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피드백"...적절한 피드백만 있다면 부모 욕구 채울 수 있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아동 돌봄 지원을 위한 학부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0.08.31.(사진=교육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아동 돌봄 지원을 위한 학부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0.08.31.(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 지난 9월 15일 교육부에서 원격수업 질 제고 및 교사-학생 간 소통 강화방안을 발표하였다.

원격수업 기간 중 모든 학급에서 실시간 조·종례를 운영하고, 원격수업 운영 시 학생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주 1회 이상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도록 하였다.

실시간 쌍방향형 원격수업 시 기존 대면 수업 시간대로 운영하고, 원격수업이 1주일 내내 지속될 경우, 교사가 주 1회 이상은 전화 또는 개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학생·학부모와 상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부 방침은 학부모들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한 조치이다.

현재 학부모들은 현재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다. 처음에는 전면적인 원격 수업이 초유의 사태라서 불편하고 부족하더라도 참았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하여 원격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하였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는 학부모들의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서 초등학교 경우, 주 3회라도 의무적으로 전화 지도를 해달라는 청원까지 나왔다.

(이미지=픽사베이)

그렇다면 학부모들이 실시간 쌍방향형 화상 원격수업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부모가 자녀를 생활지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콘텐츠 활용형 수업은 학생이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수강할 수 있어 학생 입장에서는 늦잠을 자고 오후에 접속해도 된다.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 대충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게임이나 채팅, 서핑 등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부모의 통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중고등학생의 경우, 부모 입장에서 통제하기 힘들다.

그리고 자녀가 청소년인 경우, 부모가 맞벌이 활동이나 사회 활동 등으로 인하여 가정에만 있는 경우가 적다.

그래서 부모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기본 생활지도를 해주길 바란다.

대면수업이라면 학교 공간에서 교사들이 어느 정도 관리해줄 수 있지만 전면적인 온라인 수업의 경우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이 이루어지게 되면 최소한의 생활 지도가 가능해진다. 예컨대, 자녀가 늦잠을 자는 생활 패턴을 교정할 수 있다.

둘째, 현재 콘텐츠 활용형 수업과 과제수행형 수업에서 피드백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격 수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교사의 실재감이 있어야 하고,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고, 학생 개인별 맞춤형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는 교사의 개별 피드백이 잘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학생들의 학습 효과나 생활 지도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은 다른 원격수업 유형에 비해 특성상 학생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다.

콘텐츠 활용형 수업의 경우, 학생 입장에서 질문하기가 쉽지 않지만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은 상대적으로 이것이 가능하다.

학생이 질문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것과 학생이 질문할 수 없어서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교사의 피드백이 없는 콘텐츠 활용형 수업과 과제수행형 수업은 반쪽짜리 수업이다. 실제로 콘텐츠 활용형 수업이나 과제수행형 수업에서 교사들은 콘텐츠나 과제 제작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피드백에는 별로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교사 입장에서는 다인수 학급에서 학생 개별 맞춤형 피드백이 쉽지 않다. 학부모들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교사가 자기 자녀에게 직접 전화나 SNS 등으로 최소한 피드백을 해주길 원한다.

셋째,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 대면 수업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데,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는 자기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해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일부 학부모들은 사교육으로 이를 보완하려고 하지만 사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있고, 코로나 재확산 상황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서는 학원 수강도 어렵다. 이러한 학력 저하 현상을 막으려면 교사의 개별 맞춤형 지도가 필요하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 강제한다고 되는 것 아냐..."학교 자치 차원에서 풀어가야"


이러한 교육부 지침에 대하여 SNS 등을 통하여 일부 교사들이 반발하기도 하였다. 수업 방법과 조종례 방식도 정부가 제시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는 것이다.

사실 교사 입장에서 볼 때, 이미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하는 교사라도 교육부나 교장이 나서서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강제하면 정서적으로 반발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의 문제점과 한계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의 문제점은 학생 입장에서 장시간 수업 시 피로감이 높고,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사람이 줌이나 구글 미트 등에 접속하면 시스템이 불완전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자기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학생이 자기 비디오를 꺼버리면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의 의미가 사라진다.

교사 입장에서는 듀얼 모니터, 노트북, TV, 스마트폰 등을 동시에 열어 놓고 진행해야 하기에 운영상 부담스럽다.

그리고 화상 수업을 위한 웹캠, 조명, 마이크 등의 최소 장비가 갖추어져야 한다. 작은 화면을 통해 학생들의 배움 상태를 관찰하고 피드백하면서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교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강의식 설명법으로 진행한다면 최악의 수업이 된다. 강의식 설명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보다 콘텐츠 활용형 수업이 더 좋다.

수업 운영상에 있어서 질의응답, 학생 참여 활동 등 실시간 쌍방향형 특성이 살아나야 제대로 된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이 될 수 있다. 질 높은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하려면 교사 역량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잘 해결하려면 결과 못지않게 의사결정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즉,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지침보다는 권고를 하는 것이 좋고, 학교 자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 자치는 학교 교육 주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그에 맞는 책무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컨대, 원격수업 방식을 교사 입장에서만 의사 결정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한 높은 수준의 피드백 등을 요구하거나 원격 수업 운영 상 문제 발생 시 교사에게 그 책임을 엄하게 묻는다면 교사의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

학교 자치 입장에서 원격 수업 유형을 결정한다면 먼저 학교 구성원들이 연구, 토론과 합의를 통해 자기 학교에 맞는 온라인 수업 유형을 결정하여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교사,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수업 만족도를 조사하고 좋은 부분은 유지하고, 미진한 부분을 수정 보완하여 원격 수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발생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발전되고 안정된 원격 수업 체제가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 방식을 둘러싼 학부모와 교사의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경우,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 방식은 '학부모들이 왜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원하는가'에 대한 숨어있는 욕구를 찾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 유형 자체가 아니라 우리 자녀가 원격 수업 상황에서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 적절한 피드백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면적인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이 아니더라도 콘텐츠 활용형 수업과 과제수행형 수업을 통해서라도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이 배움에 집중하고 기초적인 생활 지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가 채워진다면 전면적인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이 아니더라도 학부모들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 수업 방식은 달라져도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사랑하고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교육부가 등교 수업, 원격 수업, 블랜디드 방식을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단기간적으로 일정을 제시하면 학교나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을 운영하기가 힘들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단기 일정을 제시하는 것보다 중장기적인 로드맵과 운영 매뉴얼을 제시하고, 교육청이나 단위학교에서 원격 수업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운영 시 3가지 버전(전면 등교, 전면 원격, 블랜디드)의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운영하면서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장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