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역사교과서' 만들 때까지 '국정제'로 가야"<칼럼>
"'국민 역사교과서' 만들 때까지 '국정제'로 가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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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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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국정제로 가야한다!

이명희(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1. 현재의 검정교과서로는 국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없다!

다양성이 경쟁력이 되는 글로벌 시대에 단일한 역사인식을 지향하는 국정교과서를 지지하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비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은 “국정은 국가 입장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것으로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고, 나아가 “국정 전환 주장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형식논리적인 논법으로 따지면 지당한 비판이고 주장이다.

"국민의 역사인식이 일정 범위 내에서 안정되는 단계까지는 국정제로 가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국민의 역사인식이 일정 범위 내에서 안정되는 단계까지는 국정제로 가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즉 ‘국민 역사교과서’가 완성될 때까지는 국정제가 답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다양성이 살아 숨을 쉬고 서로 어우러져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그 다양성을 조화시켜 주는 공통의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아직 한국사회는 다양성이 미덕이고 경쟁력이 되는 공통의 기반 혹은 기틀이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21세기 현재,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게 된 것은 17-18세기의 시민혁명과 18-19세기의 산업혁명에 의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틀이 완성되고 19-20세기의 교육혁명에 의해 이 가치다원주의를 옹호하는 시민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국제질서가 유엔에 의해 지지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인종과 문화의 벽을 넘어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과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였다.

"검정제가 정당성 얻기 위해서는

국민적 분열을 해결 혹은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내면을 보면 ‘하나의 나라’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이념적 및 정서적 분열이 극심하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과 우리 대표팀이 경기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나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폭격해도 그것을 보는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사회는 분열되어 있다. 여기에 국민의 분열을 가속화 시키고 깊게 만드는 것이 ‘검정 역사교과서’이다. 대한민국의 교과서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국민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누고, 심지어는 자주와 친미․친일로 나누기 때문이다.

검정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8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의 성과라고 주장하며, 국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역사를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의 주장도 일견 타당하지만, 검정제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 검정 역사교과서로 인해 심화되어 가고 있는 국민적 분열을 해결 혹은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그러한 대안 없이 검정 역사교과서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며 형식논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나는 ‘국정’이 정답이고, ‘검정’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검정제가 국정제보다 우월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검정 역사교과서는 덕보다는 해악이 더 많다고 본다. 왜냐하면 검정교과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검정 교과서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어떻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해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취를 교육하여 조국을 사랑하고 그 조국 사랑하는 조국이 민족 통일의 중심이 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 혼란과 분열을 치유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검정 역사교과서로 대한민국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또 통일대한민국의 정신적 토대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누구보다도 앞장서 그 길로 가는데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참여할 것이다. 링컨이 미국의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노예제도가 없이 연방이 유지가 되면 그것을 택할 것이고, 노예제도가 있어도 연방이 분열되지 않고 유지되면 그것을 택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나뿐 아니라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도 검정교과서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배울 수 있다면 검정제를 기꺼이 찬성하리라고 믿는다.

오늘 여기서는 나는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 역사교과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정제’라는 틀 위에서 ‘국민 역사교과서’를 만들어가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2. ‘헌법’이 국가의 횡축이라면 ‘역사’는 국가의 종축이다!

국민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국가를 구성하고 또 운영하는데 있어서 기초가 되는 두 가지 큰 축이 있다. 하나는 헌법이며 다른 하나는 역사다. 헌법이 횡축이라면 역사는 종축이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섬으로써 나라가 바르게 운영될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헌법은 최근의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판결 등으로 굳건하게 확립되고 있는 반면에, 대한민국의 역사는 무너져 버리고 있다. 아니, 오히려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역사가 쌓아올려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역사가 쌓아올려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역사를 방치하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을 장악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1980년대부터 대한민국의 아픈 상처들을 후벼 파내는 역사연구와 교육을 시작하였고, 그들만의 역사성(歷史城)을 쌓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1945년에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은 점령군이 되고 소련군은 해방군이 되었다. 김일성은 민족통일을 위해 6.25전쟁을 일으켰으며, 친일파를 숙청하고 중․소 등거리 외교와 주체사상을 통해 민주주의와 민족 자주성을 확립하게 되었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친미파인 이승만과 친일파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를 수립했으며, 외세에 의존하여 독재와 부패를 일삼았는데 민중들이 항거하여 나라를 바로 세우려 하였으나, 박정희의 5.16 쿠데타에 의해 좌절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박정희의 경제개발은 군사독재의 연장수단이고 새마을 운동과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은 유신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인식들이 1997년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해 검정제로 바뀐 고등학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그대로 수용되었고, 나아가 노무현 정부시절에 국정제를 없애고 검정제를 실시함으로써 몇 개 출판사에 의해 만들어진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점령하게 되었다. 즉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역사가 쌓아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역사교과서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을 더 배운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1978년부터 대학생과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라는 교양서가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교과서는 교양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하고 깊게 청소년들의 정신을 점령하게 된다. 그 결과는 대한민국의 성인들은 물론이고 청소년들까지도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게 되거나 왜곡한 역사를 알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건국과정과 건국이념 그리고 건국 세력에 대해서조차 기초적인 지식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독립운동과 건국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전과정에 관한 역사인식의 차이 혹은 분열이 국민의 분열로 연결되고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결여되어 있으며, 국가적 목표와 국민상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인식차이로 인한 갈등도 문제이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과 목표가 없는 공동체가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현재 검정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는 검정제의 장점으로 주장되고 있는 다양한 역사인식을 보장하는 교과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동소이하게 만들어진 획일적인 교과서일 뿐이다."

