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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사회의 성격과 의의
월간교육 | 승인 2017.04.27 15:21

인식의 통합성

삶은 전체적(Holistic)으로 존재한다. 실제 세계는 추상으로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며 이야기가 있는(Complex & Narrative)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학습자의 경험은 이러한 있는 그대로의 던져진 전체로서의 삶에 근거한다.

따라서 학습의 기초는 추상으로서의 학문이 아니라 학습자의 경험 세계와 실제 세계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따라 나온다.

학습의 세계에서 추상은 인식의 결과이지 인식의 대상일 수 없다. 즉, 인식으로서의 학습의 대상은 전체로서의 삶이며, 학습의 결과가 추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습은 분과의 형식으로 조작되어진 추상으로서의 지식을1)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인류 경험이 노정된 전체로서의 삶 자체 즉, 통합된 삶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 학문의 경계가 실재의 경계에 대응하는지를 생각해보라. 나아가 실재에 경계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라. 학문적 지식을 ‘조작’, ‘추상’, ‘분과’로 독립화하는 목소리를 의심하게 하는 주문이다. 분과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 경제 현상을 타당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 정치와 문화에 의해 주름지워지지 않은 경제를 상상할 수 있는가? 경제를 타당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학, 정치 사회학, 사회경제학 등과 같은 통섭(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간의 기억 체계는 분절된 부분의합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적인 통일체로 적응하는 체계로 존재한다. 따라서 학습자는 사물 또는 현상 자체를 분절적이고 독립적인 것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연관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선행적인 인식틀을 재구성한다.

따라서 학습의 결과로 얻어지는 지식은 연관적이고 역동적이며 맥락적이다. 통합학습은 지식(fact, figure)을 단순히 암기, 복습하는 것으로부터 개념의 의미와 의미의 연관을 이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여러 학문 내지는 교과 영역을 포괄하는 가운데 현상의 연관과 아이디어의 통합을 경험함으로써 보다 깊고 넓은 이해가 가능해진다. 즉, 분절적이고 유리된 사실적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통합적인 학습 경험을 통해 학습자가 지니고 있는 선행적인 지식을 사용하여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자기 주도적으로 구성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와 과학 기술의 변화, 그리고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다양한 관점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과 서로 다른 정보의 연관 능력이 가일층 요구되고 있다는 점은 통합 교육의 의의와 필요성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통합의 유형

통합의 형태나 정도 및 유형은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하다. 교육 과정 수준에서부터 학습 자료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는 통합의 실제 모습이다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과와 교과의 통합에서부터 한 단원 수준 내에서의 통합에 이르기까지 역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사회과 교육이라는 교과 내의 통합에 초점을 두고 교육과정 수준에서 요청되는 통합의 유형은 크게 세 유형으로 대별된다.

첫째, 다학문적 통합(Multidisciplinary Integrated Curriculum) 유형을 들 수 있다.

다학문적 통합은 서로 다른 개별 학문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특정한 학습 주제를 여러 학문의 입장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기존의 개별 학문(사회과학의 여러 분과)과 관련을 맺고 있는 학습 목표, 내용, 자료, 방법 등을 전제로 하면서, 다만 여러 학문에서 다중적으로 접근하는 유형을 말한다.

예를 들어, 환경 보전이라는 주제를 학습할 경우, 환경 오염 물질, 경제 성장, 자연의 존재론적 가치, 소비 절약, 이익 집단, 환경과 생활의 관계 등과 같은 여러 학문의 입장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다학문적 통합은 개별 학문의 절차와 기능 등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학문 간의 연관을 꾀함으로써 개별 학문의 내용을 더욱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만 다학문적 통합은 학문적 형태의 통합 유형 중에서 학문사이의 결합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특성을 지닌다.

둘째, 간학문적 통합(Interdisciplinary Integrated Curriculum) 유형을 들 수 있다.

학제적 통합으로 불리기도 하는 간학문적 통합은 기존의 학문 경계를 허물고, 여러 학문을 가로지르는 공통적인 개념이나, 주제, 문제, 쟁점, 기능, 탐구 방법 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지리와 역사, 일반사회 영역(또는 역사와 일반사회 영역)의 공통된 개념으로서 ‘자유주의’를 들 수 있는데, 자유주의를 중심으로 사상사적인 접근(역사적 접근)과 정치, 경제적 접근 및 지리적 접근 등을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초학문적 통합(Trans-disciplinary Integrated Curriculum) 유형을 들 수 있다.

초학문적 통합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학문과 무관하게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학문 또는 간학문의 경우 통합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를 보일 뿐, 학문을 기초로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에 비해 초학문적 통합은 학문을 지향하는 것도 지양하는 것도 아닌 무관한 입장을 취한다.사회과학의 논리에서 사회과의 성격과본질 및 내용 등이 연역되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학문과 무관하게학습의 논리, 사회의 요구, 철학적 숙고 등을 통해 사회과의 성격과 본질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 뒤, 이에 근거해서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 등을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사회과학의 지식도 학습에 필요한 소재 또는 내용으로써 선택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견지하는 대표적인 통합 유형으로 스트랜드 중심의 통합을 들 수 있다.

