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의 길을 찾다...고교학점제 실천과제 세미나

교육청별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교사와 만들어 교육부 제안을
교원양성체계 변화 필요성 공감...사범대 교육대학원 전환해야

'고교학점제의 길을 찾다' 3차 세미나 '고교학점제 실천과제'가 21일 오전 10시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세미나 발제로는 김경범 서울대 교수와 성열관 경희대 교수, 토론에는 김영선 서울특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 송현섭 서울 면목고 교장, 장동만 서울 상일여고 창의융합부장, 최승복 목포사 사무국장, 한은경 서울 불암고 교사가 나섰다.(사진=지성배 기자)
'고교학점제의 길을 찾다' 3차 세미나 '고교학점제 실천과제'가 21일 오전 10시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세미나 발제로는 김경범 서울대 교수와 성열관 경희대 교수, 토론에는 김영선 서울특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 송현섭 서울 면목고 교장, 장동만 서울 상일여고 창의융합부장, 최승복 목포사 사무국장, 한은경 서울 불암고 교사가 나섰다.(사진=지성배 기자)

김경범 교수 “시도교육청이 고교학점제 시행 위한 2025 교육과정 만들어 교육부와 협의하자” 

송현섭 교장 “고교학점제라 할 수 있나? 개방형 교육과정 정도 수준이다”

장동만 교사 "고교학점제? 대선 공약일 뿐, 서류상에만 존재할 것, 언젠간 사라질 것"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시도교육청이 실정에 맞게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교육부에 제안하는 형식으로 고교학점제를 실현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김경범 서울대교수는 21일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고교학점제의 길을 찾다’ 3차 세미나 ‘고교학점제 실천과제’ 발제자로 참여해 “고교학점제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이나 학교 여건에 맞게 시도교육청이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교육부에 제안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은 교육과정 실행 주체인 교사와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교육부와 협의 후 완성해야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과목을 개설, 현장 안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현행 2015 교육과정에서 교육감의 권한은 학교자율편성 86단위에 해당하는 과목을 인가하는 권한이고 고교학점제는 이 86단위에 의해 실현된다”며 “새로운 고교학점제를 실현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 때 교육청이 주체로 나서 교육부와 파트너십을 이루어야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2015 국가교육과정은 교과 180단위와 창의적체험활동 24단위를 더해 총 204단위로 구성돼 있다. 교과 180단위는 다시 필수이수 96단위와 학교자율편성 84단위로 이뤄져 있다.

학교현장에서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서는 학교자율편성 84단위를 활용할 수밖에 없고, 이를 교육감이 인가하기에 교육청이 직접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도교육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교육과정 로드맵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올 하반기부터 개별교육청이 새로운 교육과정 시안을 만들고 2020년 하반기부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조정해 단일안을 도출한 후, 2021년 하반기부터 교육부와 협의를 시작하면 된다”며 “이를 위해 교육감협의회의 교육과정-대입, 수업, 평가 전문가, 정책 개발인력을 교사 중심으로 대폭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교육 현장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2025 교육과정은 시도교육청이 만들어 교육부에 제안하는 방식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교육 현장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2025 교육과정은 시도교육청이 만들어 교육부에 제안하는 방식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새로운 교원 양성체제와 임용 제도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김 교수는 “교사 역할은 여러 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수업 전문가, 학생의 교과 선택을 도와주는 수업 및 진학 상담자로 정립될 것”이라며 “시험 점수 위주 임용 방식에서 벗어나 수업 설계능력, 평가, 진로진학 상담 능력 위주의 다면적 평가 요소가 들어간 새로운 임용 구조를 도입해야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교사상이 가능하려면 ▲전국 사범대 학부 통폐합 ▲사범대의 교육대학원 전환 ▲사범대 학부의 광역화  ▲컴퓨터 관련 새로운 전공 신설 등을 추진해야 하나 무엇 하나 쉽게 시작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부가 사범대 통폐합 등을 추진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며 “각 교육청과 지역 사범대가 나서 새로운 교원 양성을 위한 협의기구를 만드는 것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사범대학의 교육대학원 전환 추진에 방점을 뒀다.

김 교수는 “새로운 임용 방식은 교과 지식을 넘어 교사로서 수행할 실무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며 “사범대를 교사의 재교육을 위한 교육대학원으로 전환하고, 학부를 유지하는 사범대는 교과 위주 학과 벽을 허물고 융합적 학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섭 서울 면목고 교장은 지난 2년간의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컨설턴트 경험을 토대로 현장의 어려움을 가감없이 전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송현섭 서울 면목고 교장은 지난 2년간의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컨설턴트 경험을 토대로 현장의 어려움을 가감없이 전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기피부서 1순위 '교육과정운영부서', "교원 인력 부족 심각"

"복수전공 및 교육대학원 전환 등 교원양성체제 개편 시급"

고교학점제를 대하는 현장의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송현섭 서울 면목고 교장은 “지금 추진하는 것은 고교학점제가 아닌 개방형 교육과정 정도밖에 안 된다”며 지난 2년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컨설턴트로 참여하며 느낀 바를 전했다.

송 교장은 “교과목 개설에 필요한 교원 인력 부족으로 업무 과중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교육과정운영부서가 기피 1순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이 연간 최소 2~3차 이루어지는데, 그에 맞춰 소량/대량 교과서 주문(10월), 선택과목에 맞춘 교사용 시간표 작성(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학생용 시간표 작성, 교실 배치, 부서 배치, 정기고사운영(고사일수확보, 감독관확보, 시험문제 포장과 보안 등) 등을 진행함에 있어 그 업무 강도가 가히 최강이라는 것.

이어 “30학급 이상 학교와 15학급 이하 학교에서 받는 공문 총량이 동일하다”며 “소규모 학교로 갈수록 교원 업무가 과중돼 기피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번 다른 학생들의 과목 선택으로 인한 교원수급 혼란 △비정기 전보에 대한 교원 간 갈등 △학교시설 재배치와 이에 필요한 예산 적시 확보 등 문제가 따라올 것으로 예상했다.

송 교장 역시 교원양성체계의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복수전공과 교육대학원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학생전면과목선택제 교육과정을 3년간 끌어오면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교원양성체계 변화라고 생각했다”며 “교육부는 전체 교과군에 대해 복수전공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교원이 복수전공을 희망할 때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대학원의 학생 선발은 엄격하게 하되 일정 수준 이상 학점과 평가기준을 통과하면 임용고사 면제, 임용 기준 미달자는 선발고사를 통해 임용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장 교사들이 정부의 고교학점제 도입 의지가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점도 지적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동만 서울 상일여고 교사는 “고교학점제에 관해 주변 교사들에게 물으니 언젠가는 사라질 것, 서류상에만 존재할 것, 대선 공약일 뿐이라는 대답뿐만 아니라 진행 자체를 모르고 있기도 했다”면서 "고교학점제 진행 당국과 현장의 생각은 아주 다르다"고 현실을 전했다.

이어 “교사는 수업과 평가에서 전문성을 가져야 하지만 교무실에서 교사의 주 업무는 공문처리”라며 “교사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별해 공문을 보내줘야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교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없애야 한다는 청중 의견도 있었다.

김두루한 서울 경기고 교사는 "이제는 칸막이 교과의 시대에서 관심사를 주제로 호기심을 살려나가는 것으로 변화했다"며 "줄세우기를 일삼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없애지 않으면 관심에 따른 능력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오늘(21일) 2020년부터 마이스터고에서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일반고는 오는 2022년에 시범 도입한 후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