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민족사관고등학교" 이런 학교를 버려도 좋은가?(5)
[연재 칼럼]"민족사관고등학교" 이런 학교를 버려도 좋은가?(5)
  •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7.0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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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등학교는 설립자인 당시 파스퇴르유업의 최명재 사장이 회사의 수익금으로 학교를 세우고 전국에서 영재를 선발하여 무상으로 교육하기 시작한 학교이다. 그러나 나라가 외환위기에 휩쓸리던 시기인 1998년에 불행히도 유업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부터는 재정적 지원이 여의치가 않았다. 그때부터 학교의 운영은 학생의 납입금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에 놓이게 되었다.

<>이돈희 전 민사고 교장의 현장생활 보고서

민족사관고등학교는 귀족학교인가?

귀족학교의 모양새가 된 까닭

성년식 행사장면

민족사관고등학교는 설립자인 당시 파스퇴르유업의 최명재 사장이 회사의 수익금으로 학교를 세우고 전국에서 영재를 선발하여 무상으로 교육하기 시작한 학교이다. 그러나 나라가 외환위기에 휩쓸리던 시기인 1998년에 불행히도 유업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부터는 재정적 지원이 여의치가 않았다. 그때부터 학교의 운영은 학생의 납입금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에 놓이게 되었다.

1998년 2월부터 생활관 비용을 학부모가 월 30만원을 부담하기 시작하였고, 부담 액수도 조금씩 증가하였다. 학교에는 본래 파스퇴르유업 이외에 외부의 지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시범학교로 출범한 이후인 2003학년도부터는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기숙사비 등을 포함한 연간 900만원 이상을 전체적으로 학부모가 부담하였다. 2004년에는 급기야 파스퇴르유업의 경영권이 다른 기업으로 양도되고 학교와 법인은 자체로서 존립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만 했다.

2007학년도의 기준으로 보면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는 정부가 규정한 대로 강원도 일반학교의 3배 이내로 책정되어 분기당 각각 59만 5천원과 17만 6천원이 되었다. 그밖에 특기적성교육비가 분기당 90만원, 학생활동지원비가 분기당 32만 4천원이 추가된다. 그리고 방학기간을 제외한 기간의 생활관비로 매월 82만원을 납부한다. 그러면 1년의 총 납입금이 약 1,455만원 정도가 된다. 물론 그 속에는 숙식비용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수준 자체로 볼 때 적어도 국내에서 가장 높은 납입금이다. 비록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에 비하면 약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내의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매우 부담스러운 학비임에 틀림이 없다.

학교가 본래 소수의 영재들을 선발하여 무상으로 교육할 때는 사회계층에 관계 없이 뛰어난 학생이면 누구든지 응시하고 선발되어 그 혜택을 입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외부의 재정지원이 끊어지면서부터는 학부모가 교육비를, 그것도 일반학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고액의 학비를 부담해야 하게 되었고, 따라서 저소득층의 자녀들이 입학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미 2003학년도부터 학부모 부담이 과해지자 재학생 중에 학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놓이는 사례도 발생하였다. 다행히 뜻있는 학부모들 중에 자녀의 동료를 돕기 위하여 “다산장학생”, “민족장학생” 등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기탁하기 시작하였다.

영재학교의 성격상 운영체제는 고비용 구조를 면하기 어렵다. 민사고의 경우에 내가 교장 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학급당 학생수는 15명이며 다양한 선택과목들을 개설해야 하므로 교사 1인당 학생수는 7명 내외로 유지되었다.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기 위하여 급여의 수준도 높다. 그리고 캠퍼스가 120만 평방미터에 가까운 넓은 곳에 수업시설, 체육시설, 생활시설, 민족교육시설, 가정교육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므로 그 관리비용도 적지 않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의 학교에다 외부의 지원이 단절되자 학비부담의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영재들을 결과적으로 외면해 버린 모양이 되었다. 이런 사정이 본의 아니게 민사고가 “귀족학교”라는 세간의 평을 받게 된 내력이다.

물론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시범학교 운영지침에 재학생의 15% 이상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나, 필요로 하는 모든 학생에게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록 재학 중의 학비는 어떤 방법으로 조달된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의 자녀는 입학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 우선 수학경시성적, 국어능력검사, 영어표준화성적, 그리고 영재판별검사 등에 소요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 비록 그 비용도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은 대부분 준비학습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력으로 입학에 요구되는 수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그 수준이 점점 높아져 저소득층의 자녀들은 입학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학교로 되어버렸다.

