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참교육'(사진=네이버 웹툰 캡처)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참교육'(사진=네이버 웹툰 캡처)

[에듀인뉴스] 국내 양대 포털 사이트에 같은 소재의 웹툰이 등장했다. 2011년 체벌 금지법 통과 이후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체벌을 하도록 허가받은 외부인이 교사로 파견되는 배경의 이야기다. 두 웹툰 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지 지켜볼 예정이다.

다음 연재 중인 웹툰 '체벌교사'.(사진=다음 웹툰 캡처)
다음 연재 중인 웹툰 '체벌교사'.(사진=다음 웹툰 캡처)

이러한 소재가 동시에 두 포털 사이트에 등장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학교를 보는 시선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웹툰들 뿐만이 아니다. 다른 웹툰들도 촉법소년인 청소년이 법과 교육의 테두리 바깥에서 놀고 있는 묘사가 점점 늘어난다. 그 속에서 교사는 어쩔 줄 모르는 무기력한 존재로 묘사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청소년들의 범죄수위가 점점 높아져 가는데, 학교와 교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교가 청소년, 특히 범죄로 빠져드는 청소년들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웹툰이 바라보는 시선에 걱정이 든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 체벌이 아니면 교사들이 학생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물론 체벌 금지가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교사들의 힘이 없어진 것은 교사들에게서 매를 빼앗아갔기 때문이 아니라 툭하면 교사들을 두들겨 패는 사회적 현실 때문이다.

지금 학교에 체벌이 허용된다고 해보자. 법적으로 금지를 허용으로 바꾸는 정도를 넘어 어느 잘못 이상은 ‘체벌을 해야 한다’라고 법적으로 명시했다고 해보자. 학교에 질서가 잡힐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처벌 허용 범위 내에 있는 잘못이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적절한 절차를 갖춰 이루어졌는지 따져대는 소송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미 선도위원회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내리는 징계 사항도 불복하여 재심 및 행정 심판이나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가?

대처할 수단이 없다기보다는 대처하는 사람을 못 믿기 때문이다. 즉 학교가 무력해지는 것은 체벌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교사의 조치를 믿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회복 방법은 체벌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다. 이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고민이나 노력 없이 지나치게 단순한 존재로 일반화한다.

이러한 스토리는 항상 무능한 교사, 학교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관리자 등을 소재로 한다. 가끔씩 열정 가득한 열혈 교사를 끼워 넣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의 변화는 외부에서 온 한 명의 주인공에게서 시작된다.

이런 모습은 웹툰에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학교 밖의 전문가들이 학교로 들어올 수 있게 하려는 움직임들이 최근에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 바깥의 누군가가 들어와 학교 내부의 자극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는 학교와 교사가 변화 동력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웹툰 속에서 교사들은 고민하지 않지만 실제 교사들은 다르다.

지금도 수많은 단톡방이 최대 인원을 채워가며 교과 지도, 생활지도 등의 방법을 나누고 질문하는 교사들로 가득하다. 생활기록부를 잘 쓰기 위해 연수를 찾아다니고, 서로의 팁을 공유한다. 페이스북이나 밴드 등 SNS를 통해 교사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교사들이 많다.

이들은 열정적이지도 무능하지도 않다. 평범한, 보통의 교사들이다.

몇 해 전, 미생이라는 제목으로 평범한 회사원의 모습을 그린 웹툰이 화제가 되어 드라마화 되기도 했다. 학교에도 절대 다수의 평범한 그러나 노력하는 교사들이 있다. 학교에 절대 다수가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노력을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학교 밖의 시선에서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물론 이런 시선들에 학교와 교사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학교를 불신한다면 그 원인 역시 학교에 일정 부분 있을 것이다. 교사를 존중하지 못한다면 그 원인 역시 교사에게 일정 부분 있을 것이다.

학교와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자신들을 좀 더 이해시키고 자신들의 행동이 적절한 조치임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평범한 교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교사들은 정치적으로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후원하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안 된다. 요즘 그 흔한 유튜브 하나 하는데도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

누군가 밖에서 ‘한국 교육은 反교육이다’라고 외치면 우르르 열광하는데, 이에 대해 교사들은 의견 하나 제대로 내기 힘들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교원단체나 교원노조를 통해서 뿐이다. 어디든 좋다. 학교 내에서 흩어져있는 여럿의 노력들이 연결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의 존재 이유가 좀 더 거론되었던 2020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교의 가치가 보다 혼란스러웠던 해이기도 했다. 2021년에는 교육계가 좀 더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평범한 교사와 평범한 학교가 좀 더 주목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