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중1 협력교사 "수학 필수, 영어 우선, 국어는 협의"
현장 "국어 문해력 없이 수학, 영어 학습 능력 상승 기대 어려워"
자유학년제서 기본학력 강화?..."취지 무색, 물과 기름 섞는 정책"

(자료=서울시교육청)
(자료=서울시교육청)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기본(기초)학력 부진 원인은 이해 능력 부족이다. 결국 어휘력 부족 문제다. 국어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수학과 영어 위주 협력강사를 보낸다니 많이 아쉽다.”

서울시교육청이 기본학력 책임지도를 하겠다며 서울 관내 중1 모든 학급에 수학, 영어 협력교사 지원 계획을 현장에 안내한 가운데, 문제의 근본인 문해력를 키우기 위한 국어 교과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꿈을 키우는 자유학년제에 교과 성취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등교-원격수업 병행에 따라 중하위권 학생의 성적 하락으로 학습 부진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증대했다"며 "교실수업부터 학습부진 예방을 위해 협력교사를 지원한다"고 안내했다.

시교육청은 협력교사 지원을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일반고 학습부진학생 교수학습지원방안-수학교과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중 '학습부진학생은 중1 시기에 수학-영어가 어려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중1 수학 및 영어 등 수업에 협력교사를 배치하겠다며 수학은 필수, 영어는 우선 배치, 국어는 배치 가능으로 안내한 것.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증등기본학력을 읽기, 쓰기, 셈하기와 교과학습능력을 더해 정의하고 있다. 교과학습능력은 국어 문장 이해, 영어 짧은 문장 읽기, 수학 분수를 계산할 수 있기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협력교사 지원 사업에는 국어는 배제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A 교사는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이 떨어지는 계기는 수학과 영어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읽기와 듣기, 지문을 이해하는 능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시험성적만 반영한 조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학생들이 많다. 탈북학생들도 한글을 읽을 수 있지만 문해(이해)는 안 되서 학업수행을 어려워하는 것”이라며 “이런 현장 이야기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아쉽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사업 추진 근거로 든 연구보고서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학습부진학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미 초등 단계에서 적합한 문해를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로 수학, 영어를 중심으로 학습을 진행해봐야 큰 효율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

B 교사는 "학습부진학생의 경우 수학과 영어의 성취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중학교에서 수학, 영어를 강화하는 것보다 뜻을 이해하고 풀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교가 사정에 맞춰 협의를 통해 잘 운영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손기서 서울 화원중 교장은 "학교에서 협력강사를 어떻게 운영하는 가에 따라 효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영어 강세 지역의 경우 영어를 제외하면 될 것"이라며 "교과 협의회 등을 통해 교사와 협력교사 간에 소통을 강화해 학생 참여수업이 정착되고 학습 격차를 해소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꿈을 키우겠다는 자유학년제인데...“국·영·수 교과 점수가 꿈인가”


자유학년제를 통해 기본학력을 보장하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데 섞이지 않는 정책을 섞은 대표적인 땜질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일 2021 중학교 자유학년제 운영 계획을 발표하며 자유학년제 교육과정 내에서 기본학력 향상을 내실 있게 지원하게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월 중에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시행하고, 중1의 경우 수학과 영어 과목에서 주당 2시간씩 담임(교과) 교사와 협력강사가 교육활동에 나선다. 학기별 2회 이상은 평가결과를 피드백 하라고 안내했다.

C 교사는 "교육청이 사실상 자유학년제로 인해 교과 성취가 떨어진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학부모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해 물과 기름을 섞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유학년제의 근본 목표는 진로탐색 또는 체험학습 위주 수업으로 학생의 꿈을 지원하는 데 있는 것 아니냐”며 “학교에게 학원의 역할을 강제하는 정책이다. 의식 흐름대로, 여론에 맞춰 교육정책을 진행하는 모습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