문제는 현재대로 역사 문제를 방치할 경우, 해결이나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검정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는 검정제의 장점으로 주장되고 있는 다양한 역사인식을 보장하는 교과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동소이하게 만들어진 획일적인 교과서일 뿐이다. 그래도 약간 차이가 있는 교학사 교과서가 만들어져 현장에서 채택을 하려해도 전체주의적인 광기로 금압하여 압살했기 때문에 현재의 검정체제는 검정제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오히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온건주의자와 강경주의자, 개량파와 혁명파, 친외세와 반외세, 독재와 민주 등의 이분법적인 구도만이 제시되고 뻔한 결론을 유도하는 교육만이 판을 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역사 문제는 기존의 교과서를 비판하고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역사의 기득권이 강고해져 버렸고, 그 기득권을 조금 조정한다고 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장악하는 자가 미래까지도 장악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들이 이대로 가면 미래는 큰 혼란에 빠지거나 지금 역사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장악돼버리고 만다. 이것이 바로 우리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 과제의 하나로 되어 있지만 1년 이상 손도 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의 본질이다.

앞으로의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발전시켜온 세력이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의 역사를 연구하고 교육하고, 또 좋은 역사를 적극적으로 편찬해가는 것이다. 그 첫 단추를 ‘국민 역사교과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3. 왜, ‘국민 역사교과서’인가?

가. ‘국민 역사교과서’의 의의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리드해 갈 수 있는 국가로 되었는가?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미국도 몇 년 사이에 세계의 지도국가로 되지 않았다. 오늘의 미국은 멀리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의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미국을 이상국가로 건설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인류역사상 처음 대통령 중심제라는 정치체제를 만들었으며 멋진 출발을 하였지만, 중도에서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노예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민 전체가 내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미국 국민의 통합은 요원한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근본 문제를 해결하여 미국의 발전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이로 링컨을 꼽는데 주저할 미국인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링컨이 노예제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은 우리들도 배워서 기억한다. 미국을 남북전쟁으로 몰아넣은 노예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링컨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일리노이주의 하원의원에 도전하면서 노예제도가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에 “노예제도가 악이라고 생각한다”고 표명했고, 상원선거에서 도전하면서 노예제도는 폐지되어야 할 제도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면서 연방탈퇴를 선언한 남부의 여러 주들과 내전까지 치루면서 노예제 문제를 해결하여 ‘인권’의 가치를 드높였다. 링컨은 미국을 병들게 하고 있는 노예제 문제로부터 도망하지 않고 과감하게 맞서 미국인들에게 ‘자유’라는 큰 가치와 함께 미국의 국가이념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단결’할 수 있는 기반을 선물해 주었다. 이러한 링컨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은 정치인으로 첫발을 내디딜 때 “둘로 갈라진 집은 버티지 못한다”는 신념이었다.

미국의 노예제도와 오늘날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를 등치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이 서 있는 상황은 1850년대 말의 미국의 그것과 유사하며, 그 원인이 대한민국은 역사교과서 문제인 반면에 미국은 노예제 문제였던 것이다. 미국의 노예제 문제에는 당시 서유럽 사회가 안고 있는 자유와 평등의 문제가 농축되어 있었고, 미국은 그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닦게 되었다. 반면에 한국의 역사교과서 문제에는 20세기 인류가 안고 있는 식민주의와 냉전주의의 양대 모순이 농축되어 있으며, 동시에 민족문제와 민주주의 문제도 뒤엉켜 있다. 세계는 냉전주의와 민주주의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문제는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근래 미국인들이 겪었던 9.11 테러나 지금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IS문제에는 바로 식민주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이미 냉전주의와 민주주의 문제뿐만 아니라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갈림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였으며, 반외세 자주노선과 친 국제협력노선의 갈림길에서 국제협력 노선을 선택함으로써 세계가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성취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국제협력을 통해 발전해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세계에 바로 알릴 수 있다면 이슬람인들이 우려하는 식민주의의 해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내에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내적으로는 고도성장 이후 성장 잠재력의 쇠퇴 속에서 국민적 분열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외적으로는 북한의 위협과 이웃나라와의 역사 갈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역사 교과서 문제가 공통으로 깔려져 있으며, 이것이 때로는 전교조 문제로 나타나고, 또 때로는 위안부 문제로 나타나며, 또 때로는 이념 갈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노예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밖으로는 인류에게 자유와 평등 가치 실현의 모범을 보이고 안으로는 국민의 단결을 이룩하여 이후 150여년 이상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제 우리가 역사교과서 문제를 해결하여 인류에게는 민족주의와 식민주의 문제를 극복하는 모범을 보이고, 안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통합과 함께 한민족의 통일을 이룩하여 향후 100여년 이상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역사교과서 문제는 국정제로 전환한다고 하여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먼저, 대한민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고, 다음으로는 북한 동포들이 받아들일 수 있으며, 나아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중등을 비롯한 인류 전체가 인정할 수 있는 역사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한민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나. 국정제와 ‘국민 역사교과서’

