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시즌만 되면 업무마비...같은 자료 요구에 불가능 자료도 '긴급' 요구
국회법, 지방자치법 개별 의원 자료 요구 권한 없어..."행정 절차 지켜야"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맨날 긴급이니 어쩌니 하면서... 평소에는 일 안하고 국감기간에만 하는척 지긋지긋합니다.” “국정감사기간만 되면 별의 별 조사공문이 진짜 쏟아지네요. 요즘은 SW가 대세라 그런지 오늘만 두개의 국회의원 요구 자료를 받았습니다.” “정말 필요한 자료인지, 그런 자료를 수집하는 시스템은 있는지 꼭 필요한데 없다면 시스템부터 마련하는 법률을 먼저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국정감사 시기만 되면 국회의 소위 ‘폭탄식 자료요구’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교사들의 하소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국감 대비 보도자료에 들끓던 현장이 급기야 ‘국회의원 요구 자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7일 ‘실천교육교사모임’(이하 실천교사)에서 게재한 이 청원에 따르면, 주말을 앞둔 지난 금요일 최근 3년간 저소득층 자녀의 수학여행비 지원 현황을 작성해 월요일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이들은 이 공문은 그래도 다른 요구에 비하면 나은 편이며, 몇 년 치 자료를 요구하면서 실명이 드러나지 않도록 익명으로 처리해 회의록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실천교사는 “국회의원들의 요구 공문은 보통 제목에 ‘긴급’이라 적혀있고, 당일 보내 당일 몇 시까지 제출 기한을 강조하는 것들도 많다”며 “국정감사나 청문회가 열리는 중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태 파악 등 아무리 목적이 좋다 해도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면서 “행정은 법치주의를 원칙으로 하며 보고, 서류 등 제출 요구 또한 관련법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자료요구에 관한 국회법 제128조의 규정은 ‘국회는 본회의, 상임위원회 의결 또는 상임위 재적의원 3분의 1의 요구로 자료요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별 국회의원의 자료요구 권한은 따로 없지만, 이 조항은 유명무실하다. 지방의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법 제40조에는 국회법과 같은 취지로 자료 제출의 절차 등을 명시하고 있으나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천교사는 “요구 자료 대부분은 개별 의원이 목적과 경과도 밝히지 않고 급박하게 요구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미 제출한 내용을 다른 의원이 양식만 달리해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회법과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요구 절차를 따를 것 ▲자료 요구한 곳에서는 법에서 정한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알릴 것 ▲교육부, 행정기관 등은 적법 절차에 따른 요구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공문서를 이첩할 것 등을 요구했다.

7일 오후에 올라온 이 청원은 몇 시간 만에 동의자가 1373명(오후 6시30분 현재)을 넘어섰다. 청원에 동의한 한 교사는 SNS를 통해 “현장을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국회의원도 문제지만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불가능한 것과 아닌 것조차 필터링하지 못하는 교육부와 교육청, 이를 막지 못한 전교조와 교총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교육위가 교문위에서 분리‧구성되면서 교육위에 첫 배속된 의원들이 많아 자료요구가 늘어난 것 같다”며 “현장 의견은 존중하지만 국회와 일을 해야 하는 행정기관의 입장도 있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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