얘기하는 것조차 막으면 교사는 인권도 없다는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수능 감독에 참여한 교사들이 소회를 밝히는 것은 우리나라 현재 교육 문제를 알리고 개선점을 찾는 중요 요소”라며 “대외비로 설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고 징계로 이어지는 것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겁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