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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육] 감정을 디자인하라
월간교육 | 승인 2017.07.26 10:36

글 · 염은희 부모교육연구소 소장

기업, 가족, 학교, 공공기관 및 지역사회의 공감과 소통을 위해 연간 500회 이상의 강연과 재능기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웃으면서 소통하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꾼다고 한다.

감정은 부메랑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꺼이꺼이’ 소리가 자꾸만 입 밖으로 새어 나왔습니다. 잠들었던 아이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어느새 제 곁에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엄마, 괜찮아?”

아침에 일어나보니 책상 위에 딸의 편지가 놓여 있네요“엄마, 힘들면 울어도 괜찮아. 사람에겐 누구나 힘든 비밀이 있는 거잖아. 말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실컷 울어.”

감정은 부메랑입니다. 주는 만큼, 그리고 주었던 모양대로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우리도 사람인데 어떻게 매번 들어주고, 이해해주나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이 바뀌지 않으니까 힘이 빠져요.”

매번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감정을 조절하며 표현할 수만은 없습니다. 열 번 중에 다섯 번 정도만 도와주세요. 아이들도 나머지 다섯 번은 공감 받고, 이해받은 힘으로 이겨 낼 거예요.

다음은 EBS에서 방송됐던 <학교란 무엇인가?> 프로그램의 한 토막입니다.

<A팀>

엄마 : 어제같이 밤새워서 컴퓨터 하지 말고.

아들 : 어제는 진짜 끌려서.

엄마 : 그런 충동을 조절할 수 있게 스스로 계획표 같은 것을 세워놓으면 조절이 되지 않을까?

아들 : 계획표를 지킬까요?

엄마 : 그러게, 너는 나름대로 컴퓨터 하는 시간을 줄였다고 하는데 엄마가 볼 때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하는 것 같아. 그런데 엄마는 아들이랑 이야기하다보니까 부러운 게 있네. 컴퓨터를 하며 무아의 경지에 빠져든다는 것, 아들에게 엔도르핀이 생기는 것이 있다는 게 되게 좋은 거 같아. 그래도 아직은 학생이니까 시간을 조절하는 것까지는 봐줄게. 대신 엄마는 운동해서 건강을 챙길게.

아들 : 음··· 그 정도면 되죠.

엄마 : 됐지?

두 사람의 대화와 마음의 거리가 참으로 가깝습니다. 방송을 보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가진 편안한 목소리와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B팀>

엄마 : 네가 컴퓨터 게임만 하는 모습을 엄마가 보면 좋겠냐?

아들 : 아···.

엄마 : 집에 오면 솔직히 짜증 나, 너 그런 거 하는 거 보는 거 때문에. 게임도 머리에 들은 게 있어야 하지. 매일 게임만 하고 오락만 하면 되냐? 머리는 비어있는데 오락만 하고 있어? 네 동생들이 보고 뭘 배우냐고.

아들 : 컴퓨터 하는 거 배우겠죠.(코웃음)

엄마 : 참··· 저거 봐.

아들 : 아··· 짜증 나요.

<A>팀과는 다르게 두 사람의 대화와 마음의 거리는 참으로 멀기만

합니다. 방송에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불편하고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와 표정이 나옵니다.

먼저 주는 감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가까워지고, 멀어지게 된 원인이 아이들의 사춘기 때문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반응하는 부모의 태도를 통해서 감정사용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들어주는 부모에게 자녀들은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마음의 빚을 지게 됩니다. 언젠가 꼭 갚아주고 싶은 거죠. 결혼했는데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그런데 함께 사시는 시어머니께서 그런 나를 이해해주시고, 힘껏 도와주시는 것도 같은 이치죠.

“괜찮다. 결혼하면 뭐 다 잘해야 하니? 이 정도면 충분해. 네가 내 며느리로 와 준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힘들면 언제든 이야기해라. 난 무조건 네 편이다.”