우리나라의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5646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과서에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도서’와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검정도서’ 그리고 교육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인정도서’가 있다. 초등학교의 사회와 도덕 등 몇 개의 교과를 제외하면 국정도서는 없으며, 검정도서도 중고등학교의 역사과 국어 그리고 사회 등 몇몇 교과목들에 한정되며 대부분은 인정도서로 발행되고 있다.

"1980년 이후 운동권에서 편향되게 그리고 부분적으로 연구된
한국 근현대사의 연구 결과가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역사 갈등이 시작""

우리사회에서 역사교과서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 시작한 것은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해 처음 검정 역사교과서로 된 고등학교 한국근․현대사가 나온 이후부터이다. 즉, 검정 역사교과서가 나옴으로써 1980년 이후 운동권에서 편향되게 그리고 부분적으로 연구된 한국 근현대사의 연구 결과가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역사 갈등이 시작되었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모두 검정으로 풀리면서 역사 갈등은 더욱 증폭되게 되었다.

"‘검정교과서’ 집필에 나설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검정교과서를 훌륭하게 집필할 수 있는 집필진이 다수 있고, 또 그것이 공정하게 평가되어 학교 현장에서 자유롭게 선택되고, 또 학교 교실에서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다면, 검정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한국사학계나 역사교육계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상황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종합적인 안목에서 균형 있게 집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그것도 중견이상의 원로층에 집중되어 있어서, 현재와 같은 논란의 와중에 있는 ‘검정교과서’ 집필에 나설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역사교육계도 전국의 역사교사 1034명이 실명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실명으로 발표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요행히 좋은 검정교과서가 만들어져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처럼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검정교과서 체제 하에서는 현실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교과서를 집필하고, 그것이 현장에서 채택되어 수업에 활발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교과서 집필의 길잡이 되는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상세하게 만들고, 또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덜 나쁜 교과서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요컨대 검정체제로서 ‘국민 역사교과서’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이다.

국정교과서는 기본적으로 교과서의 편찬과 발행 그리고 배포의 권한을 국가가 점유하는 제도로서 국가의 의지 여하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군국주의 일본이나 히틀러 하에서처럼 국가가 극도의 민족주의를 조장하려고 한다든지 북한에서처럼 김씨왕조를 정당화시키는 등 국정교과서가 정치적 수단 등으로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가 자유민주주의의 보편적 이념이나 국제협력주의 등의 개방된 가치를 교육에 실현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있는 방편으로 국정교과서가 기여할 수도 있다. 박정희 시대에 국가의 경제개입이 시장의 문란이나 파괴로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시장의 조성하고 활성화시켜 경제활동의 효율화로 연결시키듯이, 국가의 역사개입이 인류보편의 가치를 한국인에게 일반화하고 나아가 통일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여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한민족 모두가 큰 틀에서 단결할 수 있는 길을 효율적으로 열어젖힐 수도 있다.

"국정교과서도 역사적 사실들의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입장이나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다. "

또한 많은 사람들이 국정교과서 자체가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하나의 교과서를 강제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역사관을 강요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그 주장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국정교과서도 역사적 사실들의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입장이나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정이라고 하여 반드시 1권의 교과서로 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역이나 진로의 차이 등을 고려하여 복수의 국정교과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부교재를 개발하여 국정교과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와 함께 창의력도 북돋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국정교과서가 교과서로서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되는지는 국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가 전체주의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문제이지만, 자유민주주의와 국제협력주의의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정 반대의 교과서가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이 국정제의 본질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업무가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 오히려 국민의 참여와 통제를 받으면서 민주적으로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검정교과서가 출판사의 위촉에 의해 집필진이 폐쇄적으로 구성되고, 검정과정에서 단지 몇 명 검정위원들의 검토와 심의를 거치는 것과는 달리, 국정교과서는 처음 개발 단계에서부터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즉 어떤 폐쇄된 집단에 의해 교과서가 개발되지 않고, 다양한 국민들의 참여와 감시 그리고 통제 하에 개발될 수 있다. 요컨대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입맛대로 만드는 교과서가 아니라, 국민의 참여와 관심 속에 국민의 집단 지혜가 반영되어 국민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구조로 기능할 수 있다.

