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정리를 해 본다

지금까지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총 여덟 차례에 걸쳐 미술, 주로 그림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전체강의를 어느 정도 분량으로 진행할 건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볍게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교양증진’과 ‘최대한 쉽게’라는 두 가지 원칙만 세웠지요.

그렇다고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선 건 아니고, 물 흘러가듯이 그냥 흐르는 대로 한번 가보지 뭐,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해서, 이쯤서 잠시 진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을 다시 살펴볼까요.

‘프롤로그, 쉘 위 아트? 강의 취지와 원칙/ 1. 다르게 보기 -하늘아래는 다른 것만 있다/ 2. 자연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3. 서로 교감하며 -대지미술/ 4. 나는 누구인가부터 -이런 것도 미술이라면 그 이유는 뭔가?/ 5. 생각과 기준 -나는 누구기에 아름다움을 생각하나?/ 6. 진짜 같은 모습 -사진의 등장, 반영된 실재/ 7. 들여다보기 -‘어두운 방’ 안에 보이는 무엇/ 8. 그림을 그리는 기술 -의도된 명확성과 상징의 탄생’

개별제목들을 섞으니 문장이 하나 만들어지네요. 이런 질문입니다. “자연과 교감하며 세상을 다르게 보려는 나는, 대체 누구기에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진짜인 모습을 찾아 상징을 만들어가는 걸까?” 

자, 일단 질문이 왔으니 답이 나가야겠지요? 아주 오래전 제가 미술학교를 다닐 때 ‘예술비평론’ 첫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인간이 가진 화살로는 결코 진리라는 과녁을 한방에 못 맞힌다. 설상가상으로 과녁자체가 아예 안 보인다는 것이 비극이다. 포기해야 될까? 일단 화살을 쏘자. 비록 정해진 과녁은 없지만, 끊임없이 계속 화살을 쏘아대다 보면 언젠가는 탄착군이 희미하게 생기리라. 그것이 우리한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지금 제 나이는 그때 선생님보다 훨씬 많습니다. 선생님은, 학생시절 선생님의 선생님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선생님이 되어 학생인 제게 다시 이 이야기를 전해주었지요. 저는 그 옛날 제 선생님처럼 훌륭한 선생님은 절대로 못됩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이 이야기를 다시 전해드리려 합니다. 있는 힘껏 해보겠습니다.

이것으로 “나는 대체 누구기에 아름다움을 생각하나?”(는 질문)에 대한 1차 답변을 가름하겠습니다. 나머지 답은 다함께 찾아봅시다. 실마리는 ‘(진짜인 모습을 찾아 만들어가는) 상징’으로 하는 게 어떨지요. 그럼, “행군 중 5분간 휴식!”을 이만 마칩니다.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