스트랜드는 사회과의 성격, 본질, 목적, 학습자의 인지 심리, 학습자의 경험, 사회 문화적 맥락, 인식론, 사회과학의 요구 등을 토대로 만들어낸 것으로서, 교육과정 구성의 핵심 준거 내지는 핵심 요소가 된다. 스트랜드의 형식은 개념, 주제 등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NCSS는 ① 문화, ② 시간(영속성과 변화), ③ 인간(장소와 환경), ④ 개인의 발달과 정체성, ⑤ 개인, 집단, 제도, ⑥ 권력, 권위, 정부, ⑦ 생산, 분배, 소비, ⑧ 과학, 기술, 사회, ⑨ 국제 관계, ⑩ 시민 정신과 참여 등을, 메사추세츠 주는 ① 시간(영속성과 변화), ② 인간과 환경, ③ 권력과 시민 참여, ④ 생산과 분배, ⑤ 문화와 정체성, ⑥ 상호 의존 등을, 뉴욕주는 ① 변화, ② 시민성, ③ 문화, ④ 감정 이입, ⑤ 환경, ⑥ 정체성, ⑦ 상호의존, ⑧ 국가, ⑨ 희소성, ⑩ 기술 등을 스트랜드로 제시하고 있다.

2015 개정 통합 사회의 성격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사회과에서 통합교육과정이 자리하게 되었다. 개정 방향으로 설정된 ‘기초 소양 함양’, ‘융합적 사고’ 등에 기초하여 통합 사회과 교육과정이 개발된 것이다. 통합 사회과는 주제 중심의 통합 즉, 스트랜드 중심의 초학문적 통합 유형으로서 관점의 통합, 역량의 통합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첫째, 초학문적 통합2)으로 선정된 스트랜드는 행복, 자연환경, 생활공간, 인권, 시장, 정의, 문화, 세계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 등 9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2) 초학문적 통합의 의미에는 기존의 ‘사회’, ‘역사’, ‘도덕’이라는 분과적 성격의 교과가 통합되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각각의 주제는 삶의 이해와 환경(행복 / 자연환경 / 생활 공간), 인간과 공동체(인권 / 시장 / 정의), 사회 변화와 공존(문화 / 세계화 / 지속 가능한 삶) 등 3개의 상위 범주로 묶여지는데, 상위 범주 3개는 시간과 공간의 통합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상위 범주 3개와 9개의 스트랜드는 사회과의성격, 목적, 학습자의 인지와 경험, 사회 문화적 맥락, 인식론, 사회과학의 요구, 그리고 총론의 요구 등을 토대로 만들어낸 것으로서, 교육과정 내용 선정의 핵심 준거 내지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둘째, 관점의 통합으로 사회적 관점, 시간적 관점, 공간적 관점, 윤리적 관점 등이 다중적으로 주사(注射)되는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다중적 관점의 통합은 앞에서 제시한 9개 스트랜드 선정의 근거와 동일한 근거가 층위를 달리하여 동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행복 스트랜드를 예로 들자면, 행복의 하위 내용을 선정 및 구성함에 있어 사회적 관점과 시간적 관점, 공간적 관점, 그리고 윤리적 관점 등이 통합적으로 적용됨을 의미한다.

셋째, 역량의 통합은 총론에서 제시하는 ‘핵심 역량’과 통합 사회의 ‘교과 역량’, 그리고 사회과의 ‘기능 요소’가 통합되어 있다는 성격을 지닌다.3)

3) 핵심 역량은 자기 관리, 지식 정보 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등의 6개 역량을 말하고, 교과 역량은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의사결정 능력, 자기 존중 및 대인 관계 능력, 공동체적 역량, 통합적 사고력 등을 의미하며, 기능 요소는 예측하기, 탐구하기, 평가하기, 비판하기, 종합하기, 판단하기, 성찰하기, 표현하기 등을 말한다.

역량의 통합은 교육과정 수준보다는 교과서 수준에서 구체화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초학문적 통합과 관점의 통합은 교육과정 수준에서 내용 선정 및 구성의 직접적 근거로 작용한다.

이에 비해, 역량의 통합은 내용의 제시 방식 즉, 학습 활동과정에서 학습자가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고 수행하도록 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교과서와의 만남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5차 교육과정에서 통합 사회과를 천명한 이래 오랜 기간 사회과는 통합적 외형을 취하면서 분과적 내용을 고집하는 형식적 통합 내지는 외견적 통합 역사를 되풀이해왔다. 이른바 통합의 의붓자식이라는 이중 구조 속에 분과주의와 통합주의 간에 담론이 지속되어 왔던 것이다.

이제 오랜 기간의 숙원이 통합 사회라는 과목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예견치 못했던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직면하고 개선하는 일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없다. 통합 사회과와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의 세계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김왕근 춘천교대 교육학과 교수가 월간교육 4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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