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학회 기획주제 '한국사회 교육격차의 실태 및 함의' 발표
외고-자사고-일반고 서열 해체 바람직..."기득권도 이득 설득 필요"

수능 등급은 비슷하지만 소득 최상위층의 주요대학 진학률이 월등히 높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원인을 사교육으로 해석했다.(김경근 교수 발표자료)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기계적이고 경직적인 실력주의 집착이 고등교육 단계에서 계층 간 교육격차 심화를 유발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이를 완화하기 위해 사교육이 대입전형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을 축소하는 정책을 중·장기적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19일 열린 한국교육학회 기획주제 ‘한국사회 교육격차의 실태 및 함의’ 발제자로 나선 김경근(사진) 고려대 교수는 “기득권층 관점에 기반한 실력주의, 공정성 논리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점수’를 개개인의 ‘실력’으로 보지만 그 ‘점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선발과 변별 중심 기존 교육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수단이나 과정(사교육)을 통해 획득한 성적이건 높은 성적을 제출한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관행과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교수는 “최근 공정을 입시에서 강조하지만 이미 부모 경제력 등으로 인해 고교 선택, 사교육, 재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인이 포함돼 얻어진 ‘(공정한) 점수’라는 실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사교육이 대입전형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고-자사고-일반고로 이어지는 수직적 서열체계는 해체는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서열화된 고교체제는 기득권층에 가장 큰 혜택을 제공한다”며 “격차해소와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수직적 서열체계는 해체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현행체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입는 기득권층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 역시 수혜자가 될 수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 서열화 해체 바람직...초등학교 이전 단계 교육격차 해소 위한 종합대책 마련해야


명문대 졸업장의 가치가 예전 같이 않은 상황에서 분리교육을 대학 진학에서의 유불리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분리교육은 학생들의 인간관계 폭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편협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분리교육을 탈피해야 미래세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공감능력, 민주시민의식 등 핵심역량을 제대로 함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이전 단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과 이를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최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만5세 사교육참여율이 80%가 넘는다”며 “학부모 입장에서 준비 없이 학교에 가도,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초등학교에 가서 따라갈 수 있을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등학교부터 기초학력 미달이 되면 진로를 찾기 어렵다”며 “유아사교육에 노출되지 않고도 학교에 진학했을 때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교육격차는 그래야 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계층 간 학력 격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하는 경향이 있고 학교가 이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교육 개별화, 다양화를 통해 모두가 자신이 가장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수월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