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 어린이책’ 도서 내용 지적은 성교육에 대한 무지, 차별의 소산
국제표준 반영 인권, 성평등 기반 포괄적 성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자료=김병욱 의원실) 

[에듀인뉴스] 지난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은 여성가족부가 초등학교에 성교육 책을 배포하는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 도서 중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와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책의 일부 내용을 문제삼았다.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은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다움'을 교육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와 기관·기업 등이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여가부는 올해 초등학교 교사와 아동작가 등 전문가 그룹이 선정한 책 134종을 일부 초등학교에 지원했다.

김병욱 의원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라는 책 내용에 대해 “초등학생의 '조기 성애화' 우려까지 있는 노골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이란 책에 대해서는 “성적 소수자와 동성애의 자기 취향과 개인 결정에 대해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별개로 이를 미화·조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기가 어떻게 태어날까’를 노골적 성애화 표현이라며 우려한 그의 발언은 성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금욕적 성교육관으로부터 나왔다.

또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의 내용을 ‘동성애 미화’라고 문제삼는 것에는 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개념 설명 자체를 ‘미화한다’고 보는 것은 이미 동성애를 차별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자료=김병욱 의원실)

김병욱 의원이 문제삼은 도서는 1970년 덴마크에서 발간한 초등학교 교재에 실린 내용이다. 2020년 50년이 지난 오늘까지 보건과 금욕 중심의 학교 성교육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시대에 맞지 않는 성교육을 지적해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구시대적이며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런데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학교와 책의 비치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들에 신속히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장관이 소신있게 성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잘못된 지적에 부화뇌동하는 것 같아서 더 안타깝다.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이 금욕과 보건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국제표준을 반영한 인권과 성평등 기반의 ‘포괄적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희롱과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은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 문화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양한 교수 매체, 도서, 교재들을 활용해 지금까지 금기시해 온 성소수자 관련 내용, 성별, 가족 다양성에 대해 생각하고 소수자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 또한 성평등 교육이다.

학교 내 성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의 문제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성교육 내용과 방법을 개선하고자 할 때마다 일부 의원과 정치세력은 문제를 삼는다.

그들이 항의한다는 이유로 성평등 기반 포괄적 성교육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시대착오적 주장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주춤하지 말고 국제표준을 반영한 포괄적 성교육을 추진하길 바란다. 

양민주 전교조 여성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