 

저소득층을 위한 “덕고장학회”의 발족과 휴면

덕고장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본래 출발하던 시기와는 달리, 자립형 사립고교가 되면서 학부모 부담의 수업료에 크게 의존하게 되고 특히 저소득층의 자녀가 입학하기는 매우 힘든,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가 여러 가지를 검토한 끝에 구상한 것이 “덕고장학생”이다. 학교는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장차 나라와 겨레를 이끌어 갈 동량지재(棟梁之材)를 널리 발굴하여 양성하려던 본래의 건학정신을 조금이라도 실현하고자 “덕고장학회(德高獎學會)”를 발족하였다. (학교 근처에 덕고산이 있고, 교가에도 덕고산의 정기를 받는다는 구절이 있다. “덕고(德高)”라는 의미가 좋기도 하여 그 이름을 따기로 하였다.)

이 장학사업은 도시와 농어촌의 저소득층 자녀들 중에서 우수한 잠재적 영재성을 지닌 중학생을 조기에 발굴하여 민사고의 교육 프로그램에 적응할 수 있도록 수학능력을 미리 계발하여 준비하게 하고, 입학 후에 필요한 학비를 전액 지원하여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육성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자력으로 준비학습을 하기가 어려운 계층의 자녀들 가운데 영재적 잠재성을 지닌 학생을 발굴하여 민사고의 교육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왜 저소득층을 생각할 필요가 있었는가?

첫째, 본래 이 학교는 출발 당시부터 특정계층의 교육수요에 부응하여 세운 학교가 아니라, 영재성을 지닌 젊은이들을 계층에 관계 없이 선발하여 나라의 지도자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가진 학교였다. 그러나 학교의 경영형편이 악화되면서 저소득 계층의 자녀들만 제외되어 버린 데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비록 수혜자의 수가 몇 되지는 않지만 점차 확대해 갈 생각이었다.

잠재성을 스스로 발현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젊은이들 중에도 높은 영재성의 소유자가 있을 수 있고, 학교가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가난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잠재성의 계발 대상에서 그들이 제외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저소득층의 자녀들 가운데 묻혀 있는 원목(原木)의 인재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영재는 만들어진다기보다는 우선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둘째, 저소득층이 없는 계층적 편중현상은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사회적 성장에 불균형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미래의 사회는 지배계층의 주도하에 폐쇄적으로 유지되던 과거의 세습적 계층사회와는 달리 개방적 대중사회로 전개될 것이므로, 지도자적 자질에 필요한 사회경제적 균형감각의 형성은 매우 중요한 사항에 속한다. 열린 학교공동체의 요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 약간의 저소득층 자녀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계층적 균형감각의 형성을 위한 직접적 경험의 환경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던 수준이었다.

셋째, 영재교육과 지도자교육의 시기와 대상에 대한 실험적 연구의 의미도 있다. 영재성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지만 자력으로 이를 제대로 계발하지 못하여 성장의 부진현상이 생긴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그 잠재성을 효율적으로 계발하고 그 결핍을 만회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실험적으로 점검하는 데도 그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영재성의 계발에 있어서 뒤늦게 출발하였지만, 이를 극복하는 가능성은 없는가를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을 통하여 실험적으로 관찰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영재성이라는 것이 고등학교 수준의 이전에 조기 계발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덕고장학생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적 고려는 될 수 있으나 적어도 영재교육의 실험적 프로그램으로서는 별로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덕고장학생의 일차적 대상이 되는 “저소득층의 학생”이란 가계소득이 가구당 4인 가족 기준 최저생활비로 규정된 월 120만원의 2배가 되는 240만원 미만의 가정에 속한 학생이다. 먼저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들 중에서 영재적 자질을 소유한 학생을 추천받는다. 학교의 장학위원회는 영재로서 판별하는 검사를 하고 예비장학생으로 선정하여 1년 동안 입학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준비학습의 과정을 관리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기본 실력을 높이도록 지도하고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중학교의 협조를 받아 선발고사에 대비한 준비를 하게 한다.

말하자면, 저소득층의 잠재적 영재를 중학교 2학년에서 예비장학생으로 “입도선매(立稻先賣)”의 형식으로 미리 뽑아서 준비학습을 지도하고, 선발고사에 합격하면 정규의 덕고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예비장학생으로 있는 동안 장학회는 준비학습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 예비장학생이 해당 연도에 실시하는 선발고사에 일반학생과 경쟁하여 합격하면 정규의 덕고장학생이 된다. 장학회는, 그 학생이 재학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면, 졸업시까지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등의 기본 공납금은 말할 것도 없고, 생활관비, 수학여행비, 교복비, 교재비, 잡비, 기타 학업에 소요되는 일체의 경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재학 중 소정의 성적 기준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타교로 전출할 경우에는 장학생의 자격을 상실한다.

