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공무직들은 등교 개학을 대비해 매일 오후 자체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사진=화원중)<br>
학교급식 공무직들은 등교 개학을 대비해 매일 오후 자체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사진=화원중)

[에듀인뉴스] 내가 매일 출근하는 급식실 앞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만개했다. 급식실 창밖으로 따스한 봄바람에 흰 눈처럼 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마냥 웃고 뛰놀던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지었던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학교의 4월은 벚꽃처럼 우리 아이들이 활짝 피어나는 계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연기되어 한 달 넘게 불이 꺼진 채 텅 비어있는 급식실은 봐주는 이 하나 없는 벚꽃처럼 외롭고 적막하기만 하다.

맛있는 냄새로 가득했던 급식실에는 할 일을 잃은 조리기구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식재료를 다듬고, 썰고, 요리하던 조리원 선생님들의 손도 텅 빈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그날의 맛있는 급식에 사용할 식재료를 꼼꼼하게 검수하고, 조리원 선생님들과 식단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깐깐한 위생지침에 따라 안전한 급식을 준비해온 나는 24년차 영양교사다.

“오늘도 무사히!” 30년 차 선배 영양교사에게서 전수받아 하루도 빠짐없이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다.

선배는 30년간 학교급식을 해왔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날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아무 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고 잠자리에 들 때 비로소 마음을 놓게 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하지만 영양교사가 항상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급식실에서는 매일 새롭고 즐거운 전쟁을 치른다. 점심시간은 가장 소란스럽지만 그야말로 아이들이 가장 자유롭고 행복해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해맑게 웃으며 “오늘 급식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인사해 주던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그립고 보고 싶다.

언젠가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집 근처 마트에만 다녀와도 마음이 찜찜하고 불안하다. 배가 아프거나 몸살 기운만 느껴져도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불안감은 더욱 가중된다. 특히 영양교사로서 등교 개학 후 ‘나 한사람으로 인해 수백명의 급식에 차질이 생기면 어떡하나’, ‘내가 보균자가 되어 우리 학교의 아이들을 아프게 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으로 어느 누구보다 주의하고 또 주의한다.

모두가 불안한 마음을 갖고 지내는 요즘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이 학교에 온다. 코로나19 감염의 위험 때문에 긴급돌봄에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렵고, 하루종일 마스크를 쓴 채 아이들은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소라면 옹기종기 모여 재잘거리면서 점심을 먹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감염의 걱정 속에서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은 내가 느끼는 감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플 것이다.

또 4월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함에 따라 학교에는 선생님들이 정상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 또한 감염에 노출될 수 있는데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매일 출근하는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교무실에서 종일 온라인 수업 준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나에게도 들려온다.

재택근무가 허용 되지 않아 어린 자녀를 집에 두고 출근하는 선생님의 사연도 있어 안타깝다. 이렇게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이 점심시간마다 외부 식당이나 배달 음식을 통해 끼니를 때우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따뜻한 점심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을 떠올릴 때면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멈칫하게 된다.

집단 급식이 위험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집단 급식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자. 싱가포르는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자 조기 등교 개학을 강행하였으나 유치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2주 만에 개학 결정을 철회하였다. 이처럼 학교는 다수가 밀집하는 곳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집단 감염과 급속한 지역 사회로의 전파 등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역학전문가들에 따르면 감염병 발생 시 집단 급식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집단 모임이 이뤄지는 종교시설의 단체 식사 제공 금지를 발표하여 집단 급식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만약 학교에서 집단 급식 후 1명이 확진되면, 해당 시간에 급식한 모든 사람이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하며, 특히 직접 조리를 하는 조리원 선생님들 중에서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발생할 경우 급식은 즉시 중단되며, 최악의 경우 학교 폐쇄로 이어져 교육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긴급돌봄 학생들에게 개별 도시락을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 보건복지부에서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건강검진을 잠정 연기함에 따라 급식종사자가 전염성질환(결핵, 장티푸스, 감염성 피부질환 등)이 없음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급식종사자의 건강검진 없이 급식을 강행할 경우 급식대상자가 감염병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이들의 건강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셋째, 3차례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면서 급식납품업체 대부분은 휴업 또는 휴직 상태이며 소량의 식재료를 정상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때문에 급식을 하게 되면 인근 마트 또는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극소수 업체를 통해 제한적인 식재료를 납품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정상적인 학교급식을 운영할 때는 HACCP 인증 제품을 비롯한 학교급식법의 식재료 품질기준에 부합된 식재료를 사용하지만 현재는 불가능한 상태이며, 이것은 식재료의 품질 즉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나아가 불량 식재료에 의한 식중독의 위험성까지 안게 되는 것이다. 학부모님들께서 급식모니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 바로 “식재료”이다.

이른 아침 가족들을 챙기기도 바쁜 시간이지만 일부러 급식실에 오셔서 식재료의 유통기한, 신선도 등을 영양교사인 나보다 훨씬 꼼꼼하게 확인하신다. 바로 나의 아이가, 우리의 아이들이 매일 먹는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넷째, 학교 급식시설은 HACCP(해썹, 식품위생관리기준)시스템에 따라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여 식중독 예방을 위한 위생관리가 이루어지며 감염병 유행 시기에는 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따라서 학교 급식시설은 정상 등교 개학 때까지 철저한 위생관리 및 방역을 통해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공간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외롭게 도시락을 먹고 있는 긴급돌봄 학생들과 매일 점심시간마다 불편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께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안전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감염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한 우리는 잠시 이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아이들의 웃음이 넘쳐나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철저하게 준비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의 유대를 통해 코로나 19를 하루빨리 극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