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법 개정 토론회...갈등과 편법만 난무
재심거쳐 항소할 경우 판결까지 2년 넘게 걸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제8간담회에서 '학교폭력법 개정의 올바른 방향과 국민공감토크'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용어 개정, 0호 조치 신설, 재심기구 일원화, 생기부 기록 여부 등 현행 학교폭력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진제공=김현아의원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제8간담회에서 '학교폭력법 개정의 올바른 방향과 국민공감토크'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용어 개정, 0호 조치 신설, 재심기구 일원화, 생기부 기록 여부 등 현행 학교폭력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진=김현아의원실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의 장이 종결할 수 있는 0호 조치를 신설해야합니다.”

‘학교폭력 학교의 장 종결제’를 주제로 한 학교폭력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김현아 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구자송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대표가 ‘학교폭력 논란과 해법은’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구자송 대표는 “학폭법에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하는 과정의 교육적 해법을 추가해야 한다”며 경미사안 학교장 종결권 신설을 촉구했다.

구 대표는 “학폭법은 학교장의 독단적 판단으로 은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며 “제정 의미를 살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을 학교장이 수용하도록 시스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미한 사안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도마에 올랐다.

박태현 상상포럼 상임대표는 “현재는 어깨를 스쳐도, 주먹으로 때려도, 각목 등을 이용해도, 집단 구타를 해도 모두 같은 학교폭력”이라며 “경미함을 규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기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심위원회의 결정 불복, ‘무한재심’ 사태

학부모가 제기하는 이른바 무한재심의 문제 또한 논란이 됐다.

현행법상 피해자와 가해자는 학폭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결정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광역시도 단위 지역위원회나 징계조정위원회 등 4개 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A 재심위원회의 재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B 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동일 사안으로 총 4번의 재심이 가능한데 재심 기간 학생에 대한 학폭위원회의 조치가 중지되기에 학교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만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정재욱 전북교육청 주무관은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교육기관의 재심기구를 하나로 통일해 한 번 재심을 해야한다”며 “교육기관 재심에서의 결정사항에 불복할 경우 관할 행정법원 등 외부 기관에서 맡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교폭력 사안 학생부 기록 신중하게...교사들의 기피 0순위, 학폭 담당

학교폭력 사안의 학생부 기록은 현재도 뜨거운 감자다. 한 번의 잘못이 불량청소년으로 낙인찍을 수 있으며 이는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학생부 기록으로 어떠한 결과가 만들어졌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경미한 사안은 학생부 기록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부 기록 문제는 교육적 회복이 아니라 갈등과 편법만 난무하고 있다”며 “실제로 학폭 사안으로 재심을 거쳐 고등법원까지 항소를 할 경우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즉 고1때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돼도 항소할 경우 학생부에 학폭 사안이 기재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대표는 “돈 있는 사람은 대법원까지 소송을 가서 빠져나가고, 공부에 전혀 흥미 없는 일탈 학생은 학생부 기재가 의미 없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뉘우친 평범한 가정의 착한 학생만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는 현실을 꼬집었다.

교사들을 학폭 업무로부터 해방시켜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우성 한국교사학회 정책실장은 “1년도 못 채우는 학폭 담당 교사가 수두룩합니다. 다들 기피하는 분위기죠. 그래서 신규 임용교사나 기간제 교사들에게 업무가 떠넘겨지는게 현실입니다”며 “변호사도, 경찰도, 검사도, 판사도 아닌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교육부, 10일부터 학교폭력 정책숙려제 도입

한편 교육부는 오는 10일부터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시작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숙려제로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 중 경미한 처벌을 받은 경우(서면사과·접근금지·교내봉사)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 ▲경미한 폭력의 경우 피해학생과 학부모가 자치위원회 개최를 희망하지 않을 경우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정책숙려제는 전문가·이해관계자 30여명이 참여하며,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도 병행한다. 참여단은 오는 10일 처음 만나 토의 규칙을 만들 예정이며, 17일부터 1박2일 동안 분임 토론·전체 토론·최종 토론을 거쳐 권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