2005년에 선발한 제1기의 예비장학생 5명은 1년 동안 준비학습의 지도를 받아 2006년 10월에 시행한 2007학년도 신입생 선발고사에 응시하였다. 1명은 탈락하고 4명은 합격하여 덕고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내가 개인적 사정으로 학교장의 자리에서 물러났던 당시에, 2006년에 제2기의 예비장학생 5명을 선발하여 준비학습의 지도를 받으면서 10월에 있을 선발고사에 대비하고 있었다.

덕고장학생들은 후원자가 명시하는 조건, 예컨대 지역, 신앙, 직업 혹은 직장 등을 고려하여 후원할 의사를 밝히면, 추천된 학생들 중에서 적격성을 판단하여 선정한다. 자신의 고장 학생을 돕겠다든가, 같은 신앙을 가진 가정의 학생이면 좋겠다든가, 내가 일하는 직장의 직원 자녀를 돕겠다든가, 이런 식으로 후원자들은 자신의 출신 고장, 소속 종교, 혹은 어떤 종류의 연고를 제시하기도 한다.

덕고장학생에게는 후원자가 있어야 한다. 이 장학사업이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 학교가 관심을 가지고 후원자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학교장인 나는 우선 몇몇 가능한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삼고 섭외를 시작하였다. 덕고장학생의 취지를 설명하면 모두 매우 좋은 사업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후원자를 찾기는 쉽지가 않았다. 더욱이 내가 평생을 교육자로서 살아왔기 때문에 돈 가진 사람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한계이기도 하였다. 내가 그 학교를 그만둘 당시에 졸업생 학부모, 교장의 가까운 친구, 특별한 독지가, 그리고 횡성 지역사회의 기관들이 참여하였다.

제1기의 후원자로서 겨우 5명을 힘들게 확보하였다. 생각해 보면 민사고의 학생 1명을 3년간 공부시키는 데 약 4,500만원이 들고 예비장학생으로 있을 동안의 지원을 합하여 5,000만원이 넘는다면 적지 않은 비용이다. 할 수만 있으면 한 후원자가 한 학생을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소액으로나마 많은 수의 후원자가 기금의 조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할 수만 있으면 덕고장학생의 비율을 좀 더 높이기 위하여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퇴임 후에 학교 측에 덕고장학회가 잘 운영되는가고 물었더니, 너무 힘든 일이어서 중단된 상태에 있다고 하였다. 후원자를 구하기가 매우 힘든 일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중단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최명재 사장 시기의 파스퇴르유업의 지원이 회상되어 매우 아쉬운 맘을 금할 수가 없었다. 현재로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생 제도를 확충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으로 들리지만, 여러 층에서 지원하는 독지가들을 발굴하고, 학교재정의 효율적 조정이 가능한 대로 덕고장학생의 수혜자 폭을 증대시키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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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기록>

이 글을 쓴지 얼마 후인 7월 초에 알게 된 사실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이미 15년이 지난 후이지만, 내가 민사고의 학교장 재임시에 구상했던 "덕고장학생"과 유사한 취지로 장학생을 선발하여 지원한다는 소식을 학교로부터 전해  들었다. 하나는 특별전형 동문장학생이고, 다른 둘은 KCC의 고 정상영 명예회장의 유지에 따라 시행하는 영혜장학생1과 정몽진 회장의 뜻에 따라 시행하는 선혜장학생이다. 모두 재학 중 3년 동안의 교육경비 일체를 장학금으로 수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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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수업시간

학생선발 지역할당제의 시도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경영을 맡은 학교장으로서 관찰한 교로는 앞서 이야기해 온 바와 같이 저소득층이 겪고 있는 영재교육 기회의 한계만이 아니라, 지육 양극화의 현상으역에 따른 교육의 격차도 문제로 보였다. 교육에 있어서 도시와 농어촌의 격차는 옛부터 늘 이야기해 오던 사실이지만 실제적인 차이는 짐작보다 훨씬 크고 심각한 것이었다. 나는 여기서 지역적 양극화 현상에 관해서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지역에 따르는 교육의 양극화 현상을 흔히는 주로 특정 학군의 사회경제적 수준이나 그 지역 내의 학교 자체가 지닌 교육의 여건, 환경, 프로그램 등의 질적 수준에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보기로는 이런 요인보다는 오히려 사교육 환경의 격차로 설명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서울의 8학군과 같은 지역은 그 지역 주민의 사회경제적 수준, 지역 학교들의 인적-물적 여건 등에 있어서 다른 지역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사교육의 시장적 환경도 잘 조성되어 있는 지역이다.

