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부대변인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홈페이지 캡처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홈페이지 캡처.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아세안 대화관계수립 30주년을 기념하여 11월 25일-26일, 부산에서 개최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각종 부대행사를 포함하여 양측 국민과 기업인 등 약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다자회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번 정상회의는 아세안과 사람, 번영, 평화 분야별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신남방정책의 기념비적 외교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출처=위키백과)

[에듀인뉴스] 붓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무력은 누군가를 굴복시킬 수는 있으나 감화시킬 수는 없다.

수많은 이민족이 중원의 패권을 차지했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 끝내 그들은 중화(中華)라는 패권에 포획되었다. 중국이 황하문명 이래 꽃피운 가치체계와 문화의 힘이었다. 사람들이 조폭 두목보다는 현자를 존경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정치외교학의 용어를 빌리면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 한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도 강제할 수 있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달리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끌어들임으로써 얻어지는 힘을 말한다.

물론 현실 국제사회에서는 이 두 종류의 힘이 지혜롭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스마트 파워(Smart Power)’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현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양강인 G2, 미국과 중국의 경우 하드 파워의 크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소프트 파워의 경우라면, 트럼프와 시진핑의 집권 이후 썩 예전만 못하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을지언정, 대체로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 및 인권의 가치를 바탕으로 세계 경찰의 역할을 자타로부터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수익을 최상의 가치에 둔 삶을 살아온 트럼프는 전통적으로 미국에게 기대돼 온 역할을 거부한다. IS 축출에 함께한 쿠르드족이 터키로부터 공격받는데도, 홍콩 시민들이 중국을 상대로 버거운 싸움을 하는데도 그는 꿈쩍 않는다.

시진핑은 자신에 대한 임기제한을 철폐하는 가운데 헌법과 공산당 당헌에 ‘시진핑 사상’을 포함시켰다. 공산당 일당 독재의 중국이, 시 주석의 일인 독재 체제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년 전 ‘우산 혁명’에 이어 올해 몇 달 째 이어지는 홍콩 시위의 이유다.

G2의 소프트 파워가 손상되자 전세계를 관통하는 리더십이 부재하다. G2가 아니라 ‘G0’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태생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따르는 ‘자유 진영’의 일원이었다. 2차 대전 이후 갓 홀로선 신생 민주 국가는 이식된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가치를 어느덧 스스로 구현해 냈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국민들 덕에 한국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모범생이 되었다.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가치를 부르짖는 모든 아시아인들은 한국을 바라본다. 홍콩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현재 홍콩은 39년 전 광주”라고 말하는 홍콩 민주 시민의 상징 조슈아 웡은 한국이 역할을 해 주기를 호소한다.

하지만 한국 민주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인 연대와는 별개로, 웡의 호소에 응답하는 한국의 거버넌스는 언론 영역을 빼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중국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래도 절제된 가운데 필요한 신호를 보내는 지혜가 요구된다. 바로 ‘스마트 파워’다.

우리 정부가 이런 지혜를 발휘한 순간이 있었다. 라카인 문제(소수민족 로힝야족 학살)로 비난받은 미얀마의 수치 고문과의 9월 정상회담에서이다. 직접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처지인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우회적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미얀마 정부는 ‘미얀마 평화프로세스’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라카인 문제 해결 등 민족 간 화합, 국가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양국이 서로 도우며 함께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마침 이달 25~26일 부산에서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린다.

초점은 경제적 협력을 비롯한 ‘신남방 정책’, 즉 하드 파워와 관련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과 그를 통해 이루어지게 될 평화의 메시지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 묵직한 메시지는 홍콩은 물론이요 가까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퍼질 것이다. 세계인들이 K-POP 같은 것 뿐 아니라 한국이 전하는 ‘가치’에도 매력을 느끼는 시대를 기대한다.

피로써 민주 국가를 이룩하고 지금도 민주적 참여의 열정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은, 그럴 자격이 있는 나라니까.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부대변인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