나아가 국가의 적극적인 의지가 더해진다면 풍부한 재원과 고도의 기술 및 방법을 총동원하여 국제사회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과서를 개발할 수도 있다. 그것도 검정제 하에서 여러 출판사들이 분산하여 투입하는 예산의 1/2만 투자하더라도 훨씬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5.16이후 박정희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경제개발에 적극 개입하여 경제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냈듯이, 정부가 국정제의 틀로써 역사교과서에 국민과 함께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단계에서 역사인식의 성숙도 기하면서 교육방법적으로도 가장 선진화된 방법을 국정교과서에 녹여 넣을 수 있다. 갖가지 이유를 붙여 안 된다고 하기 이전에, 단 50%의 가능성만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 다양한 차원의 역사 연구와 편찬 그리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우리나라에서 역사 교과서가 국민적 걱정의 대상이 된 것은 직접적으로는 검정제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 교과서 때문이지만, 더 넓게 보면 역사연구와 역사서 편찬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종합적이고 넓고 긴 안목에서 보는 역사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편향된 교과서 서술이 이루어져도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그 결과, 편향 교과서가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또 불필요한 갈등이 유발되었던 것이다.의 역사인식을 바로 잡고 또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역사인식을 바로 잡고 또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사연구와 편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다차원에 걸친 역사교육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 역사인식을 바로 잡고 또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사연구와 편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다차원에 걸친 역사교육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역사교육 문제는 편향된 역사 혹은 그 세력에 대한 비판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바른 역사인식 형성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교육 그리고 편찬사업이 적극적 전개될 때 비로소 그 길이 열린다. 예컨대, 한국근현대사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시대정신과 글로벌 시각에서 세계사와 한국사 편찬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여 세계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 수립하는 등의 담대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사’를 편찬하여 통일 대한민국의 정신적 토대를 확립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韓민족이 함께 이루어가야 할 미래사회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서두르다 보면 새로운 문제와 갈등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한 바퀴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예컨대 ‘대한민국사 열전’ 등을 국가적 차원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또 국민 개인차원에서도 편찬하는 것을 지원하여 20세기 한국인들의 위대한 경험을 집대성하여 ‘원형 역사’를 풍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형 역사’야말로 ‘대한민국사’ 편찬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미래사회 문화컨텐츠 창조의 원천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사나 한국사 등을 편찬함에 있어서도 국내의 역사학자나 연구자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유식자들을 적극적인 참여시킴과 동시에 역사학 이외의 다양한 학문분야의 전문가들을 함께 시킨다면 새로운 차원의 역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과 한민족은 역사편찬을 통해 21세기를 준비하고 전망할 수 있기를 충심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정제의 틀을 역발상으로 활용하여 ‘국민 역사교과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다면 우리사회의 중첩된 본질적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을 해본다.

4. ‘역사교과서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해결하자!

검정제에 의한 한국사 교과서는 “좌편향, 親북한․反대한민국적인 내용이 많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면 북한 체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교과서를 근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정 전환밖에 대안이 없다. 또한 현실적으로 좋은 교과서를 만든다고 검정체제하에 만든다고 해도 “(역사)교사들이 주도하는 교과서 채택으로는 편향된 교과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정제도의 장점이 살려지기 어렵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리고 “역사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의 90% 정도가 특정 영향권에 들”어 있기 때문에 역사교과서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는 데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로 다시 돌아가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검정제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그것을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또 유발시킬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교과서 국정화가 “내용적 편향성을 최소화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현행 검정체제가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고 교과서의 질을 향상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비전도 없이 단지 형식적 가능성만으로 현실의 교과서 기득권을 옹호하는 말장난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도 분명한 비전과 방법을 가지고 ‘역사교과서 문제’에 정

면으로 도전하여 해결해 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링컨 대통령이 1850년대에 미국사회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던 ‘노예제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을 통해 해결해나갔듯이, 대한민국의 지도자도 분명한 비전과 방법을 가지고 ‘역사교과서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해결해 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을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로 만들어낸 국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나갈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이 바로 국정제를 통한 ‘국민 역사교과서’의 편찬이 될 것이다.

※ 위 원고는 2015. 1. 28(수), 자유경제원이 “역사교과서: 검인정 VS 국정, 어디에 답이 있나?”를 주제로 주최한 제13차 교육쟁점연속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이명희 교수가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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