상상만으로도 울컥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이렇게 며느리를 아끼던 시어머니가 어느 날 노인정 할머니 꼬임에빠져서 200만 원짜리 안마기를 들고 오셨어요. 며느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1) “어머니~정신이 있으세요? 우리 형편에···. 그런 거 다 사기에요.

당장 가셔서 반납하고 오세요.”

2) “어머니~ 안마기가 필요하셨어요? 우와~ 진짜 좋아 보이네요. 이제 우리 어머니 30년은 더 오래 사시겠네요. 잘하셨어요. 제가 진작에 사 드려야 하는데···.”

제 생각에는 2)번으로 반응할 것 같습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죠.

시어머니가 못되게 굴었다면 며느리가 과연 2)번처럼 반응할 수 있을까요?

감정 계좌를 만들어 저축하자

노후를 위한 저축은 많이 해 두셨나요? 앞으로 20년 뒤에는 자녀 한명이 부모 한 명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온다고 하네요. 책임을 진다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니 마지못해 의무감을 다하는 것보다는 ‘내가 너무 사랑하니까’, ‘내게 너무 소중한 일이니까’라는 마음으로 책임을 다한다면 같은 일이라도 훨씬 더 신나고 즐거울 수 있겠지요.

어떤 어려운 일이든 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 순간 아이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저축해 놓으셔야 합니다. 어느 별에서 왔는지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 그때를 위해서요. 저축해 놓은 감정을 하나씩 꺼내셔도 파산이 되지 않을 만큼 넉넉하면 좋겠지요?

“선생님 말씀대로 해보았더니 아들 녀석이 제 머리 꼭대기에 앉아요.

그리고 계속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쏟아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결국 소리를 지르고 끝냈죠. 내가 네 말을 들어준 게 잘못이라고 하면서요.”

아이들에게 소리를 꽥꽥 지르던 엄마가 제3의 언어로 표현하고 들어주니 아이들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감정 계좌에 긍정적인 감정이 넉넉히 쌓여있다면 화를 낸 엄마나, 화를 받은 아이나 잠깐은 마음이 좀 상하겠지만, 곧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 의논하게 되지요. 그런데 반대의 경우라면 지난 일들에 대한 화까지 떠오르면서 가슴속에 숨겨졌던 감정이 감정을 만나고,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 다른 상황에서 함께 터지게 되는 거죠.

처음에는 콩알만 한 크기의 감정이었지만 이렇게 악순환을 거듭할수록 감정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커지게 되고, 커진 감정만큼 관계는 멀어지고 깨지게 됩니다.

“셋 셀 때까지 그만둬. 이제 마지막이야. 하나, 둘, 셋!”

저도 자식을 키우면서 느낀 건 이런 명령이 통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에요. 시기를 놓치셨나요? 저축에는 좋은 시기가 없고, 일단 통장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입금하는 게 중요하지요. 일찍 시작한 저축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매달 입금 금액을 좀 더 늘린다면 시간도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요.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했어~어떻게 이렇게 멋진 생각을 했어.”, “엄마는 아들(딸)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 “오늘도 진짜 수고했네.”, “고마워~”, “사랑해~”, “엄마는 아들(딸)이 진짜 자랑스럽다!”

몇 마디 말의 변화가 아이들과의 관계를 다르게 만들어 줍니다.

감정과 자극

감정은 자극에 대한 반응을 다르게 해석하도록 만드는 힘입니다.

“엄마 살 좀 빼세요. 그러다가 돼지가 되겠어요. 내 친구 엄마들은 몸매 관리도 잘하던데.”

아들의 뾰족한 말이 가슴을 파고들겠죠? 우리의 반응을 결정하는 것은 자극이 아니라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있는, 자극을 받는 순간의 ‘감정’과 ‘상황’입니다.

다음은 두 개의 상황입니다.

