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 확산될 듯

교육부장관자문위, '국립대 총장임용제도 건의문' 발표
'무작위 추첨' 방식 폐지…재정지원 연계방식도 합리화

 

지난 8월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투신자살 이후 부산대를 비롯한 국립대 곳곳에서는 총장 직선제 전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중장기적으로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전환하도록 법제화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총장선출과 재정 지원 연계 방식은 유지하기로 해 논란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할 사안을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를 앞세워 직선제 폐지를 강제하는 교육부 행위 자체가 직선제 폐단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장관 자문기구인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보완자문위원회(위원장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 이하 자문위)는 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에 관한 건의문'을 발표했다.

자문위는 3일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서 의견을 들은 뒤 건의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자문위 건의만을 바탕으로 구체적 보완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자문위가 마련한 총장임용제도 개선 방안의 핵심은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무작위 추첨' 방식을 없애는 것이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교육부에 추천할 총장후보 2명을 선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를 공모제 방식으로 바꾸면서 '무작위 추첨'으로 추천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면서 구성원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간선제 요소를 완전히 없앤 것이다. 과거 총장 직선제의 폐단이었던 선거운동 과열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총장후보 2명을 선출하는 당일 아침까지도 대학 구성원 가운데 누가 추천위원이 되는지 몰라 '로또형 선출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백성기 자문위원장(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너무 직선제 요소를 배제하려다 보니 굉장히 불합리한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자문위는 "대학 구성원의 대표성을 저해하는 무작위 추첨 방식이 아닌 대학 구성원이 스스로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에 따라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자문위는 대학 구성원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추천위에 구성원 참여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건의했다. 현재 추천위는 10명에서 50명 사이로 구성하되 전체 위원의 4분의 1이상은 외부인사로 꾸려야 한다.

총장 임기 만료 2개월 전까지 총장임용 후보자를 선정하도록 한 것도 임기 만료일 5개월 이전으로 바꾸도록 건의했다. 총장임용 후보자를 충분히 검증해 적임자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보다 총장 문호를 대내외적으로 개방하고 역량 있는 외부인사도 후보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기탁금·발전기금 등 불합리한 후보자 자격요건을 폐지할 것도 건의했다.

백성기 위원장은 "추천위가 대학 구성원의 대표성을 가지고 총장임용 후보자 선정에 실질적인 권한과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대학의 자율성과 구성원 참여가 보장된 추천위의 대표성, 독립성,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추천위 구성과 운영은 교육부에서 간섭하지 않도록 최종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지침 형식으로 간섭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이제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총장 직선제 폐지와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방식도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총장 선출방식과 재정지원사업 연계 방식을 다양화·합리화하기로 했다.

한석수 실장은 "평가지표에 가산점으로 반영한다든지 직선제 폐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사업비를 완전 회수하는 방식을 해왔는데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어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문위는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을 위원장과 김승택 전 충북대 총장 등 국립대 전·현직 총장, 이우주 충북대 총학생회장, 주철안 부산대 교수, 유재원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부회장 등 13명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