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교육부 PISA 2018 보도자료 캡처

[에듀인뉴스] 교육부는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연구인 PISA 2018의 결과와 분석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4일 공개했다(OECD의 결과는 12월 3일 공개됨). 보도자료는 아래 두 줄의 내용을 가장 큰 특징으로 보고 헤드라인처럼 앞면 상단에 위치시켰다. 
 
• 대한민국, PISA 2018 모든 영역에서 상위 성취 수준 유지
•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PISA 2015 대비 상승  

 
이것만 보면 우리나라 15세 학생들의 학교 교육이 국제 비교에서도 잘 되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과연 그럴까?

PISA 시험은 읽기, 수학, 과학 소양이라는 “소수과목”의 “인지 능력”만을 “양적으로” 측정하는 “객관식” “총괄평가” 성격의 “표준화 시험”이다. 예체능, 도덕, 시민성 등은 제외된다. 이 시험은 교육의 한 단면만을 측정하면서도 ‘세계 교육올림픽’과 같은 위상을 누리지만 세계교육에 표준화 시험을 강화하는 등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받고 있다.

OECD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최근 협업에 의한 문제해결능력, 글로벌 역량 등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PISA 2021에서는 창의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교육부 보도자료에서 무엇이 솔직하지 못한가? 두 부분에서 솔직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PISA 연구 주기별 결과’라는 소제목 아래 “첫 주기인 PISA 2000부터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읽기·수학·과학에서 모두 상위 수준의 성취를 유지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 <표 1>을 보면 2006년부터 2018까지 읽기 성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표1) PISA 2018 영역별 순위와 평균 점수 추이
(표1) PISA 2018 영역별 순위와 평균 점수 추이

읽기 성적의 하락 내용을 보면 아래 <표 2>처럼 하위권인 ‘1수준’과 ‘2수준’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1수준 미만’의 경우, 미미한 비율을 차지하므로 별도의 언급을 생략함).   

(표2) PISA 2018 읽기 성취수준별 비율
(표2) PISA 2018 읽기 성취수준별 비율

교육부의 보도자료는 이런 결과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읽기는 PISA 2015에 비해 상위 성취수준* 비율과 하위 성취수준** 비율이 모두 증가
   * 12.7% → 13.1% (0.4%p 증가)
  ** 13.6% → 15.1% (1.5%p 증가)

하위 비율(특히 수준1, 수준2)이 늘어난 것은 좋지 않은 부정적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표현을 보면 “하위 성취수준 비율이 모두 증가”라는 표현을 써서 마치 하위의 경우도 긍정적 결과가 나온 것처럼 착각하게 하고 있다. 읽기 성적이 PISA 2006부터 매회 하락하고 있고, 특히 총 6수준 중 하위인 ‘1수준’과 ‘2수준’의 읽기 성적 하락이 2006년부터 꾸준히 심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둘째, ‘PISA 2018 결과에 나타난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내용에서도 솔직하지 못하다. 보도자료는 ‘PISA 2018 결과에 나타난 시사점’ 정리에서 읽기에 관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성취 수준은 참여국 중 최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읽기에서의 남녀 학생 간 성취수준 차이를 줄이기 위해 남학생과 여학생의 문장 이해 능력, 읽기 시간 등에서 나타나는 특성 차이에 대한 심층적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PISA 2006부터 읽기 점수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하위를 대표하는 ‘1수준’, ‘2수준’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니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며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다.

또 읽기의 경우 ‘학교내 분산 비율(77.2%)’이 OECD 평균(71.2%)보다 높다. 이는 학교내 읽기 성적 격차가 OECD 평균보다 높다는 뜻이다.

이는 앞으로 하위권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돕기 위해 강도 높은 노력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점도 언급했더라면 교육부가 부정적인 내용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우리 교육의 나빠지고 있는 부분을 솔직히 시인하고 원인을 분석해 개선책을 찾으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읽기 성적 하락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본다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시험 문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한국의 읽기 평가는 주어진 지문을 읽고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주다. 그러나 PISA 읽기 시험은 최근 문제의 성격이 바뀌었는데 복수의 읽기 자료를 읽고 정보를 발견·비교·대조·통합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일본이 내년부터 실시하는 대입공통시험(한국의 수능에 해당)의 문제 유형을 PISA 형으로 바꾼 것도 PISA 순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캐나다, 일본처럼 PISA 성적 순위를 의식해 국내 표준화 시험에 PISA 시험 유형을 반영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읽기 성적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한국의 학교교육에서 읽기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초중학교 수준 모두 고교 입시나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은 세계 주요국들처럼 책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등 깊이 있는 읽기 활동이 부족한 편이다.

끝으로 청소년들이 유튜브를 시청하고 휴대폰을 통해 SNS 활동을 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하위권 학생들의 읽기부진이 심화되고 있고 상위권과의 격차도 늘어나고 있는 것의 원인을 분석해 조기 예방하고 개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PISA 2018 모든 영역에서 상위 성취수준 유지”라는 표현으로 가려지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정상이다. 좀 더 진정성 있고 솔직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교육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교바사(교육을바꾸는사람들)와 함께 합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능률교육을 창립해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뜻하는 바가 있어 2009년 8월 말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했다.국가교육시스템 재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세계 공교육의 변화 트렌드 연구를 통해 한국 공교육의 근본적 대안을 찾는 데 시사점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능률교육을 창립해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뜻하는 바가 있어 2009년 8월 말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했다.국가교육시스템 재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세계 공교육의 변화 트렌드 연구를 통해 한국 공교육의 근본적 대안을 찾는 데 시사점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