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2기 백서...기초학력 담임교사 책임제 논란
교사 "학부모 동의 없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 아무 것도 없어"
이군현 "기초학력 실태도 모르면서 예산만 투입하면 뭐하나"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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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초‧중학교 기초학력부진 학생에 대한 담임교사와 교과 담당교사 책임지도를 받게 하는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7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제2기 정책백서’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담임교사 책임 하에, 중학교는 교과 담당교사 책임 하에 단위학교에서 자율 운영하도록 하는 기초학력 책임지도제가 실시된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에는 관련 예산을 학교기타운영비로, 중학교에는 관련 예산을 공모사업 학교자율운영제와 연계할 방침이다.

단위 학교별 기초학력 다중지원팀도 구성‧운영한다. 교감, 학습지원 전문교사, 담임·교과교사, 상담교사(전문상담사), 보건교사, 지역사회전문가 등 학교여건에 따라 자율 구성해 복합적 요인에 의한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체계적으로 맞춤형 지도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단·상담·지도·관리 업무를 전담할 ‘기초학력 업무담당교사’를 지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교육청의 계획에 대해 현장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현재 부모 동의 없이 담임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담임교사가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쪼개어 기초학력 부진아를 지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기나 하고 내놓은 정책이냐”며 “돈으로 담임교사에게 책임지도하라는 것은 전형적 탁상행정이며 학생의 학력부진 책임을 담임교사에게 지우려는 무책임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담임교사가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지도하기 어려운 이유로 교사들은 ‘아동복지법’을 꼽았다. 학생지도를 위해 교사가 무엇인가 하려고 하면 법에 따라 학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학습지원센터를 보내려고 해도, 프로그램을 신청하려고 해도 ‘학습부진아’ 딱지 우려 등 이유로 학부모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데, 전담팀을 꾸리는 등 인력을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담임교사 책임지도, 책무성 강화를 위한 의지가 있다면,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담팀을 요란하게 구성하는 것보다 수업 중 보조교사 제도를 통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사이자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기초학력부진학생은 수업 중에 보조교사가 채워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담임과 보조교사의 소통과 협력 그리고 보조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중3인 우리 아이는 수학을 못 하는데, 수학교사가 오히려 학원을 한 번도 안 다녔냐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며 “(나도 교사지만) 이렇게 학생 학력에 책임감이 없는 교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생의 과목별 기초학력 부진 현황이나 읽기, 쓰기, 셈하기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13일 서울시교육청 국감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부 특교를 포함해 79억원을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지원한다면서도, 결과자료 ‘부존재’라는 답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이 초중고 기초학력 부진학생 실태 자료를 교육청 차원에서 수집해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군현 의원실 관계자는 “초등기초학력책임지도제 등에 서울교육청은 254억9600만원(2022년까지)의 예산을 추가로 책정했다”면서 “기초학력부진 학생이 얼마나 있는 지도 모르는 등 실태 파악조차 안 되는데 예산만 자꾸 퍼 붙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자료=서울시교육청 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