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과연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까요? 에듀인뉴스에서는 그러한 고민에 동참하고자 제리안 작가의 <작가수업> 시리즈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여러분에게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지?"라는 고민을 안고 산다. 그래서 성공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빠짐없이 찾아서 읽는다. 분명 그들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글쓰기엔 왕도가 없다며 무조건 많이 쓰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는 '다문 다독 다상량'의 법칙만 강조한다.

작가 지망생의 입장에서 볼 땐 왠지 김이 새는 답변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이다. 그 세 가지를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필력이 월등히 향상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것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담보로 한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태평함과 조급함이다. 태평한 타입의 작가 지망생은 글 쓰는 것이 좋아 끄적거리기를 몇 년. 그저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이 날 알아주는 날이 올 거라는 안이한 결론을 내리고 만다. 조급한 타입의 경우는 자신의 글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검증받고 싶어 하며 상대방의 피드백이 부정적일 때 극도로 절망하며 재능이 없음을 탄식한다. 

전자든 후자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태평해서도 조급해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해 '중용'을 지키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중용이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중용을 유지하는 게 말처럼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중용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떳떳하고 변함없이 정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끌어당김의 법칙'과 'R=VD(Realization=Vivid Dream)' 공식을 매일 실천해야 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현실이 됨을 의미하며, R=VD는 선명한 꿈을 인식하다는 뜻으로 전 세계 드리머들의 꿈을 현실로 바꾸어준 생생한 공식이다. 

그렇게 자기인식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자신감이 생기니 느긋하면서도 열심을 다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전업작가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을 생활화하는 사람들이다. 필(Feel) 받을 때만 폭풍처럼 쓰고, 그렇지 않은 날엔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분량을 의무적으로 쓴다. 그것이 작가 지망생과 전업작가의 극명한 차이점이다. 

사실 말이 쉽지 매일 일정한 분량을 쓴다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일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책상에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가혹한 고문이다. 하지만 전업작가들은 고문을 기꺼이 견디며 자신이 정한 분량을 채운다. 연재를 하는 작가라면 더욱 책상을 벗어날 수 없다. 마감일을 맞추지 않으면 연재를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작가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기라도 쓸 것을 권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효과적인 연습이다. 단, 모든 글에는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도록 한다.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리다 생각이 멈추는 곳에서 문장을 끊지 말고, 처음부터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를 기획하고, 주제를 잡고 주제에 따른 소재를 잡아 결론에 도달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당신의 글은 한 편의 훌륭한 에세이가 될 것이다. 

하나 더, 글을 길게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으므로 처음엔 A4 한 장을 꽉 채운다는 마음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 짓도록 한다. 그러다 보면 처음엔 A4 한 장이 사막처럼 광활하게 느껴지다가 점차 축구장, 학교 운동장, 교실, 책상, 노트로 좁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지면이 부족하게 느껴질 즈음이 되면 당신은 이미 단행본 한 권을 낼 수 있는 필력과 지구력을 소유하고 있을 테니까. 

서두로 돌아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쓰고, 읽고, 생각하는 것 이외에도 '베껴 쓰는' 연습이 수반되어야 한다. 필사(筆寫)는 다른 작가의 책을 그대로 옮겨 쓰는 작업을 말한다. 눈으로 읽는 것과 직접 써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특히 손으로 쓸 때 뇌는 정보를 더 정확하고 오래 기억한다. 손을 움직이면 뇌는 자극을 받기 때문에 활성화된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신이 시인을 꿈꾸든, 소설가를 꿈꾸든, 수필가를 꿈꾸든 간에 롤모델로 삼고 있는 작가가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을 있는 대로 필사하라. 그게 몇 권이든 몇 명의 작품이든 상관없다. 필사를 많이 할수록 필력이 붙는다. 작가 지망생은 아기 고양이와 같은 존재다. 고양이는 어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고양이의 습성을 익히게 되고, 사냥법을 배우며 머지않아 어미 곁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된다. 아기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를 똑같이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되는 것. 작가 지망생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카피 캣(COPY CAT)이 되어야 한다. 

혹자는 "다른 작가의 영향을 받는 게 싫어요. 저는 제 생각대로 쓰면서 저만의 문체를 만들 거예요."라고 필사를 거부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 것은 두려워할 만한 일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끊임없이 모방을 하고 있다. 기왕에 모방을 할 거면 훌륭한 작가를 모방하는 게 낫다. 치열하게 모방하고, 보기 좋게 그를 넘어서라. 

나는 10년째 필사를 하고 있다. 필사는 단순히 베껴 쓰는 일이 아닌, 작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이다. 그리고 종국엔 내 것으로 온전히 만드는 일. 음독은 같지만 다른 한자인 必死는 반드시 죽음이라는 말 외에도 '죽도록 힘을 쓰다'라는 의미가 있다. 즉 필사는 '죽도록 힘써 베껴 쓰다'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필사가 귀찮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절박하지 않은 것이다. 말로만 작가가 되고 싶다 하지 말고, 지금부터 당장 필사를 시작하라.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컴퓨터에 습작 파일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것은 자기만족일 뿐이다.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는 글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제리안 작가-

*위 글은 제리안 작가가 위키트리에 연재한 칼럼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재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