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개정 및 수정 작업 착수, 1월 중 진행 예정
서울시교육청, 교육감協에 일괄 수정 안건 요청...교육감協 1월 상정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 없어 개정 안 된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 "고시 안 한 교육부, 법적 문제 있어"

지난 2009년 서울시교육감이 인정한 초등보건교과서.(사진=지성배 기자)
지난 2009년 서울시교육감이 인정한 초등보건교과서.(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초등보건교과서 개정 및 수정을 위한 움직임이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수정 및 개정 준비에 착수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일괄 수정 의견을 내 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협의회는 지난 12일 실무진협의회를 통해 1월 중 열릴 총회 안건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초등보건교과서는 현재 서울, 경기, 대전, 부산, 경남 등 5개 교육청에서 자체 인정한 교과서를 전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서울, 경기 등이 인정한 교과서는 수정 없이 10년이 지나 변화된 상황을 다루기에 부족하고, 변경된 내용도 많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관련기사 참조)

초등보건교과서에서는 질병, 약물 오남용 및 흡연 예방, 성과 건강, 정신 건강, 사고예방과 응급처치 등 생활과 밀접한 교육 내용을 다룬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지진 등 환경 문제로 안전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졌으며, 청소년 흡연율의 지속적 증가,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율 1위, 성관계 연령 하향, 성인지감수성의 등장, 학교폭력의 지능화, 가정 내 폭력 은폐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해 집중 교육 필요성이 증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정 및 개정 작업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이유로 개정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인정교과서는 내용의 1/3 이하를 바꿀 경우 수정, 그 이상을 바꿀 경우 개정을 해야 한다. 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보건교과서 수·개정 문제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교육부는 기 인정된 교과용 도서의 경우 수정은 교육감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은 (사)보건교육포럼과 서울시교육청에 보냈다.(자료=(사)보건교육포럼)
지난 6월 교육부는 기 인정된 교과용 도서의 경우 수정 보완은 교육감 위임사무임을 명백히 한 내용의 공문을 (사)보건교육포럼과 서울시교육청에 보냈다.(자료=(사)보건교육포럼)

교육부는 지난 6월 (사)보건교육포럼과 서울시교육청에 보낸 공문을 통해 “기 인정된 인정도서의 인정 취소 절차가 없었다면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역량, 내용 등을 반영하기 위한 수정·보완 등 관련 사항은 교육감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교육감 위임 사무임을 명백히 했다.

다만 관련 공문은 수정에 한정된 내용이어서 개정은 2015 교육과정 고시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뒷짐 지고 있는 것.

교육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초등보건교과서는 2007 교육과정 내에서 인정된 것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교육과정 고시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교육감 지시가 있었다”며 “교육청별 인정 보건교과서를 일괄 수정하자는 제안을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냈다”고 밝혔다. 교육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수정 및 개정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협의회는 “어제(12일) 관련 내용으로 실무협의회를 진행했다"며 "내년 1월 중 열리는 총회 안건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9월 “인정도서 제정·수정은 교육감의 권한”이라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 보건교과서 수정을 바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1월 중 개정 및 수정을 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으나, 협의회 결정사항을 보고 진행하겠다며 한 발 뺀 상황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역시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성(性)·안전 등을 다루는 초등보건교과서를 10년 동안 수정 안 했다니 상식적으로 납득 안 된다”며 “수정 필요하면 수정하고 자체 인정 필요하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보건교육포럼 우옥영 이사장은 “현장에서 보건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그 중요성은 날로 증대하는 상황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고시를 안 한 것은 교육부 잘못이다. 이제라도 고시를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여러 변호사 자문 결과 교육부가 고시를 안 한 것은 법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 삶과 건강을 책임지는 교육을 한다는 사람들이 행정적 문제로 아이들이라는 본질을 해치고 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현실에 맞는 체계적 보건교육이 가능하도록 개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7년 국회는 초중고교 모든 학생들에게 체계적 보건교육을 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시수, 도서를 정하도록 학교보건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08년 초등학교 5‧6학년, 중‧고교 1개 학년에서 보건교사가 17차시 이상 보건교육을 하도록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시도교육청 인정도서로 보건교과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법률이 정한 보건교육과 도서지정 의무는 무시하고, 교육부 고시(2015 교육과정, 교과서 구분고시)에 보건교과나 인정도서 조항이 없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