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 등 21일 학습자 중심 교육 실현 위한 포럼 개최
현장 교사 및 예비 교원 "교사 자율성 확대가 답!"

정성식 “국가가 교육과정 주도하지 말고 결정권을 지역·학교·교사·학습자로 옮겨라. 성취기준은 완화하고 평가기준은 폐지하라.” 

안상임 “가르칠 게 너무 많다. 수동적인 교사와 학습자를 만든 주범은 교과서 중심의 경직된 교육과정 운영 때문이다., 국가교육과정은 교과의 성격과 성취기준 정도만 결정하라.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최소 필수 내용을 담고 일정 부분은 여백으로 남겨놔라.“

서지연 “선택권 보장 위해 진로선택, 고교학점제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현장 안착되고 있나. 점수를 좀 더 따기 위운 교과목을 선택하는 입시위주 교육체제에서 학습자 중심 교육이 와 닿는가.” 

송한나 “성취기준 양을 줄이고 학교나 교사가 성취기준을 추가할 권한을 달라.” 

서범원 “학습 요소나 성취기준은 최소한의 하한선과 상한선만 남기고 교수학습이나 평가 방법은 교사의 자율로 맡겨라.”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학습자 중심 교육은 왜 실현하기 어려울까. 우리 교육 체제의 어떤 문제가 학습자 중심 교육 실현에 방해되는 것일까.

국가교육회의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육과정학회가 이 같은 물음에 답을 찾고자 21일 공동주최한 ‘학습자 중심의 미래 국가교육과정 개정 방향 모색을 위한 국가교육과정 혁신포럼’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학습자 중심 교육을 위해서는 국가교육과정 축소와 이에 따른 성취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평가기준은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 현장의 절박함을 잘 보여주었다.

(사진=국가교육회의 유튜브 캡처)
(사진=국가교육회의 유튜브 캡처)

이날 토론으로는 정성식 전북 이리동남초 교사, 안상임 경기 충현중 교사, 서범원 서울대 대학원 과학교육과 학생, 송한나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학생, 서지연 대구 경북여고 교사가 참여해 국가교육과정을 실현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정성식 전북 이리동남초 교사는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어렵다’, ‘삶과 동떨어졌다’는 교육에 대한 지적은 교육내용을 정해진 시간 안에 달성하기 위해 지식의 탐구보다 주입에, 학습의 과정보다 결과에 치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교육과정의 결정권은 국가에서 지역·학교·교사·학습자에게로 옮겨가야 한다. 교사가 교육과정에 대해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임 경기 충현중 교사는 “가르칠 게 너무 많아 아이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매시간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는 교실에서 배움을 일어나지 않고 수동적인 학습자만 있을 뿐”이라며 “학년별·교과별 성취기준, 기준 시수, 출석 일수 등 세세한 데까지 짜여진 교육과정 안에서 교사의 자율성은 없고 고민할 시간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고 성토했다.

서지연 대구 경북여고 교사는 입시 위주로 흐르는 고등학교 현실을 알렸다.

서 교사는 “국가에서는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고등학교 교육은 고착화하고 굳어진 상태로 입시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결국 대학 진학을 위해 점수를 더 잘 받을 수 있는 교과목을 선택하는 입시위주 교육체제에서 자율성은 말로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성취기준이 교사 자율성 옥죄..."성취기준 완화, 평가기준 폐지까지 가야"


이들은 공통적으로 학습자 중심 교육 실현을 위한 교사 자율성 확대를 위해 국가교육과정과 성취기준 완화가 필수라고 의견을 모았다.

정성식 교사는 “성취기준이 도입되고 나서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대한 통찰보다 성취기준의 세세한 문구와 자구에 신경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교사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취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교육내용의 방향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성취기준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교사에게 주어야 한다”며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기준은 폐지해야만 교사가 교육 내용에 적합한 평가를 능동적으로 구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상임 교사는 “국가교육과정에서는 교과의 성격과 성취기준 정도만 결정하고 학교 차원의 교육과정 편성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최소 필수 내용을 담고 일정 부분은 여백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현재도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가능하게 하고 있으나 가르쳐야 하는 내용에 대한 자율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 학교에서 교과서대로 진도를 나가는 것이 수업의 전부가 되었다”고 학교 현장의 사정을 알렸다.

서지연 교사는 “교과내용과 성취기준이 세밀하게 진술되어 있어 교사는 타이트한 수업 시간과 내용의 압박으로 다양한 수업프로그램을 구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성취기준의 내용요소 선정 시 교사 참여도를 높이고 과목마다 중복되는 성취기준을 제외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비 교원들 역시 과도하게 세세한 성취기준이 교사가 학습자 중심 교육을 하는 데 장애 요소로 내다봤다.

송한나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학생은 “교사가 수업내용과 방법을 정할 때 성취기준은 중요한 요소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학습내용이 성취기준에 한정지어지지 않도록 서술되어야 하고 교사의 자율성이 제한되지 않도록 국가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의 양을 줄이고 학교나 교사가 성취기준을 추가할 수 있는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범원 서울대 대학원 과학교육과 학생은 “학교와 교사가 학생 특성에 맞게 교육을 한다는 것은 교육과정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재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학습 요소나 성취기준은 최소한의 하한선과 상한선만 남기고 교수학습이나 평가방법은 교사의 자율로 맡겨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현행 고교에서는 총 204단위를 이수한다. 교과 180단위와 창의적체험활동 24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이번 포럼은 국가교육회의가 4차 산업혁명 인구절벽 등 미래사회 변화에 능돍적으로 대비할 ‘현장 기반의 새로운 상향식 교육체계’ 등을 논의할 ‘국가교육과정 혁신포럼’ 3회차 중 첫 번째 시간이다. 2차는 9월 ‘국가교육과정 개발 순환체제 개선 방안’, 3차는 10월 ‘교원참여형 교육과정 실행 평가의 실제’를 주제로 포럼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