1) 엄마는 점심때 동창 모임에서 학창시절의 추억도 나누었고, 나름 자식 바르게 잘 키웠다고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우쭐도 했고, 사업하는 친구가 거한 점심도 사주고, 평소 갖고 싶었던 작은 액세서리도 선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집에 돌아오자 아들이 이런 자극을 ‘툭’ 던졌습니다.

“엄마 살 좀 빼세요. 그러다가 돼지가 되겠어요. 내 친구 엄마들은 몸매 관리도 잘하던데.”

“아들~ 그래도 엄마는 오늘 동창회 나가서 너 바르게 잘 키웠다고 이모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아니? 이 몸매가 바로 훈장이다~ 엄마도 너희 다 키우고 나면 관리할 거야~ 걱정해줘서 고맙네~”

2) 동창 모임에 갔는데 친구들이 학창시절 나의 불편한 추억들을 꺼내며 자기들끼리 좋아하고, 다들 자식 자랑하면서 나에게 너는 집에 있으면서 자식을 어떻게 키운거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자괴감에 빠져 비싼 점심값에 괜히 왔나 후회도 하고, 한 친구는 평소 관심 있었던 액세서리를 남편이 매일 사준다며 자랑을 합니다.

오후 내내 이런 상황을 버틴 엄마가 저녁때 집에서 아들에게 같은 자극을 받은 거죠.

“엄마 살 좀 빼세요. 그러다가 돼지가 되겠어요. 내 친구 엄마들은 몸매 관리도 잘하던데.”

“야~ 엄마는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줄 아니? 너희 뒷바라지하느라고 엄마 돌볼 틈이 어딨어? 너 이번 시험 어떻게 봤어? 죽으라고 뒷바라지를 하면 뭐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 다른 애들을 좀 봐. 엄마 걱정하지 말고, 네 걱정이나 해. 나도 지겹다. 정말.”

자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마음을 점검하세요. 지금 들어오는 자극에 기분이 나쁜 건지 이미 쌓여있던 감정에 더해진 건 아닌지 살피세요. 감정을 한 번 가라앉히면 다음과 같이 반응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엄마가 오늘 오랜만에 동창회에 갔는데 썩 기분이 좋지 않았어. 그런데 아들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평소보다 더 섭섭하고 화가 나네.”

‘감정’, ‘상황’, ‘가치관’의 조화

같은 자극이지만 이전 경험때문에 자극을 해석하는 정도도 달라집니다. 우리는 이것을 ‘가치관’이라고 합니다.

완벽한 부모는 식사시간에 물을 자주 쏟고, 반찬을 흘리는 똘똘이를 매번 호되게 야단칩니다. 똘똘이는 식사시간에 물을 쏟거나 반찬을 흘리는 행동은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겠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똘순이는 속상하고, 답답하면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부모는 이런 아이의 모습에 화를 내고, 비난합니다. 그러면 똘순이는 우는 건 나쁜 거로 생각하겠죠. 이렇게 부모의 반응에 따라 가치관이 형성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있는 ‘감정’, ‘상황’, ‘가치관’을 잘 다룬다면 반응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겠죠?

하나 더, 들어온 자극에 숨겨둔 감정을 덧붙이지 마세요.

‘나를 무시하는구나.’, ‘다른 엄마들은 날씬한데 내가 창피한가 보네.’,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참 한심하고 싫다.’, ‘혹시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건가.’

이렇듯 숨어 있는 감정은 평소에는 잘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에 터져 나올 기회만을 노리고 있답니다. 감정을 덧붙이지 말고, 사실만 보세요. 평소에 감정을 쌓아두지 말고, 바로바로 해결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부모의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는 감정은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저도 잘 아는데 잘 안돼요. 아무래도 저는 안되나 봐요.”

이제까지 익숙했던 말, 감정, 행동의 패턴을 바꾸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제3의 언어입니다. 영어정복이 어려운 것처럼 이 또한 계속 결심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시게 될 거에요. 그래도 멈추지 마세요. 멈추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해가고 있을 테니까요.

이 글은 염은희 부모교육연구소 소장이 월간교육 7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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