물론 사교육 시장의 경우에 생활수준도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하지만 자녀교육의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발달한다. 예컨대, 여의도와 같은 지역은 주민의 생활수준은 비교적 높고 학교의 시설도 뛰어나고 교통도 편리한 곳이지만, 주민의 이동이 적고 그 자리에서 고령화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녀교육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런 곳은 교육의 지역적 양극화에서 크게 부각될 만한 곳이 못된다. 강남, 분당, 일산 등과는 말할 것도 없고 목동, 평촌 등의 지역보다 사교육적 수요와 열도가 낮은 편이다.

내가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부임한 후에 관찰한 입학생들의 전국적 분포를 봐도 사교육의 시장적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오는 학생의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해 왔다. 서울과 경기에서도 강남, 분당, 일산 등이 수도권의 중심을 이루어 대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지역은 극소수만을 헤아릴 수 있을 뿐이다. 상대적으로 그 지방에서 교육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는 부산의 해운대구, 대구의 수성구, 인천의 연수구 등을 포함하여 지방 도시의 어떤 곳도 강남, 분당, 일산 지역과 경쟁할 상대가 되지 못한다.

대체적으로 말해서, 민사고의 2005학년도에는 신입생의 60%, 2006학년도에는 70%, 2007학년도에는 80%가 위에서 언급한 수도권에서 온 학생들이 차지하였다. 물론 민사고의 지역별 입학생의 수나 합격의 비율을 두고 그 지역의 교육수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의 지역적 양극화 현상을 분석하는 하나의 자료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영재교육의 대상을 선발할 때 영재성이 잠재된 상태나 계발된 상태를 판별한다면, 유독히 강남, 분당, 일산에 그런 영재들이 모여 산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민사고가 적절한 판별도구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여 부모들의 열성이나 입시학원들의 전략으로 영재가 아닌 학생을 영재로 만들어 놓은 상태를 가려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학교는 만들어진 영재보다는 잘 계발된 영재나 잠재적 영재를 선발하고자 한다.

실제로 학교는 학생을 선발할 때마다 학원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학원이 예년의 출제경향에 따라서 문제를 예측하고 점수따기식의 공부를 시켜서 영재로 만들어 놓을 가능성을 의식하여 출제경향을 해마다 새롭게 조정하는 데 학교는 온갖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도 사교육 시장의 영향이 차지하는 부분, 즉 영재적 잠재력을 희석시키고 기계적 학습이나 요행에 의해 획득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2007학년도부터 “지역균형선발”을 도입하는 것도 그러한 부분을 보정하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학교는 모집정원의 50%를 학생인구를 고려하여 시도별로 분할하여 배정하고, 나머지 50%를 자유경쟁의 몫으로 정한 것이다. 균형선발의 몫은 서울과 경기에 각 7명, 학교의 소재지인 강원에 6명, 부산, 대구, 인천, 경북, 경남에 각 5명, 대전, 광주, 울산, 충북, 충남, 전북, 전남에 각 4명, 그리고 제주도에 2명으로 정하였다. 물론 이 배정 인원은 최종 선발기준을 충족시키는 최소 인원을 의미한다. 그 이상의 인원은 자유경쟁의 몫에서 누구든지 경쟁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균형 선발제도의 도입은, 사교육의 시장적 환경에 있어서 뒤진 지역의 “잠재적 (원목의) 영재들”이 사교육의 시장적 환경에서 “만들어진 영재들”에 의해서 밀려나는 현상을 조금이라도 보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로서는 인재양성을 위하여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것을 막고 전국의 여러 지역에 골고루 봉사하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모든 영재들을 대상으로 하여 엄격히 공정한 선발을 시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학비의 부담 능력이 없는 계층의 자녀들은 어차피 이미 거의 전적으로 제외되고 있으며, 선발시험을 위한 준비학습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없는 지역의 학생들도 거의 전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쟁에 참여하는 집단에 한해서라도 교육여건의 양극화 현상의 구조를 고려하여 다소의 보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속된 관찰을 통하여 성과를 확인하는 경우에 이를 확장하는 것도 계획하였다.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  dhl9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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